올해 ‘여름의 인물’은 단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입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깜짝’ 발언들의 연발로 델타 변이 확산 국면의 시름을 달래주셨습니다. 특히 ‘소비자 보호’ 문제에 대한 말씀은 가히 인상적입니다.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에서 인용했다고 합니다. 그는 2019년 청문회 때도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선택할 자유〉를 꼽으며 “(사회의) 점진적 변화 중시”를 자신의 정치적 성향으로 밝혔지요. 저 같은 사람은 ‘프리드먼’ 하면 윤석열, ‘윤석열’ 하면 프리드먼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프리드먼과 ‘점진적 변화’를 함께 이야기해도 되는 걸까요? 프리드먼은 자동차의 ‘안전장치 의무화’를 반대한 사람입니다. ‘없는 사람은 안전장치 없는 값싼 차량이라도 살 수 있도록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는 식품·의약품 등을 관리·규제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존립에도 몹시 부정적이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이나 능력을 국가로부터 인증받아야 의사나 변호사로 돈 벌 수 있는 ‘면허제도’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국가가 개인이 직업을 ‘선택할 자유’를 가로막으면 안 되니까요. 이런 ‘소비자 보호’ 규제들이 폐지되면 자동차 사고나 의약품 부작용 등으로 인명 피해가 급증할 수 있습니다. 의료기술 없는 사람이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되어 병을 더 키우거나 멀쩡한 사람을 저세상으로 보내는 일도 잦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 또한 장기적으론 괜찮다(?)고 합니다. 불량하거나 부정한 재화·서비스의 공급자들은 점차 수익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테니까요. 프리드먼은 소비자 보호 규제 같은 정부 개입이 아니라 기업의 수익 동기와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확실히 보장하는 것을 번영의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런 프리드먼의 사상이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20세기 중반 이후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사회·경제 시스템에는 마르크스주의나 레닌주의보다 훨씬 위협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비중이 엄청난 ‘자본주의-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소비자 보호 등 ‘국가의 역할’을 제거하자는 것은 절대 ‘점진적 변화’가 아닙니다. 과격한 급진주의지요.
일부 언론에서 윤 전 총장이 인용했다는 문구가 〈선택할 자유〉에 나오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가 이 책을 실제로 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의 발언이 프리드먼의 논지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전 총장님, 당신은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고 계십니다. 프리드먼의 반(反)국가주의적 논지를 응용할 만한 능력자라면 ‘점진적 변화를 믿는 보수’보다는 ‘과격한 급진파’ 쪽에 훨씬 가까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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