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일행이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6월29일 정치참여를 선언했다. 정치 무대에 올라선 윤 전 총장이 답해야 할 질문은 적지 않다. ‘왜 정치를 하려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비롯해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도 만만치 않다. 정치참여 선언과 동시에 일부라도 털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물음표만 남았다. 윤 전 총장의 정치참여 선언문 절반 이상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졌지만 정책과 비전은 그리 구체적이지 못했다. ‘왜’라는 질문에는 ‘국민의 부름’이라는 소명론으로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은 일제히 혹평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선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신인치고는 잘했다’는 식의 아쉬운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선거철이 되면 검증 공세는 물론 각종 의혹이 유령처럼 돌아다닌다. 정치인에겐 설명과 해명보다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정치 역량은 여기서 드러난다”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정치 출마 선언문이 검사가 쓴 공소장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소장은 형사재판의 시작을 알리는 문서다. 대선 과정을 재판에, 윤 전 총장의 선언문을 공소장에 빗대면 닮은 지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IN〉과 만난 윤석열 전 총장 쪽 사람들은 그의 정치참여 선언문을 이렇게 설명한다. 당장 구체적인 미래 구상과 비전을 내놓기보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보수에서 출발해 중도에 접근할지 혹은 그 반대로 진보에서 중도로 갈지를 두고 고심했다고 한다. 최종 결정은 ‘보수로부터 출발’이었다. 선언문은 보수층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작성됐다. 윤 전 총장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사실을 기억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를 향해 “보수를 기반으로 정권교체할 테니 안심하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취지였다. 이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을 두고 비판 메시지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전 총장 측은 범야권 결집 이상을 바라본다. 이들이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보수와 중도뿐만 아니라 ‘강성 친문’을 제외한 여권 전체 흡수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국정운영을 하더라도 국회 180석을 차지하는 지금의 여권과 거리를 두고서는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없다. 진영 구분 없이 최대한 폭넓게 지지층을 만들어가는 계획을 촘촘히 세워뒀다. 앞으로 야권뿐만 아니라 의외의 인물들과 만남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정치권에서 ‘외부인’에 가까운 윤 전 총장 측의 내부 사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윤 전 총장 측도 캠프 구성과 향후 전략에 대해 ‘차차 공개할 것’이라는 입장만 내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관계자는 “보기에 답답한 점들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추어다’ ‘준비가 안 됐다’ 같은 지적이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의 행보가 ‘여의도 정치 문법으로 보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그는 기존 정치권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통상 대선주자들은 적어도 출마 선언 3개월 전부터 캠프 진용을 꾸리기 시작한다. 윤 전 총장 캠프는 그동안 외부 소통과 일정 준비 등을 위한 최소 인원만으로 운영해왔다. 이는 ‘정치참여 선언도 안 했는데 캠프부터 구성하는 건 순서가 아니다’라는 윤 전 총장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다.”

본격적인 캠프 구성은 정치참여 선언 직후부터 진행됐다고 한다. 박근혜·이명박 캠프에서 대선을 치러본 야권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 기간에 윤 전 총장 측은 ‘가족 의혹’에 대해 반박문을 올리고 외부에 메시지를 냈다. ‘상대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바꿔 대응 수위를 높였다. 현재 윤 전 총장은 캠프 구성원들과 개인 정책 자문을 맡은 인사들로 진용을 짰다. 이들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윤 전 총장이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소수의 개인 자문 인사들은 정책 구성부터 관련 일정까지 직접 챙긴다. 이들은 정식 캠프 밖에서 자유롭게 활동한다. 경우에 따라 결재 라인을 건너뛰는 ‘직접 보고’도 허용했다고 한다.

윤석열 전 총장은 7월5일 원자핵공학과 교수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본격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최소 7월 한 달 동안 이어갈 예정이다. 윤 전 총장 측에 따르면 ‘하나의 아이템에 두 개의 메시지를 담는 전략’이다. △한 분야를 정해 관련 일정을 계획하고 △일정 시작과 함께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담은 ‘정치적 메시지’를 낸 뒤 △현실 진단과 큰 틀에서의 미래 구상을 종합해 ‘정책 메시지’를 내는 방식이다.

‘예상 시나리오’대로 될 수 있을까?

윤 전 총장 측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 등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불법과 졸속으로 추진된 대표 사례로 꼽는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면담한 7월5일에는 월성 1호기 원전 관련 수사 지휘 당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해서 이뤄진 것으로 본다.” 다음 날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해 원자핵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연구원을 만나서는 다른 메시지를 냈다. “탈원전 정책으로 꿈과 희망을 갖고 공부를 시작한 우수한 재원들이 많이 이탈하고 있다”라며 탈원전 정책과 청년 이슈를 연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7월5일 대선후보 경선준비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했다. 윤 전 총장의 입당 의사와 관계없이 대선 경선 절차가 진행된다. 국민의힘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현 추세라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더 빠질 것이다. 당과 윤 전 총장 모두를 위해서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할 때 영입해 탄력을 받아 끌어올리는 편이 낫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안에 관심을 보이는 쪽도 있다. 국민의힘 의원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사퇴한 이후 당내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 기존 보수층은 불확실한 윤 전 총장보다 조기 입당이 점쳐지는 최 전 감사원장에게 더 힘을 싣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대외적으로 국민의힘 입당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조기 입당을 주장하는 쪽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어 있다. 다만 입당 결정은 최근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정치 행보가 마무리된 이후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예상 시나리오’대로 그가 범야권의 지지를 꾸준히 이어가는 동시에 중도는 물론 현 정부에 실망한 ‘탈진보’의 호응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가족 리스크’가 계속 몸집을 불려가는 모양새다. 대검찰청은 최근 윤 전 총장의 장모 최 아무개씨의 부동산 사업 분쟁과 관련해 재기수사(재수사) 명령을 내렸다. 앞서 장모 최씨는 윤 전 총장이 정치참여 선언을 한 사흘 뒤인 7월2일 불법 요양병원 개설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윤 전 총장의 자문을 맡은 한 인사는 “정치는 예측이 어려워 충분히 변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 (당초의) 계획이 틀어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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