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 루스는 역사상 최고의 야구선수로 꼽힌다. 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이자, 그라운드를 지배한 홈런왕이었다. 100년 전 선수이지만 동시대 최고의 투수와 타자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지금도 범접할 수 없는 ‘레전드’다. 아무리 출중한 선수라도 베이브 루스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금기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나타났다. 그것도 동양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서 뛰는 일본인 오타니 쇼헤이 선수(28). 7월8일 현재 메이저리그 홈런 전체 1위(32개)에 올라 있다. 아직 절반밖에 경기를 치르지 않았지만 2004년 마쓰이 히데키의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31개)을 넘어섰다. 투수로서도 현재 4승 1패를 기록 중이다. 67이닝을 던졌는데, 삼진이 87개다. 도루도 12개를 해냈다. 2021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명단에는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한 선수가 투수·야수로 동시 선정된 것은 오타니가 최초다. 베이브 루스 이후 이처럼 주목받는 투타 겸업 선수가 또 있을까 싶다. 투타 분업 체제인 국내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낯설면서도 경이로운 모습을 매 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다.
2018년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에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거머쥐며 혜성같이 등장했지만, 지난 2년간 오타니는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년 차에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를 손상해 접합 수술을 받았으며, 2년 차에는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그럼에도 투타 겸업을 고집해 반쪽짜리 선수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후 재활과 함께 꾸준히 근력 훈련을 실시한 결과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투타 분업을 중요시하는 현대 야구에서 오타니는 괴물이다. 투타에서 각각 쓰는 근육이 달라 신체적 부담이 큰 까닭에 투수 등판일 전후에는 반드시 휴식을 취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오타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투수로 등판한 직후에도 타석에 섰다. 지난 5월에는 선발투수 등판 직후 같은 경기에서 또 외야수로 나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더 많은 경기를 뛰겠다는 오타니의 의지를 구단 측이 받아들였다.
오타니의 팬들은 그가 고교 시절 작성한 인생 계획표를 알고 있다. 22세에 사이영상 수상, 25세에 세계 최고구속 174㎞ 달성, 26세에 월드시리즈 우승 등이다. 황당한 것도 있지만, 시기가 늦춰졌을 뿐 실현 가능한 것도 있다. 특히 27세 MVP(최우수선수)가 그렇다. 이 추세라면 2021년 오타니의 MVP 수상은 매우 유력하다. 타고난 천재가, 불굴의 의지와 노력을 통해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는 야구만화가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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