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은 최근 생긴 신조어다.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줄인 말이다. ‘워라밸을 추구한다’는 말은 ‘일을 덜 (열심히) 한다’는 뜻으로 통한다. 일을 등한시하고 취미 생활만 즐기던 사람이 제 업무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일과 삶의 균형’을 꾀한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문제라는 게 워라밸의 문제의식이다. 덴마크 철학자이자 경영자인 모르텐 알베크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노동시간과 무관하게 일 자체가 문제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2015년 한 연구에 따르면, 인생에서 행하는 무수한 활동 가운데 행복 수준이 가장 낮은 상태가 일하는 때이다. ‘병으로 몸져누운 것’ 바로 위 순위가 ‘일’이다. 사람들은 청구서 납부나 줄 서서 기다리기, 집 청소 등에서 일보다 훨씬 큰 행복을 맛본다고 답했다. 알베크는 일이 고통의 근원이라면 일과 삶 사이 건강한 균형은 정의부터 불가능하다고 썼다. 답은 인생에서 일을 제거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남은 대안은 일이 ‘삶의 반대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직장생활이 돈을 벌기 위해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활동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일에서 의미를 느끼게 하는 4가지 요소로 저자는 목적, 소속감, 개인 성장, 리더십을 꼽는다. 조직 경영의 힌트이기도 하다.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려는 조직, 직원들의 관계가 유기적인 조직,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조직, 관리자가 올바른 체계를 세우는 조직이 사람을 떠나지 않게 한다.
평범한 경영 지침서·자기계발서와 가장 다른 대목은 책 말미에 있다. 좋은 일과 조직을 논하는 저자는 책 말미에, 일이 의미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해야 한다고 적는다. ‘건설적 반기’를 들거나, 떠나는 것이다. 우리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시가 “그만두겠습니다”일 때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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