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언론 이야기다. 초기엔 백신 확보가 느리다고 비판하다가, 그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자 혈전증 등 백신의 부작용을 과장 보도하고 있다. 노인들의 백신 접종률을 낮춰 국민건강과 방역을 위협하는 행태다. 언론이 편파·허위·과장 기사를 내놓거나 아예 보도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정치의 한 당사자로 참여한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언론의 문제와 부정적인 기능이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언론개혁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전국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 130여 곳이 언론개혁 4대 입법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비상시국 선언을 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더불어민주당도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를 통해 ‘6대 언론개혁 입법’을 추진 중이다. 나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계 현업 단체들이 내놓은 ‘좋은 언론 4대 입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편집위원회 설치 의무화, 지속 가능한 지역언론 지원, 실효성 있는 보도 피해 배상)’ 요구의 선의엔 공감하지만 실효성엔 회의적이다. 허위조작 정보와 혐오·차별 표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추진하고 포털의 알고리즘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꾸는 제도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이것만으로 현재의 언론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실행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언론 통제’ 시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언론의 폐해는 단지 언론사주의 편파적 정치 성향, 데스크의 과도한 편집권 때문만은 아니다. 각 언론사에 독립적 편집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해서 기사 질이 높아지고 왜곡 보도를 차단할 수 있지도 않다. 포털의 자의적인 편집과 상위권 노출 개입도 중요한 문제다. 더 근본적으로는 신문과 방송의 광고 수입이 전체적으로 줄어들면서 언론사들의 재정 기반이 흔들리고 지금 같은 보도 행태가 기승을 부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오른쪽 두번째 부터), 장경태, 유정주 의원이 5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디어 바우처법 발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미디어바우처법을 지지한다. 최근 한국 정부의 홍보비는 매년 약 1조원에 이른다. 각 부처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거대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여러 회사에 제공된다. 이 돈을 유권자 4400만명의 선택에 따라 배분할 수는 없을까? 시민들이 직접 좋은 기사에 대해 평가하고, 올바른 기사를 많이 쓰는 언론이 국민의 선택에 따라 정부 지원(홍보비)을 받도록 하는 정책이다. 물론 수십 년 동안 정부 광고비의 상당 부분을 당연한 듯이 독점해온 거대 언론사들은 싫어할 일이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보도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천 개의 작은 언론사들에게는 복음 같은 제도가 될 것이다. 이 법은 언론사들이 서로 견제하고 허위 보도를 감시하며 바른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인센티브 제도이기도 하다. 정확하고 공정하며 질 높은 기사라면 시민들로부터 1원씩만 후원받아도 44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특정 언론사가 전체 정부 홍보비의 1%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규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 한 편 쓰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광고 수입을 가져가는 거대 포털이 아니라, 발로 뛰며 쓴 좋은 기사에 대해 해당 언론사가 수입을 얻도록 하면 포털의 과잉 권한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언론개혁,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광고에 대한 배분권과 언론 기사에 대한 평가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데 어떤 정치세력도 반대할 명분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앙정부의 홍보비만으로 너무 적으면, 지방정부 홍보비도 같은 방식으로 해당 지역의 유권자에게 배분권을 줄 수 있다. 올바른 기사를 보고 싶어 스스로 기부하는 시민들에게는 정치후원금처럼 연말정산에서 환급해주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기존 재원의 2~3배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여 정책 효과성도 높일 수 있다.

언론에도 시민의 평가에 따라 합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제 진보도 유능해져야 한다. 국민이 부여한 의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언론개혁이 필요하다.

기자명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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