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장교인 비팡은 독일 국방부 사이버 정보전 투입 및 계획부 부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dpa

아나스타지아 비팡은 독일 연방군 장교다. 1994년 군복무를 시작할 당시 비팡의 법적 성별은 남성이었다. 만 40세가 되던 2014년 비팡은 여성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성전환 수술을 결심했을 때 군인으로서 자신의 삶이 어떻게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군대는 비팡을 지지해주었다. 직속상관은 비팡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함께 성공할 수 있다.” 수술 후 비팡은 여성으로서 군인 이력을 이어갔다. 2017년 10월에는 트랜스젠더 최초로 연방군 대대장이 되었다. 3년 동안 공군 정보부대에서 대대장으로 복무한 그는 현재 국방부 사이버 정보전 투입 및 계획부의 부서장으로 근무한다.

과거 독일 군대는 동성애를 중대한 오점이자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독일 형법은 1969년까지 동성애를 처벌 가능한 범죄로 규정했다. 1969년 법이 개정되며 21세 이상 성인들 사이의 동성애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군대의 변화는 더뎠다. 1984년 작성된 국방부 문서에는 동성애 성향을 가진 장교가 승진하거나 주요 임무를 맡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차별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1998년이었다. 동성애로 인해 직위해제된 한 소대장이 군대 내 인사 차별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고, 이는 독일 사회에 파장을 불러왔다. 압력을 받은 당시 국방장관 루돌프 샤르핑은 2000년 7월3일 군대 고위 인사들의 반대에도 차별금지에 관한 내용을 인사 규정에 공식적으로 포함했다. “동성애는 임무나 지위의 제한 근거가 되지 않으며 임무 적합성에 대한 시험 기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소수자 군인들을 향한 부대 내 따돌림은 계속되었다.

2017년 또 한 번의 진전이 있었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연방군 내 성적 지향과 정체성’이라는 제목의 워크숍을 주최했다. 그는 다양성이 연방군을 강하게 만들며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같은 성정체성과 상관없이 인재를 모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워크숍에는 군 고위급 인사들과 성소수자 군인들, 정치권의 군 관련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비팡 역시 이 자리에 참석해 “성소수자가 존중받는 환경은 당사자들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불이익 당한 군인의 복권을 위한 법안

2019년 비팡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나는 아나스타지아입니다(Ich bin Anastasia)〉가 공개되었다. 그는 독일군 내에서 자신이 가시적인 예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퀴어 군인들에게 자극을 주고 선입견을 없애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비팡은 성소수자 군인의 이익을 위한 단체 ‘퀴어 군인 협회(QueerBW)’ 부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0년 11월25일 독일 연방 내각은 군대 내에서 동성애나 성정체성으로 인해 체계적으로 불이익을 당한 군인들의 복권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로 합의했다. 이 법안은 과거 동성애로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은 군인이나, 성정체성을 문제 삼는 군 규정으로 2000년 7월까지 인사 불이익을 당한 군인들의 복권을 규정하고 있다. 분단 시절 동독 군대에서 불이익을 당한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독일 인구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했을 때 군대 내 트랜스젠더는 최대 1300명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공개된 경우는 매우 적다. 2017년 7월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 보도에 따르면 대외적으로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밝힌 군인은 30명 정도로 알려진다. 독일군은 병사의 성전환 수술과 호르몬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기자명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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