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Photo7월27일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에 자원한 한 시민이 개발 중인 백신을 투여받고 있다.

9월 들어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된 뉴스의 온도가 다소 달라졌다. 개발 속도에서 가장 앞서나가던 제약사인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9월 초 돌연 임상시험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개발하던 백신에서 부작용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일주일 뒤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시험을 재개했다. 그동안 쾌속 순항해온 것으로 알려졌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일까.

전문가들은 빨간불이 아니라고 말한다.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중단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임상 3상을 할 때 아무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수만 명 규모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 감기로 열나는 사람, 다른 병으로 몸이 안 좋아지는 사람 등등 온갖 케이스가 나올 수 있다. 주요한 이상반응이 나오면 임상시험을 멈추고 백신과 관련이 있는지, 얼마나 심각한 부작용인지 일일이 조사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문제가 있는 백신은 걸러지고 정말 믿을 만한 백신이 출시된다. 코로나19 백신은 서둘러 개발되고 있어서 이런 과학적인 검증 단계가 흐트러질까 봐 매우 걱정했는데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이번에 확인했다.”

제약회사나 연구팀에서 백신이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 물질을 개발한다. 기뻐할 때가 아니다. 이후로 남은 단계가 더 길고 어렵다. 그 물질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기나긴 테스트가 필요하다. 후보 물질은 동물실험(전임상시험)을 거친 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테스트인 임상시험 3단계(1상·2상·3상)를 통과해야 한다. 1상은 수십 명 규모, 2상은 수백 명 규모, 3상은 수천 명에서 수만 명 규모로 시험이 이루어진다. 임상 3상에서는 시험 참가자들을 ‘위약(가짜 약) 투여 그룹’과 ‘실제 백신 투여 그룹’으로 나눈다. 그다음 참가자들을 장기간 추적 관찰한다. 소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1상, 2상과 달리 3상 참여자들은 청소년부터 고령층까지 매우 다양하다. ‘실제 백신 투여 그룹’에서 ‘위약 투여 그룹’보다 통계적으로 유효한 성과가 나올 때, 해당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다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실전 테스트라 할 수 있기에 3상에서는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희망적인 뉴스만 들려오던 코로나19 백신 가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듯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건 이 때문이다. 9월 초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물론이고 미국·영국·중국·러시아·독일 등의 제약사 9곳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어떻게 보면, 수많은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전 테스트(3상)인 만큼 중단과 재개 소식이 빈번히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뉴스들이 지닌 의미를 정확히 독해해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나친 불신도, 성급한 기대도 방지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사례는 좋은 교재다.

임상시험 중단과 재개 사이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중단한 건 9월6일이다. 이 사실은 9월8일 미국 의학 전문지 〈스탯(STAT)〉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스탯〉은 영국에서 진행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 참가자에게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여러 국가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데 영국·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2/3상(2상과 3상이 결합된 형태)을, 미국에서는 3상을 시작했다.

뒤이어 언론을 통해 자세한 내용이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질환이 횡단척수염이라고 보도했다. 횡단척수염은 뇌와 척추뼈 사이로 내려오는 신경인 척수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근육통증을 수반하고 하체 감각에 이상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 하체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횡단척수염의 원인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에게서 횡단척수염 증상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 원인은 백신의 부작용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는 이야기다. 영국의 과학 전문지 〈네이처〉는 9월9일 기사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이 중지된 건 이번이 두 번째라고 전했다. 지난 7월에도 횡단척수염 증세를 보이는 참가자가 있어서 안전성 검사를 했다. 그러나 해당 환자의 증상은 백신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9월16일 CNN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부작용 의심 증상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이 증상이 나타난 참가자는 37세 영국 여성으로 기존 건강 문제는 없었다. 9월2일 (쓰러지지는 않았으나) 갑작스럽게 발을 헛디디는 증상이 나타났다. 바로 다음 날인 3일엔, 보행에 불편을 겪으면서 팔의 통증과 무력감을 호소했다. 환자는 9월5일 병원에 입원했다. 신경과 전문의는 그의 증상이 호전되고 있다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다음 날인 9월6일 글로벌 차원으로 여러 국가에서 시행 중이던 임상시험을 모두 중단했다. 각국의 의약품 규제기관 및 아스트라제네카가 꾸린 외부 전문가 독립위원회가 백신의 안전성 관련 데이터를 검토했다. 9월12일 아스트라제네카는 성명서를 통해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영국 임상시험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자체 조사가 끝나지 않아 미국 임상시험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9월17일 기준). 임상시험 도중 문제가 생기면 중단한 뒤 원인을 검토하고, 해당 국가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아 시험을 다시 진행하는 과정이 절차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성명에는 중요한 정보가 빠져 있었다. 부작용 의심 증상이 정확히 어떤 질환인지, 부작용 의심 증상과 백신 접종이 관련돼 있는지 등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각국의 규제기관과 임상시험 참가자들에게는 이번 중단과 관련된 구체적인 메디컬 정보를 추가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인들이 부작용 의심 증상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언론이 자체적인 취재를 통해 입수한 것들뿐이었다.

ⓒAP Photo2월12일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 과학자가 스위스 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핵심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제약사를 보면 미심쩍은 생각이 든다. 왜 지난 7월 임상시험을 중지했던 사실을 알리지 않은 걸까? 왜 백신과 증상의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언급하지 않는 걸까?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 대중 입장에서는 의심스러워 보일 수 있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아스트라제네카만 유별나게 정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백신도 약도 일반적으로 임상시험에서 정보를 많이 발표하지 않는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용될 수 있고 경쟁하는 회사들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이런 과정이 알려지는 것이다. 백신 회사에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숨기는 게 아니다. 결국 미국 FDA나 우리나라 식약처 같은 곳에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검증을 받게 돼 있다.”

의약품 개발은 임상시험부터 의약품 승인까지 각국 정부의 규제기관에 의해 촘촘하게 관리된다. 임상 1상에 들어가고 2상, 3상으로 넘어갈 때마다 심사를 거쳐 승인을 얻은 뒤 다음 단계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중간에 변경 사항이 있어도 규제기관에 알리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대상자 수를 3만명에서 4만4000명으로 확대했는데, 이 역시 미국 FDA에 허가를 구해야 했던 사안이다.

의약품 심사 과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백신 안전성을 확인하는 감시망이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글로벌하게 짜여 있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중인 백신이라도 이상반응이 일어나면 WHO에 모두 신고가 된다. 이번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된 정보도 마찬가지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MHRA에 보고하면 정부 기관에서 주기적으로 WHO에 다시 보고를 한다. 그런 정보를 취합해 다른 백신을 개발했을 때도 나타났던 증상인지, 중증도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9월10일 경북 안동시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엘하우스 백신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맨 오른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정보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백신 개발 회사와 규제 당국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제약사들이 임상시험 중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례적인 속도로 개발되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면 평상시와는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영리 의료연구기관 ‘스크립스 리서치(Scripps Resarch)’의 에릭 토폴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역사상 이렇게 중요한 임상시험은 없었다. 모든 것이 투명해야 한다.” 앞선 8월 미국 의학협회(AMA)는 코로나19 후보 백신들에 대한 정보를 의사들과 공유해달라는 취지의 공개서한을 미국 FDA에 발송했다. “의사들이 환자와 대중에게 백신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FDA가 백신을 허가하는 과정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미국에서 유독 이런 요구가 나오는 데에는 정치사회적인 배경이 있다. 미국은 ‘백신 접종 거부자(anti vaxxer)’가 오랫동안 사회문제로 대두돼왔던 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11월 대선 전까지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재촉하면서 ‘백신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급박한 과제로 떠올랐다.

백신을 믿고 대규모 접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두 가지 신뢰가 함께 가야 한다. 백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과학에 대한 신뢰와 규제 당국으로 대변되는 정부에 대한 신뢰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 중단은 정보 투명성이 아쉬운 대목이지만, 긴급하게 돌아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도 과학적인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어떨까. 한국 식약처가 승인한 백신은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맞을 수 있을까. 이러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들이 필요할까. 다음 기사(제681호)에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모색한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