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서울과 경기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8월16일,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 성가대가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쓴 채 성가 연습을 하고 있다.

8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증상이 없는 시기에도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무증상 감염 형태로 조용히 퍼지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집단감염에 유리한 환경을 만나면 폭발적으로 확진자 수를 늘린다.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수차례 바이러스를 증폭시킨 ‘집단감염에 유리한 환경’ 중 하나가 교회였다.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월부터 민간 전문가로 코로나19 방역에 참여해온 이혁민 신촌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마스크를 하고 거리두기 지침을 잘 지키면 예배 자체는 크게 문제없어 보인다. 문제는 한국 교회에서 활성화된 소모임과 성가대, 찬양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노래 부르기다. 노래를 부를 때 굉장히 많은 양의 비말이 만들어진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교회들의 공통점은, 성가대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노래하거나 신자들의 찬송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경각심이 덜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성가대가 ‘슈퍼 전파’의 경로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지난 3월 미국 워싱턴주의 한 교회 성가대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 대표적이다. 해당 교회가 위치한 스카짓카운티의 보건 당국은 이 사례를 면밀히 조사해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발간하는 주간 보고서에 발표했다.

스카짓카운티의 보건 당국은 3월10일 성가대 연습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파악했다. 연습은 커다란 다목적홀에서 저녁 6시30분부터 9시까지 이루어졌다. 성가대 단원 122명 중 61명이 연습에 나왔고, 이 가운데 1명이 3월7일부터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단원들은 한 줄에 20개씩 의자를 여섯 줄로 배열했으며 각 의자 사이의 거리는 15~25㎝(6~10인치)에 불과했다. 다만 불참한 61명의 자리를 비워둔 덕분에 참석자들이 연달아 붙어 앉지는 않았다.

40분 동안 전체 연습을 한 뒤 두 그룹으로 나누어 50분 동안 추가 연습을 했다. 이때 한 그룹은 작은 방으로 이동했다. 두 그룹 모두 단원들이 가까이 붙어 앉아 노래를 불렀다. 15분간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다목적홀에 과자와 오렌지가 준비됐다. 많은 참석자들이 다과를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45분 동안 전체 연습을 진행했다. 의자를 되돌려놓는 과정에서 단원들 사이에 밀접 접촉이 이루어졌다. 연습이 끝나고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이 같은 2시간30분 동안 성가대 연습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참석자 61명 중 32명이 코로나19로 확진됐다. 19명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이들은 진단검사를 받지 않았다). 3명이 병원에 입원했고 이 가운데 2명이 사망했다. 스카짓카운티 보건 당국은 확진자 32명과 증상 발현자 19명이 성가대 연습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보고, 2차 감염률(secondary attack rate)을 86.7%로 계산했다. 진단검사에서 확진을 받은 사람들로 한정해도 2차 감염률은 53.3%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평균적으로 밀접 접촉자의 5%가량을 감염시킨다는 보고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스카짓카운티 보건 당국은 이 보고서에서 비말 감염이나 매개물 감염의 가능성과 함께 ‘노래 부르기’ 자체가 코로나19 전파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높은 2차 감염률은 단체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특정 조건에서 코로나19가 매우 쉽게 전파된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네덜란드에서도 성가대와 합창단이 집단감염의 고리가 된 사례가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국가와 미국의 몇몇 주는 예배 중 노래를 금지했다.

영국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전문가 집단인 ‘비상사태 과학 자문그룹(Sage)’ 역시 7월 보고서를 통해 노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노래가 말하기와 숨쉬기보다 에어로졸(미세비말)을 더 많이 생산한다는 증거들이 있다. 노래 부르기는 기침(cough)에 비견할 만하다.” 2009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에어로졸 전문가들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10초 동안 ‘아(aah)’ 소리를 내면, 30초 동안 기침을 반복하는 것보다 60% 더 많은 에어로졸이 생성됐다.

성가대, 찬송 관련 지침이 필요하다

노래 부를 때 입을 움직이는 방식이 바이러스 전파를 ‘효율적(바이러스 입장에서)’으로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미주리주에서 합창단을 지휘하는 음성학자 헤더 넬슨은 오스트레일리아 〈ABC 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노래를 할 때 모음을 발음하는 경우 입이 크게 벌어져 에어로졸 배출이 방해받지 않는다. P와 B 같은 자음은 공기를 부풀리며 큰 비말을 배출한다. 노래를 부르면 말할 때보다 더 큰 힘을 주기 때문에 더 멀리 침을 튀긴다.” 또 노래를 하면 더 자주 더 깊게 호흡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비말과 에어로졸을 더 많이 배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더 많이 흡입하는 이중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다양한 노래 부르기 행위 가운데서도 성가대 연습이나 예배 중 찬양은 전파 가능성을 특히 높인다. 음성 의학과 과학에 대한 전문 단체 ‘보이스 재단(Voice Foun-dation)’은 자체 발간하는 저널에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더 안전한 노래하기: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Safer Singing During the SARS-CoV-2 Pandemic:What We Know and What We Don’t)’이라는 논문을 실었다.

미국 위스콘신 의대와 매사추세츠 안·이과 병원의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단서를 전제로 노래 부르는 행위별 위험을 분류했다(〈그림〉 참조). 연구진이 고려한 요소는 노래를 부르면서 배출되는 바이러스의 양(가로축)과 여기에 노출되는 시간(세로축)이었다. 성가대 연습과 예배 중 합창은 두 요소 모두에서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연구진은 판단했다.

바이러스 농도가 높은 공간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다면 공기 전파의 가능성도 생긴다. 코로나19의 주된 전파 경로는 비말 감염이지만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공기 전파가 가능하다고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의해 인정된 바 있다. 실내에 다수가 모여 노래 부르는 성가대의 경우, 공기 전파라는 특수한 현상이 발생할 만한 환경을 제공한다. 에어로졸 전문가를 중심으로 과학자 239명은 7월 초 ‘코로나19 공기 전파를 다룰 시간이 되었다(It is time to address airborne transmission of COVID-19)’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공개서한에서 전문가들은 3월 미국 워싱턴주 성가대 연습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의 원인이 공기 전파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시대에 노래는 중단되어야 하는 것일까. 앞서 언급한 ‘보이스 재단’ 저널 논문은 코로나19 전파 위험을 낮추는 방법 11가지를 제시했다. 한국에서도 의미가 있을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가능하면 야외에서 (노래) 연습하라. 실내라면 창문과 문을 열고 환기 전략을 세워라.

② 마스크를 착용하라. 마스크를 쓰고 노래할 수 있다. 다만 마스크는 일부 사람들에게 호흡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폐 기능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그렇다.

③ 연습을 할 때 혼자 원격으로, 혹은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하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6피트(약 180㎝) 이상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④ 연습 시간을 줄여라. 완전히 안전한 연습 시간이란 없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라.

⑤ 노래 연습과 관련 없는 시간을 제한하라(휴식시간, 사교활동, 음식 등등).

ⓒ연합뉴스8월1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방역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마지막에 이런 주의를 덧붙였다. “이 방법들은 코로나19 전파의 위험을 줄일 수는 있지만 제거하지는 못한다. 궁극적으로 각 개인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정도를 판단해 노래 활동을 이어갈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마스크를 쓰면 노래에 방해가 되니, 대신 투명 플라스틱으로 된 얼굴 가리개를 쓰면 어떨까. 실제로 오스트리아의 한 소년합창단은 이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독일 연구진이 바이에른 라디오 합창단과 함께한 실험에 따르면 얼굴 가리개는 전파를 막는 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노래를 하며 배출된 에어로졸은 얼굴 가리개에 부딪힌 뒤 그 주변으로 펴져나갔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8월18일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8월19일부터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교회는 비대면 예배만 허용되고 그 외의 모임과 활동은 전면적으로 금지됐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신규 확진자 수가 안정세에 접어든다면 고강도 방역조치는 해제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교회 소모임이 방역의 걸림돌로 지적돼왔지만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그 못지않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방역 수위를 낮추는 시기가 오기 전에 성가대, 찬송과 관련해 좀 더 세심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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