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변했다’고 말하는 분들을 가끔 뵌다. 내가 이전엔 북한이나 중국에 우호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관점도 바뀐 것 같다고 한다. 나 스스로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그렇게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볼 때 바뀐 것은 ‘남문희’라는 개인이 아니라 주변 상황이다.
정세를 보는 나의 판단 기준은 같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도움이 되는 것은 선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비판의 대상이다. 내가 생각하는 한반도의 평화는 1차적으로 나와 내 가족이 속한 공동체, 즉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다. 그것은 남북관계와 분리되지 않는다. 따라서 남북 간의 화해와 통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이보다 화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2002년 7·1 조치로 상징되는 김정일 정권의 체제 전환 노력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이를 도와주진 못할망정 방해만 거듭해온 당시의 미국, 중국, 일본 정권들에는 비판적이었다. 2007년 말 김정일이 중국 대신 한국의 새 정부 및 미국과의 관계에서 북한의 활로를 찾겠다고 결심했을 당시 이명박 정권은 대북 강경책으로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은 한국에 무기를 팔았다. 당시의 한·미 정부를 비판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직전 제3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은 명백히 김정은 정권의 잘못이었다. 그렇다고 3년을 허송세월한 박근혜 정권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폭주 배경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북한이 이미 세계적인 전략 국가가 됐다며 남한을 무시하고 미국과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데는 찬성할 수 없었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압박을 하면서도 대북 포용의 여지를 열어둔 것은 역대 미국 정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전이자 기회라는 점을 평가해야 마땅하다. 반면 중국이 자신들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긴 하나 최근 몇 년 사이 북·중 관계에서 보인,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에 대해 우호적일 수는 없다. 중국이 뒤에서 장난치지 않았다면 4·27 판문점 회담 이후 한반도 상황은 지금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기자는 매 순간 시시비비를 가리는 직업이고 기사는 그 산물일 뿐이다. 세상이 요동을 치는데 어떻게 하나의 관점만이 있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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