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조선중앙통신7월26일 ‘조국해방전쟁 승리 67주년’을 기념해 ‘백두산 기념 권총 수여식’이 열렸다.

지난 7월10일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는 한반도 주변의 정세 흐름과 관련해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담화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미국 대선 기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 생각이 없다. 김여정 담화가 나올 당시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 대선 직전의 ‘깜짝 북·미 정상회담’을 의미하는 ‘10월 서프라이즈’가 거론되던 때였다. 이에 대해 김여정은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이익이 될 뿐 북한은 얻을 게 없기 때문에 응할 생각이 없고 응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기까지는 북한 처지에서 보면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두 번째 내용으로 들어가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트럼프 정부가 급히 만나자는 이유는, 북한이 지난해 12월에 언급했던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에 불안감을 느껴서인 듯하다. 그러나 정작 김여정은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즉 미국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 북한이 먼저 도발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지레 불안해서 선제공격할 것을 오히려 걱정하는 언급을 덧붙이기도 했다. 6월16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후 한반도 상공을 넘나들었던 미국의 정찰기·전투기·폭격기 증강에 대한 두려움이 북한 지도부에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시사IN〉 제672호 “김여정 담화에 드러난 ‘북한의 전쟁 공포’” 참조).

그러나 이렇게 정리하고 넘어가기는 뭔가 미진하다.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준비해온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카드는 애초부터 2017년과 같은 북·미 대결 구도만을 상정한 것이 아니었다. 미·중 대립을 축으로 한 2020년의 동북아 정세를 감안한 카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잠수함과 SLBM의 소유권은 북한이 갖고 있지만 그것의 발사를 통한 전략적 이익은 중국에 돌아간다. 북한은 중국과 공동기획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미국의 압도적 화력에 두려움을 느껴서 ‘먼저 도발하지 않겠다’고 한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전략무기 도발은 북·미 관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애초부터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중 밀약’이든 ‘암묵적 공감’이든, 중국이 미국과 군사적 대치 상황에 돌입해 북한에 SLBM 발사를 요구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의 미·중 대치 국면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며, 그때 중국의 의도와 북한의 대응이 2017년 이래 전개된 한반도 정세에 미칠 함의는 무엇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김여정은 왜 담화의 끄트머리에서 미국의 7월4일 독립기념일 DVD 얘기를 꺼냈을까. 설마 독립기념일 DVD를 구할 줄 몰라서 그러지는 않았을 듯하다. 미국 측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그 주제 역시 대선 운동 기간에 정상회담을 할지 말지 같은 이미 알려진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본인의 관심사’라고 했으니, 김여정이 직접 나서겠다는 뜻도 들어 있다. 김여정이 직접 참여해 뭔가 포괄적인 내용의 대화를 미국과 나누고 싶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북한 당과 군의 주체파 세력은 지난해 10월5일 북·미 스톡홀름 회담이 무산된 뒤 대미 전략을 둘러싼 내부 갈등에서 외무성을 제압했다. 이에는 중국 군부와의 일정한 교감이 작용했으리라 판단된다. 스톡홀름 회담 결렬 뒤인 지난해 10월14일 먀오화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 주임이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해서 김수길 총정치국장 등 북한 군 수뇌부와 만났다. 그보다 두 달 전인 8월에는 김수길 총정치국장이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해 먀오화 주임을 비롯한 중국군 수뇌부와 회담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측은 북·중 양국의 군 수뇌부 회동을 심상치 않게 여겼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북한 주체파는 외무성의 북·미 대화 노선을 물리치고 중국과의 공조를 통한 무력 도발과 그것을 통한 경제적 이익 챙기기를 2020년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말미암아 2020년 상반기는 그대로 흘러갔다. 1월11일의 타이완 선거나 2~3월의 한·미 연합훈련 기간이 도발의 기회였으나 코로나에 묻혀버린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 5월31일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계기로 6월4일 김여정 담화 그리고 6월16일 연락사무소 폭파 등 일사천리로 도발이 이어졌다. 시간을 앞으로 돌려보면 이미 5월 초에 신포의 잠수함 부대가 SLBM 발사를 위한 부대 편제에 들어갔으며, 5월24일엔 당 중앙군사위 7기 4차 회의에서 이 작전을 점검하고 전략무기의 ‘격동상태 돌입’을 선언한 것이 확인된다.

ⓒ미해군 제공7월4일 미국 항공모함 니미츠호와 로널드 레이건호가 남중국해를 항해하고 있다.

미·중 군사 대치 국면에 발을 담근 북한

북한 군부가 실제 액션에 들어간 시점을 5월 초로 본다면 이 시점에 미·중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남중국해 정세가 초점이다.

지난 3월 말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로 괌으로 급히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3월24일의 미국 국방부 브리핑에 따르면 루스벨트호에 탑승한 해군 병사 3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들이 베트남 다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루스벨트호의 회항으로 남중국해에 힘의 공백이 나타났다. 중국이 힘으로 밀고 들어갔다. 4월2일 중국 해경이 베트남 어선을 들이받는 일이 발생했고, 4월10일부터 28일까지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서태평양과 남중국해, 동태평양 일대를 무대로 해상 기동훈련을 하며 위력 과시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의 천하는 딱 한 달이었다. 4월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반격이 예상 수준을 뛰어넘었다. 남중국해를 자국 영해로 주장하는 중국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 누리던 항행의 자유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저항으로 맞서왔다. 그러나 4월 말 다시 돌아온 미국은 그 수준이 아니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무력의 핵심인 전략핵 잠수함에 대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봉쇄작전에 돌입해버린 것이다.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는 중국 해군의 제2 잠수함 부대가 있다. 유사시 이곳에서 핵잠수함이 서태평양으로 빠져나가 미국 본토를 SLBM으로 위협함으로써 미국의 공격을 차단한다는 것이 중국의 대미 군사전략에서 핵심이다. 그런데 중국 잠수함들이 서태평양으로 진출하려면 타이완 남부와 필리핀 북부 사이에 위치한 바시 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폭 350㎞, 너비 150㎞인 이 해협이야말로 중국 잠수함이 안심하고 남중국해에서 서태평양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여기 말고도 3곳 정도 통로가 더 있지만 주변국의 초계 활동에 노출되거나 해저 지형 문제 때문에 이용하기 어렵다. 그동안 중국 측은 바시 해협을 통과한 뒤 서태평양으로 나가 괌과 알래스카 일대까지 자유롭게 들락거릴 수 있었다.

그런데 4월 말부터 그런 작전이 불가능해졌다. 미국이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과 P-3C를 집중 투입해 바시 해협을 봉쇄해버린 것이다. 5월부터는 빅토리우스급 해상정찰함까지 투입해 본격적인 중국 잠수함 사냥 작전에 돌입했다.

중국이 홍콩보안법 강행을 결의한 전국인민대표회의를 개막한 것이 5월22일이었다. 6일 뒤인 5월28일엔 보안법 통과를 결의했다. 이날, 세계의 눈이 홍콩에만 집중하느라 놓친 부분이 있다. 일본 요코스카에 주둔 중이던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호가 중국, 타이완, 베트남 등이 영유권을 주장해온 파라셀 군도를 항행하면서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 작전을 통해 해당 수역이 중국 영해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했다.”

미국 측이 ‘항행의 자유’라는 이전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남중국해는 공해’라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따라서 남중국해가 자국의 영해라는 전제하에서 작전을 펴온 중국 해군은 언제든지 미국 해군과 군사적 대결 상태에 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몰렸다.

미국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4월 말부터 남중국해를 무대로 시작된 미국의 대중국 군사 압박은 이전과 질적으로 다르다. 일전불사(一戰不辭)의 의지를 바탕에 깔고 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아니다. 미국 워싱턴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7년 트럼프 정부 출발 때부터 준비되었다. 2017년 2월 트럼프 정부 출발 직후 6개월간 미국 행정부에는 중국 측을 상대할 담당자들이 모두 공석이었다. 사실은 6개월의 공백기 동안 중국을 군사적으로 제압하기 위한 방안을 치밀하게 강구한 셈이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해준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군사 준비 태세를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북한을 겨냥한 군사적 최대압박 전략은 방향만 바꾸면 중국을 겨냥한 것이 된다. 최대압박 전략을 핑계로 일본 주변에 집결시킨 함선들을 대중국 군사작전에 그대로 투입할 수 있어서다.

최근의 미군 동향이 심상치 않은 것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군사전략이 처음부터 ‘쿠바 모델’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이다. 1962년 10월14일부터 24일까지 미국과 소련 간에 쿠바에 배치된 소련의 중거리 핵미사일을 둘러싸고 벌어진 쿠바 위기는 “3차 세계대전을 불사하겠다”라는 케네디 대통령의 일전불사 자세에 소련이 물러나면서 해결됐다. 트럼프 정부 역시 중국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같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각오를 갖고 처음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은 바로 이런 태세 위에서 전개되었다. 코로나 사태와 홍콩 문제가 그 시기를 앞당겼다.

코로나 사태로 올해 초의 도발 기회를 상실한 북한의 주체파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은 정확하게 미군이 일전불사 태세로 남중국해를 장악해 들어간 시기와 일치한다. 북측의 신포 잠수함 부대는 4월 말 미국 측의 바시 해협 봉쇄 직후(5월 초), SLBM 발사 태세에 들어갔다. 홍콩보안법을 상정한 중국 전인대 개막 3일째인 5월24일, 북한 노동당은 중앙군사위 제7기 4차 회의에서 부대 편제를 확인하고 ‘전략무기 격동상태 진입’을 선언했다. 그리고 5월28일 중국 전인대에 상정된 홍콩보안법 결의안이 통과돼 시끌시끌한 와중에 마침 탈북자들의 ‘삐라’ 살포 사건이 발생하자 6월4일 김여정 담화로 북한의 도발이 시작됐다. 6월16일에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추가적 군사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북한이 국제적인 시선을 끌어오는 와중에 중국은 6월29일 예상보다 빨리 홍콩보안법 실행에 들어갔다.

북한이 이처럼 정세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중국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게임을 해오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응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2017년의 미사일 발사 정국을 예상하고 판을 벌였을 텐데 미국의 대응은 남중국해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전을 방불케 했다. 북한이 SLBM을 발사하는 경우, 미군 초계기가 북한 잠수함을 추적해 폭파하고 반격 시에는 전면 공격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6월24일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 제7기 5차 회의의 예비회의를 통해 인민군 총참모부의 추가 군사행동을 유보시키고, 김여정이 7월10일 담화로 북한이 먼저 도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이유다.

ⓒXinhua2019년 6월20일 평양순안공항에 도착한 시진핑 주석(왼쪽)을 맞이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북한은 중국의 대리전 함정에 빠질 것인가

그러나 이것만으로 끝난 게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가 남아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화된 주체파의 기획은 중국과 공동기획의 성격이 강하다. 즉 중국이 올해 예상되는 남중국해나 홍콩, 타이완을 둘러싼 미국과의 군사 대치 상황에 북한을 끌어들이고 그 대가로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거래다.

현재 북·중 간에는 중국의 경제 지원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중국이 남포항을 통해 식량 80만t을 지원했다는 기사가 느닷없이 등장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 3~4월에도 중국의 북한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수만t 수준에 그쳤던 것 같다. 비료 지원은 예년 수준과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미미하다.

이와 관련, 북한이 식량이나 비료는 ‘알아서 할’ 터이니, 올해 10월10일 완공이 목표인 원산 갈마지구 관광단지의 건설자재, 평양종합병원의 진단 장비, 항공유 등의 군수물자 같은 비싼 자원을 중국 측에 요구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대북 소식통은 북측이 평양종합병원 진단 장비 지원을 요구한 데 대해 중국이 합작투자 형태로 공동경영할 것을 요구해 결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로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옹색한 처지를 움켜쥐고 ‘미·중 간의 군사 충돌 시 북한의 대리전 참전’이란 카드를 고집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남중국해는 언제 충돌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형국이다. 대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반전의 카드로 이미 준비된 군사작전을 언제든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미군 함정 보호를 명분으로 한 일본 해상자위대는 물론 오스트레일리아, 베트남, 필리핀 등 남중국해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국가들과 전선을 마주하게 된다.

우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강대국의 흔한 전략인 ‘대리전을 통한 전장의 전가(buck-passing)’만이 탈출구다. 북한의 참전으로 한반도를 ‘대리 전장(戰場)’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제2차 대전 직후 동유럽에 대한 지배를 안정시키기 위해 한국전쟁으로 한반도를 대리 전장화한 스탈린의 전략을 시진핑 중국 주석이 사용하려고 시도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치적 사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라는 유혹에 빠져 섣불리 행동에 나서면 그다음 결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을 남중국해와 한반도라는 두 개의 전선에 몰아넣는 데 성공한 중국은 곧이어 미국에 휴전을 제안할 것이다. 그다음 단계에서는 ‘북한의 분할지배’로 북핵 문제를 풀자는 협상안을 내놓을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스탈린의 ‘벅패싱(책임 전가)’을 눈치 챈 마오쩌둥이 유엔군에 ‘원산-평양’선을 새로운 국경선으로 하는 타협안을 준비했던 상황과 겹친다. 중국은 언제든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연합뉴스2019년 6월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시 말해 김정은 위원장이 까딱 잘못 판단해 미·중의 군사 대치 상황에 SLBM 발사 등으로 끼어들면 북한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제한 공격을 당하든 중국의 함정에 빠지든 둘 중 하나다. 북측이 지난해 말 예상했던 상황이 아닌 것이다.

반대로 중국의 참전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외교적으로만 동조할 뿐 군사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중국의 보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즉,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의 군사적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과의 단절을 불사해야 하는 일이다.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를 염두에 두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동안의 북·미 회담과 차원이 다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이 현 상황을 타개하는 데에 제일 큰 장애요인은 한국에 대한 잘못된 태도다. 북측이 ‘대남 무시 전략’을 계속하며 북·미 관계에만 매달리면 해법을 찾을 수 없다. 미국은 한국에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기 전엔 북한과의 대화를 의미하는 ‘관여정책’을 펼 생각이 없었다. 한국이라는 동맹국에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정부가 등장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관여 전략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그 결과가 바로 4·27 판문점 회담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은 4·27 회담 추진 과정에서 있었던 남·북·미 3자 협력 구도가 유일하다. 한국을 배제한 북·미 관계는 환상일 뿐이다. 김여정이 미국과 DVD 외교를 통해 어디까지 소통할지 알 수 없지만, 그가 사전에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또한 새로 등장한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들 역시 지금 금강산 관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중 무력 충돌 시대에 북한을 전쟁이 아닌 평화의 길로 끌어들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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