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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60 평생만 놓고 봐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일들이 동시에 터진 경험은 없었던 거 같다. 옛 어른들이 입에 달고 다니던 “말세여, 말세”가 실감난다.

먼저 50일째 계속되어 역대 최장이었던 2013년의 49일, 그리고 가장 늦게 끝났던 1987년의 8월10일 기록을 갈아 치워버린 ‘장마’. 8월12일 오전 10시30분 기준 41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나비효과처럼 북극과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비를 퍼붓는 파생효과가 나타났다”라고 기상청은 말했다. 지난 6월20일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려진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 마을의 수은주가 38℃를 가리켰고, 예년보다 5℃ 이상 높았던 기온 때문에 발생한 시베리아 산불은 115만ha의 산림을 태웠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를 빼고는 설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도 시베리아의 기온이 계속 높아진다면 올해와 같은 장마나 가뭄이 계속되리라는 얘기다.

‘초협력자’ 인간이 수만 년 동안 터득한 협동

모든 나라, 모든 지역, 모든 사람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탄소 배출을 45%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당장 실천해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7위에 빛나고 국내총생산(GDP)당 에너지 효율성 최하위권인 한국 정부는 말 그대로 무임승차를 즐기고 있다. 대통령은 “기후 악당”이라는 비난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며, 시민사회의 아우성으로 ‘한국판 뉴딜’의 한 자리를 차지한 ‘그린 뉴딜’은 가히 ‘느린 뉴딜’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한가하기 그지없다. 천문학적 돈을 들여 한국 재벌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만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인가? 문재인 정부는 전 인류가 걸린 ‘공유지의 비극’을 솔선수범 구현하고 있다.

아직도 고개를 수그리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기후위기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경제학이 당연하다는 듯 가정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은 자연을 파고들었고, 삼림의 동물과 공생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로 삼았다. 태양의 불꽃을 닮았다고 하여 코로나라는 접두사가 붙은 이 바이러스는 계속 돌연변이를 만들어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 바이러스 하나에 5000만명이 감염되고 수십만 명이 죽어나가는 중이다. 지금처럼 자연을 계속 파괴하면 코로나19는 코로나22, 코로나24로 진화할 것이 분명하다.

‘초협력자’ 인간이 수만 년 동안 스스로 터득한 협동을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해야 인류는 생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불행하게도 세계 1, 2위 국가는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어딘가라는 극히 쓸데없는 논쟁을 하면서, 17만명 이상 사망자를 낸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마저 무력화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2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면서 그나마 겨우 만든 파리협정도 무단으로 탈퇴했다. 부동의 1위 중국은 그저 성장에 목매달고 있다.

전 세계 유수의 나라들이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경우는 자본주의 역사상 없었을 것이다. 이에 버금가는 위기를 맞았던 2008년에는 20개의 힘 있는 나라들(G20)이 공동의 대책을 마련했다. 이번에는 반대다. 이미 상호 관세 보복을 일삼던 두 거인은 아예 생산 사슬을 분리하려고 한다.

바로 투키디데스 함정(신흥 강국의 부상으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이 불러온 근시안이다. 패권국의 교체기에 어김없이(16건 중 12건) 나타난 투키디데스 함정은 21세기에 이르러 두 나라 간의 전쟁뿐 아니라 이제 세계 모든 나라, 인류의 절멸을 불러온다. 지금 어느 쪽에 붙을까, 어떻게 눈에 안 띌까만 고심할 때가 아니다. 모든 제3국과 함께 두 거인에게 싸움을 멈추고 기후위기와 경제위기에 힘을 모으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우리부터 제대로 된 ‘그린 뉴딜’을 실천해야 한다. 한반도의 두 나라가 먼저 ‘평화체제’를 선언하고 두 거인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몸집만 거대한 강대국들에게 제발 눈을 뜨고 멀리 보라고 소리쳐야 한다. 협동을 외쳐야 한다.

기자명 정태인 (독립연구자·경제학)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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