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5일 2050 저탄소사회 비전 포럼이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같은 이름의 계획을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해야 한다.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률을 2℃ 이하로, 나아가서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참가국들이 각기 스스로 결정한 감축 목표(NDC)를 제출해야 한다. LEDS는 NDC 설정을 위한 중장기 비전이다. 그러니까 환경부가 공개한 이 보고서는 파리협정의 ‘약속과 검증(pledge and review)’ 절차를 밟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민간’의 의견을 종합한 것이다.
보고서는 2050년 배출 목표로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제출했다. 2017년 약 7억t의 온실가스 배출을 기준으로 삼아 1안은 약 75%(1억7890만t 배출, 석탄발전 비중 4%), 2안은 69%, 3안 61%, 4안 50%, 5안 40%를 감축하는 안이다. 현재 제출되어 있는 한국 정부의 감축 계획이 지구의 온도를 3℃에서 4℃ 올릴 정도로 ‘매우 불충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1안도 유엔이 권고한 2050년 ‘넷제로(탄소 순배출량=총배출량-탄소 흡수량=0)’ 또는 ‘탄소 중립’에 이르지 못한다.
LEDS는 문재인 정부의 ‘전환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 보고서는 기술혁신을 핵심으로 발전, 건축, 교통 등 분야에서 일어나야 할 전환의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나 정책기획위원회의 2050 전략이 기후위기를 거의 완전히 외면한 데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교토의정서 이래 각국의 약속과 계획이 계속 실패한 이유를 다루지 않았다. 기후위기가 글로벌 공공재 게임, 또는 126개국 70억명이 참여하는 ‘n명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처음부터 논의 주제에 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이유로 파리협정의 앞날도 그리 밝지 않다. 각국은 세계 전체가 감축해야 할 총배출량에서 되도록 적은 비중을 차지하려고 경쟁할 것이다.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5안을 채택할 강력한 유인을 지니고 있으며(미국 상원이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 약속마저 지키지 않는다 해도 적절하게 응징할 방법도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세계 공통의 탄소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고(이 보고서 42쪽에도 나오듯이 2020년 이산화탄소 t당 40~80달러, 2050년 50~100달러가 제시되고 있다), 모든 나라의 합의를 끌어내기가 어렵다면 주요국 몇 나라가 탄소동맹(클럽)을 맺어 먼저 2020년 50달러를 선언하고 장차 역외국에 탄소관세도 부과하는 것이다. 공통의 탄소 가격은 우리가 부담을 갖는 만큼 다른 나라에도 부담이므로 모든 나라가 줄이기 경쟁을 하지는 않는다. 만일 이들 나라가 탄소기금을 만들 수 있다면 후진국에 전환 보조금을 주어 참가국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각국은 이 가격에 맞춰 국내 탄소세를 매길 수 있다(이 보고서는 배출권 거래제도의 획기적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1차 에너지원과 수입 에너지원에 탄소 함유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탄소를 포함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도 차례로 올라갈 것이다. 기술혁신과 에너지 전환, 산업 전환의 비용이나 속도에 비춰서 넷제로가 일어날 때까지 탄소 가격은 올라간다. 물론 탄소세 수입(2020년 탄소세를 50달러로 한다면 현재의 에너지 관련 세를 제외한 추가 20달러분에 대한 세수 약 14조원이 증가한다)은 이 전환에 따라 피해를 많이 보는 국내의 하위 계층과 탄소집약적 산업의 구조조정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은 ‘남이 하면 나도 한다’는 협동을 유도하는 것이고, 공통의 탄소 가격은 모두에게 협동의 유인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물론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 〈한겨레〉에 ‘기후악당 대한민국’을 기고한 초등학생 김아진양의 글을 보며 반성하고 생태시민의 규범과 행동양식을 확립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여태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이번 보고서가 이런 전략적 핵심을 반영해서 실제로 정부의 전환 전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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