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부모는 그를 헌신적으로 지지한다. 어머니 말레나 에른만은 스웨덴 왕세녀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를 만큼 인기 많은 국민 오페라 가수이지만, 딸의 뜻을 존중해 해외 공연을 중단했다.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도 유럽 여행을 떠나며 비행기가 아닌 전기차를 고집했다.
비행기로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를 몇 날 며칠 동안 자동차로 이동하던 스반테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화물차와 고속도로, BMW로 가득 찬 그곳에서 그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가솔린차를 전기차로 바꾸든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도 미국에서 머리가 띵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10월 말 비영리 저널리즘 취재를 위해 열흘 동안 출장을 갔을 때다. 어느 호텔을 가나 조식에 나오는 모든 접시, 컵, 포크, 나이프가 일회용이었다. 쓰레기통은 하나뿐이었다. 먹다 남은 베이컨이 담긴 접시와 오렌지주스가 담긴 컵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자 직원이 다가왔다. 그는 황당한 표정으로 눈앞의 쓰레기통을 가리켰다. “All? In here?(여기에 다 넣으라고요?)” 이번에는 내가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분리수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한국인 5000만명이 아무리 분리수거를 잘해도 미국인 3억명을 이길 수 없다는 ‘패배감’까지 들었다. 순간 울음을 터뜨린 스반테 툰베리가 떠올랐다. ‘스반테는 그 자리에 5분 동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포기할 생각을 하는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다시 스톡홀름을 향해 전기차를 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돌아와 다시 이 책을 읽었다. ‘나 하나로 지구가 달라질까’ 하는 의문 속에서도 오늘도 꿋꿋이 개인 컵을 챙기는 사람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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