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서울과 경기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8월16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하는 모습. 평소의 10%에 해당하는 신도가 참석해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8·15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교인 중엔 전광훈 목사와 그의 지지자처럼 극단적인 인사만 있었던 게 아니다. 다니는 교회의 목사나 장로의 독려로 참석한 평범한 신자들도 있었다. 친분 있는 교인을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현장을 찾기도 했다. 개신교 집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 지역으로 흩어졌고 확진자가 발견된 일부 교회가 폐쇄되었다. “보수화된 교회 안에도 다양한 정치적 관점이 있다. 전 목사처럼 반사회적인 인물뿐만 아니라 신앙심 깊은 평범한 어르신들도 집회에 참석했다는 게 기독교인으로서 절망하는 부분이다. 신앙의 결과로 전파자가 되었다는 게 가슴 아프다.” 한 개신교 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건 한국 교회도 마찬가지다. 단지 이번 일 때문은 아니다. 지난 3월, 개신교 주요 교단이 이단이라고 선을 그은 신천지의 대규모 집단감염 이후에도 교회발 감염은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서울시는 사랑제일교회 사태가 터지기 전인 1∼7월 교회 관련 확진자가 153명으로 서울 전체 확진자(1603명)의 9.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개신교 매체 〈뉴스앤조이〉가 5월20일부터 7월10일까지 교회 관련 감염 372건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개척교회 사례가 3분의 1이었다. 상당수가 소모임, 식사 등에서 확산되었다.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교회발 감염이 이어지자 7월8일 정규 예배 이외의 소모임을 금지했다. 교계는 각종 논평과 규탄 시위를 통해 거세게 반발했고 2주 만에 해제되었다.

감염의 경로가 소모임과 식사 자리인 건 다른 종교에 비해 개신교가 ‘성도 간의 교제’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교회는 예배와 모임이 많다. 새벽기도, 수요예배, 주일예배, 연령대별 구역모임 등 다양하다. 경기도에 있는 한 교회의 ㄱ 목사는 “신과의 관계(주일예배)가 가장 중요하지만 내부 사람들끼리의 교제와 친밀감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모임을 통해 생활을 나누고 관계가 깊어져야 교회에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한국 교회는 공간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밀도 높은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 교회는 감염병에 취약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 중앙감독체제인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의 개별 교회 중심 문화도 재난 상황에서 통일된 대응을 지연시킨다.

한국 교회는 코로나19를 지나며 이미 큰 도전에 직면한 상태였다. 주일성수(主日聖守)에 대한 인식 변화가 대표적이다. 주말, 교회에 출석해 예배를 드리는 걸로 주일(主日:하나님의 날)을 성별(거룩하게 구별)한다는 의미의 주일성수는 한국 교회가 초기부터 각별히 지켜오고 있는 신앙적 전통이다. 최진봉 교수(장신대 예배설교학)는 지난 8월5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주최로 열린 좌담회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교회’에 참석해 “현대사회의 가치관 변화에 따라 주일성수의 의미는 점차 퇴색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많은 교회들을 지탱하는 신앙의 가치는 주일성수다”라고 말했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19로 비대면 예배, 즉 온라인 예배가 강화되면서 신앙생활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일부 대형교회는 온·오프라인 예배를 동시에 진행했다.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신도를 배려한 보조적 수단이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예배가 전면으로 등장하면서 그 정당성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교회를 중심으로 대면 예배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역사적으로 교회가 어떤 탄압과 위기 속에서도 예배를 지속해왔다는 점과 공동체로서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 헌금 감소 등이 이유로 꼽혔다. 온라인 예배에 문제가 없다는 측은 성경에서 예배의 형식을 특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 교회사 속에서도 사회 변화에 따라 예배의 형식이 달라졌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설교나 예배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찬반을 떠나 코로나19는 신앙생활의 형태를 바꿔놓고 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기독교학과)는 “지난 2000년 동안 항상 지금의 형식과 방식으로 예배를 드린 게 아니다. 사회변동에 따라 적합한 방식으로 예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다른 방식을 개척할 수 있는데, 타협하면 신앙을 버리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비본질적인 거다. 교회의 본질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가령 감염병에 취약한 사람들 가까이 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주요 감염지 중 하나로 교회가 지목되면서 방역 당국의 권고와 지침대로 방역을 성실히 이행해온 교회들의 상실감이 크다. 일부는 차에 탄 채 기도를 나누는 ‘드라이브 스루’ 심방을 시도하거나 각종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성가대의 합창 대신 독창 형태로 예배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교단이나 교회연합 차원의 대응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개혁적 기독교 연구단체인 청어람ARMC 오수경 대표는 대형교회와 교단이 최근 상황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를 통해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것도 교인으로서 충격적이고 수치스러운데, 대형교회나 영향력 가진 교단이 책임감 있는 언어를 내고 있지 않다. 하다못해 교회별로 집회 참가자에게 선별검사를 독려하는 지침을 내리는 등으로 대응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집회 그다음 날도 대형교회들은 차별금지법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설교했다. 성도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유리되어 있다.” 방역 당국의 ‘소모임 금지’ 발언이 나오자마자 “관료적인 발상의 면피용 조치로 심히 유감”이라는 논평을 내고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던 교계 최대 연합인 한국교회총연합은 논란이 커지자 8월18일 “최근 몇 교회가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고 교인들과 지역사회에 감염 확산의 통로가 된 데 대하여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를 두고는 정치집단화되어 안타깝다며 선을 그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을 지나며 한국 교회는 어떻게 달라질까.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한 대형교회만 살아남거나 반대로 큰 교회들이 가장 타격을 입을 거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경기도의 ㄱ 목사는 “우리 교회만 해도 월세는 나가는데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어 공간이 비어 있다. 작은 교회의 타격이 가장 큰데 그렇다고 몰락할까? 아마 새로운 방법을 고안할 것 같다. 타 교회와 공간 셰어를 한다든지 공간 없이 이끌어간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건물을 올리느라 빚이 많은 대형교회가 타격을 입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교회를 가지 않고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이 늘어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전과 달리 설교나 예배를 비교 선택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추어지고 있다. 특정 교회의 온라인 예배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8월19일부터 수도권 교회에서 소모임은 물론이고 대면 예배가 금지되었다. 또 다른 개신교계 연합인 한국교회연합은 이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가장 큰 위기나 변화는 ‘온라인 예배’ 같은 예배의 형식이 아닐 수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책임이 한국 교회에만 있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시민들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오수경 대표는 “교회가 시민을 길러내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신앙심이 신실한 신앙인을 많이 성장시켰지만 정작 시민으로 사회에서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지 않았나.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교회가 바이러스의 배양지가 된 것에 대한 참회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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