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셜뮤직 제공테일러 스위프트의 신작 앨범 〈포클로어(Folklore)〉.전작 〈러버(Lover)〉(2019)와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기왕의 몇 가지가 ‘없는’ 앨범이다. 첫째, 업 비트로 진행되는 곡이 없다. 적시하자면 ‘셰이크 잇 오프(Shake It Off)’ 같은 타입의 음악은 못 만날 거라는 의미다. 둘째, 폭발하는 구간이 없다. 따라서 멜로디의 낙차가 커질수록 감동받는 사람에게는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을 음악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작 〈포클로어(Folklore)〉는 이렇듯 먼저 지움으로써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그의 음악을 꾸준히 챙긴 팬들조차 앨범을 듣고는 감탄을 넘어 놀랍다는 독후감을 쏟아내고 있는 이유다.

과연, 일관되게 차분하다. 이런 정서에 가까워진 이유, 바로 코로나19가 결정타였다고 한다. 거의 외출을 할 수 없었고, 대신 집에서 악기를 만지작거리며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가면서 곡을 썼다고 테일러 스위프트는 말한다. 그렇다. 이건 이야기의 힘을 믿는 자만이 일궈낼 수 있는 앨범이다. ‘민속’ ‘전통문화’ 정도로 해석되는 단어를 간판으로 내건 바탕이기도 하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설명을 들어본다.

“전통의 이야기라는 건 말로 전해지고, 노래가 되기도 하잖아요. 그러면서 현실과 환상이 섞여 흐릿해지고, 사실과 픽션의 경계를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되죠. 코로나19로 인해 고립을 겪으면서 내 상상력은 마구 날뛰기 시작했어요. 이 음반은 그 상상력의 결과, 즉 의식의 흐름처럼 머릿속에 떠다닌 이야기와 노래를 묶어놓은 결과물이에요. 펜을 들고 나는 환상과 역사, 기억 속으로 도피했죠. 그러고는 사랑과 경이로움, (다소의) 엉뚱함으로 최선을 다해 다듬었어요. 이제 내가 만든 이야기를 팬들에게 넘길 차례예요.”

어쩌면 후크(hook)나 절정을 일부러 지양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대신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그는 최소 프로덕션을 지향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그가 협업을 요청한 동료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바로 인디 록밴드 ‘더 내셔널’의 멤버 아론 데스너다. 만약 더 내셔널이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다음 두 곡을 권한다. ‘노바디 엘스 윌 비 데어(Nobody Else Will Be There)’와 ‘라이트 이어스(Light Years)’다.

이제 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포클로어〉는 팝음악으로서 탁월했던 전작 〈러버(Lover)〉(2019)와 방향성부터 다르다. 간단하게 메인스트림 팝과는 궤를 달리하는 음악이다. 편곡 역시 과하지 않다. 감정의 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순한 흐름을 유지하며 듣는 이를 스윽 끌어당긴다. 그래서 계속 곱씹어 듣게 된다. 가사를 함께 보면 더욱 좋다. 영어에 대한 부담은 갖지 마시라. 이미 몇몇 골수팬들이 인터넷에 해석해서 다 올려놓았다. 과연, 덕질만큼 세상을 이롭게 하는 행위는 없는 것이리라.

2021년 그래미 수상은 ‘따놓은 당상’

곡을 꼽아야 한다면 ‘카디건 (Cardigan)’ ‘어거스트(August)’ ‘베티(Betty)’, 이렇게 세 곡을 선택하고 싶다. 세 곡은 각각 주인공이 다르다. 그러면서 맞물려 있다. 이를 통해 테일러 스위프트는 관계에 대한 성찰을 차분한 어조로 길어 올린다.

〈포클로어〉를 내리 감상하면서 내 마음속에는 하나의 풍경이 펼쳐졌다. 빛에 반사되어 흐르는 강물이다. 잔잔하되 찬란하게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 아무래도 확언할 수 있을 것 같다. 2021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예감이 좋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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