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음악책을 소개한다.

ⓒ열린책들 제공

〈이 한 줄의 가사〉 (이주엽, 열린책들)

이 책의 완성도는 탁월하다. 이주엽씨는 글을 정말 잘 쓴다. 읽는 내내 감탄했는데 미문을 다루는 능력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문장의 호흡도 좋다. 보통 하수는 장문을 쓰고, 고수는 단문을 쓴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개 그렇다. 이주엽씨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장문과 단문을 정확하게 섞어 쓸 줄 안다. 이 덕분에 가독성의 전압이 유난히 높다. 그의 글은 나에게 여러모로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그렇다. 형식이 제 꼴을 갖추지 못하면 내용이 아무리 충실해도 무소용인 법이다. 아니다. 기실 글 잘 쓰는 사람은 이 둘 모두를 함께 일궈낸다. 변함없이 빼어난 장정일 선생의 글을 보라. 〈이 한 줄의 가사〉 역시 마찬가지다. 뭐 하나 모자람 없이 훌륭하다. 여러분이 꼭 읽었으면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책이 아우르는 시대적인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들국화와 시인과촌장이 초반부를 장식하는가 하면 후반부에 가서는 혁오, 싸이, 아이유 등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팝도 있다. 밥 딜런의 ‘미스터 탬버린 맨 (Mr. Tambourine Man)’과 퀸의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이 수미상관의 형식으로 서두와 말미를 장식한다.

“중요한 건 사운드다. 멜로디와 리듬이다. 가사는 그다음 문제다.” 비평가 사이먼 프리스의 이런 정의는 아마도 진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노랫말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를테면 노랫말은 듣는 이의 곡에 대한 동기화에 영향을 주는 최종 심급이다. 아주 단순하게 설명해볼까. 사운드는 히트곡을 일궈내고, 노랫말은 명곡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연주음악이라는 소수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대중음악이 명곡이 되려면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에게 불려야 하는 까닭이다. 그 노랫말을 이렇듯 인상적인 언어로 풀어낸 책을 보지 못했다.  

 

 

 

ⓒ안나푸르나 제공

〈브릿팝〉 (권범준, 안나푸르나)

그랬다. 브릿팝의 시대가 있었다. 오아시스에 열광하고, 블러의 음악에 마음 빼앗겼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어디 이 두 밴드뿐일까. 버브(The Verve), 펄프(Pulp), 스웨이드(Suede) 등 이름을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브릿팝〉은 간결한 제목처럼 브릿팝 역사를 총망라한 책이다.  

만족도가 높다. 꼼꼼한 태도로 책을 설계해 어디 하나 구멍이 나지 않게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이 정도면 가히 브릿팝 대백과사전 겸 평전이라 칭해도 될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고, 방대한 만큼 깊다.

역사를 서술하고, 앨범을 설명하고, 그것의 뿌리를 잊지 않고 다뤘다. 이 책을 읽으면 당신도 영어, 아니 브릿팝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확언한다.

〈모던팝 스토리〉(밥 스탠리, 북라이프)를 번역한 이후 아직 내 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번역 하나 준비 중인데 성정이 게으른 터라 전망이 밝지 못하다. 나의 게으름을 채찍질하는 음악책이 최근 몇 년 새 쏟아져 나오고 있다. 록 밴드 도어스(The Doors)의 리더 짐 모리슨의 일대기를 다룬 〈짐 모리슨:라이트 마이 파이어〉, 거장 조니 미첼의 삶을 조감한 〈조니 미첼:삶을 노래하다〉 등도 더불어 추천한다. 나는 “음악을 왜 공부하느냐”는 물음에 반대하는 쪽이다. 경험에 비춰 단언하건대 공부하면,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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