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완벽해 보이길 원하는 사람의 차이는 정말 크다. 그건 어떤 조직이나 국가든 마찬가지다.
작년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중간광고로 나온 나이키 광고 속 목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2016년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국가 연주 시간에 ‘한쪽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로 저항 의식을 표시(taking a knee·무릎 꿇기)’한 콜린 캐퍼닉이다. 그가 한 행동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방출하라고 압박했다. 얼마 후 미국 미식축구 리그는 그를 잘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전국구 스타였다. 완벽해 보이는 선수였지만 실력과 무관하게 직업을 잃었다. 당시 그의 운동은 방출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실패했다고 기록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종차별이 끝나지 않았기에 2020년에도 수많은 미국인이 ‘무릎 꿇기’를 이어가고 있다. 140개 도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힘을 모아 희생을 각오하고 한쪽 무릎을 꿇는 많은 시민 덕분에 운동은 지속되고 있으며, 또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교육 칼럼 코너인데 미국 얘기를 길게 했다. 요즘 한국 학교의 모습도 그렇기 때문이다. 학교도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때론 완벽해 보이고 싶어 한다. 완벽한 것처럼 보여줌으로써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길 원한다. 대학 진학률, 취업률, 교육청의 학교 평가, 우수학교 표창 등이 완벽함의 상징으로 쓰인다. 학교장이 자랑스럽게 인터뷰에 나서 자신의 업적인 양 뿌듯해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수치나 수상 실적으로는 별로 자부심이 생기지 않는다. 학교에서 진짜 감동을 받을 때는 그런 순간들이 아니다. 학교에도 콜린 캐퍼닉 같은 이들이 있다.
자신이 믿는 바를 실천하기 위해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행동하는 사람들. 그런 희생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 동료들. 교육부나 교장 지시가 없어도 세상의 변화에 따라 자기 삶에 변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들. 부당한 명령에 대해 자신의 판단과 소신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을 목격할 때 감동받고 이 학교는 정말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느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이 완벽을 만든다
교육부·교육청의 지침은 자주 내려오지만 늘 모호하다. 돌림병과의 싸움도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지친다. 방역은 완벽할 수 없고 늘 불안하다. 그럼에도 학교엔 학생들이 있기에 학교의 많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 속에서 어떻게든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침마다 일찍 와서 교실 환기를 조금이라도 더 하려는 교사, 온라인 수업 도중 친구들이 수업을 놓칠까 봐 단톡방에 진도를 매번 알려주는 학생, 아무도 보지 않지만 모든 손잡이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매일 닦아주시는 청소 용역 노동자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매일 한 번 더 청소하고 소독하는 급식실 조리사들, 재난 속에 경제 사정이 나빠지지는 않았을까 싶어서 학생의 외부 장학금을 신청해줬는데, 떨어진 학생을 위해 학생 몰래 자기 돈으로 장학금을 주려는 분. 이 모든 것들은 누군가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뭉클해진다. 이렇게 학교는 절대 완벽해질 수 없는 돌림병의 재난에서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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