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에는 국경이 없다
  • 김인회 (변호사·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호수 652
  • 승인 2020.03.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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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에는 국경이 없다. WHO를 중심으로 각국의 과학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며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치 공세로는 코로나19를 절대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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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이 글을 쓴다. 개인의 위기, 국가의 위기, 세계의 위기의 순간을 잘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슬기롭게 이 위기를 극복하기를 기원한다.

질병에는 국경이 없다. 바이러스는 국경·국적·민족·인종·남녀·정치를 알지 못한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침투해 병을 일으킨다. 세계가 일일생활권이 되면서 하나의 질병이 동시에 전파된다. 지금 코로나19 사태가 전형적인 예이지만 과거 메르스 때도 겪었던 일이다.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가 다음 날 한국에 등장했다.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곧바로 한국·일본·이탈리아·이란 등지로 퍼졌다. 사람의 이동속도, 정확하게는 비행기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인간의 생존을 결정하는 진짜 중요한 문제에는 국경이 없다. 국가나 민족 단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유발 하라리는 전쟁·환경·과학기술에는 국경이 없다고 말했다. 모두 인간의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핵전쟁의 위험으로 (단 두 나라의 전쟁으로) 인류가 절멸될 위험에 처해 있다. 환경파괴적인 현대 생활은 인류만이 아니라 지구의 종말도 앞당긴다. 과학기술의 발전 역시 한 국가의 틀을 넘는다. 한국이 인간복제를 금지하더라도 다른 나라가 인간을 복제하면 더 이상 막을 수 없다.

발병-진행-치료-결과에 대한 통계 공유해야

여기에 몇 가지가 더 부가되어야 한다. 질병·자본·정보·인권이 그것이다. 모두 인간의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고 국제적인 문제이다. 질병은 인간의 육체적 생존을 위협한다.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다. 인간 이외의 모든 생물에게 국경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일 뿐이다. 인간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 국경에 허구의 중요성을 부여했다. 자본과 정보는 이미 세계화된 지 오래다. 자본과 정보의 집중은 국가라는 틀을 뛰어넘었다. 자본과 정보의 눈으로 보면 국경은 하찮은, 참으로 하찮은 걸림돌일 뿐이다. 국가가 자본과 정보를 규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자본과 정보는 유통되고 축적된다. 국제사회의 협력만이 자본과 정보의 집중 및 이에 따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권 역시 국경과 관계없다. 국경을 넘어가면 사라지는 권리는 인권이 아니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최후 보루다.

세계적인 문제는 세계적인 협력을 필요로 한다. 상호 비방이 아니라 지혜에 근거한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리석음·분열·비협조·상호 비방이 우리를 지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도 각국이 서로 협력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과학적 증거에 근거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과학자들끼리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이런 체제를 가지고 있다. 보건에 관한 한 세계보건기구(WHO)가 여기에 해당한다. 국가는 WHO를 중심으로 과학자들의 정보교환을 뒷받침해야 한다. 서로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사이에 개인들은 병원과 집에서 죽어가고 있다. 증거에 기반한 대응이 될 수 있도록 각국은 발병-진행-치료-결과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만들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 체면을 위해 숨기면 그것은 자국민뿐만 아니라 타 국민에게도 해가 된다.

국내 상황도 똑같다. 과학과 증거에 근거해 상호 협력하여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이때를 대비하여 국가는 이미 리더십에 근거한 상호협력 체제를 갖추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질병관리본부가 현재의 리더십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모든 국가기관이 협력해야 한다. 현장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전문가의 의견에 기초한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방정부, 경찰, 검찰, 여당, 야당도 모두 리더십에 협조해야 한다. 특히 수사나 정치 공세로는 코로나19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수사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이루어져야 한다. 바이러스를 수사로 잡을 수는 없다. 정치 공세는 더욱 무용지물이다. 증거와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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