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o Haung 제공황하오 박사(아래)는 감염병이 가진 불확실성이사회를 패닉에 빠지게 한다고 말한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원인 모를 폐렴이 국제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된 것은 지난해 12월31일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반, 코로나19는 중국 전역을 빠르게 휩쓸고 지나갔다. 3월17일 현재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8만1116명, 사망자 3231명이다. 그중 후베이성 사람들이 확진자의 80%, 사망자의 95%를 차지한다. 발원지였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선례도 매뉴얼도 없었다. 중국 내 확산세는 완화되고 있지만 감염병이 지나간 자리에는 여전히 상처가 남았다.

후베이성에 위치한 톈먼 제1인민병원의 황하오 박사(류머티즘·통증·재활 전문의)는 코로나19 최전선에 있었던 의료인 중 한 명이다. “우리가 이곳에서 겪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인들을 도울 수 있는 조언이 되길 바란다.” 황 박사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동주공제 공극시간(同舟共濟,共克時艱)’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한 배를 타고 힘을 모아 시대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다’라는 뜻이다.

황 박사는 같은 병원 의사 8명과 함께 지난 3월1일 의학 저널 〈랜싯(The Lancet)〉에 ‘감염병 초기의 부족한 의료자원과 높은 치사율:톈먼의 코로나19 입원환자 분석(Scarce Health-care Resources and Higher Case-fatality Rates Early in Epidemic:Analysis of Hospitalized Patients with COVID-19 in Tianmen)’이라는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인구 120만의 중소도시인 톈먼시는 코로나19 확산 초반 치사율이 8%를 웃돌며 우한시보다 2배 높은 치사율을 기록했다. 논문은 입원환자 사례 분석을 통해 부족한 의료자원이 어떻게 높은 치사율로 이어졌는지 분석한다. 〈시사IN〉은 그와 두 차례에 걸쳐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베이성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코로나19는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채택한 강경한 조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중국 정부는 1월 말부터 우한과 후베이성 등을 봉쇄하는 고강도 통제 조치를 도입했다). 전국적으로 교통 시스템과 공장 가동률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3일에 한 번씩 각 지역의 위험도를 체크한다. 고위험 지역에는 엄격한 방역 조치가 진행 중이며 이곳 사람들은 거주지를 떠날 수 없다. 공무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생활용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는 우한시만 고위험 지역에 해당한다. 톈먼시, 이창시 등 다른 지역에서는 집 밖에 나가 일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 다만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Xinhua지난 3월10일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설치한 중국 우한의 우창임시병원 의료진이 병원 폐쇄를 기뻐하고 있다.

회복기에 있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빅데이터와 방역 당국의 체온 체크, 자가 보고 등에 기반해 각 개인들은 위챗과 알리페이에서 QR 코드로 된 고유의 ‘건강 코드(health code)’를 부여받는다. 코드가 녹색이면 건강하다는 의미다. 만약 열이 있거나 감염병 지역에 다녀온 이력이 있거나 감염자와 접촉을 하는 등 위험 요인이 있을 때 코드는 적색으로 변한다. 현재로서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쇼핑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서로 건강 코드를 보여준다. 또 대부분 비접촉(contactless) 생활을 한다. 온라인으로 밀크티 한 잔을 구매한 뒤 (음료가 준비되었다는) 알림을 받고 가게에 가는 식이다. 사회적 관계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병원 업무도 일상으로 돌아왔나?

내가 근무하는 톈먼 제1인민병원은 톈먼시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지정 병원이었다. 이곳에서 확진자 415명이 입원했고 15명이 사망했다. 지난 1~2월 우리는 외래진료를 하지 않고 오로지 코로나19 환자만 치료했다. 코로나19 환자들이 퇴원하면서 전체 병동을 소독했고, 3월13일 일반 진료를 재개했다. 현재는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및 치료를 위해 몇 개 병동만 남겨둔 상태다. 우리가 최근에 발견한 좋은 소식은 입원 환자 대부분이 경미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은 감염병 확산 후반 단계다. 이럴 때일수록 퇴원한 환자들 사이에서 바이러스 보균자가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다중 RT-PCR 검사와 항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한 이 바이러스는 변이가 잘 되므로 입원 환자들을 검진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감염원을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두려움이 컸다. 우한에 있던 일부 동료는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사망하기까지 했다. 의료계 종사자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투입됐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는 점,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바이러스성 폐렴이라는 점에서 진단과 치료 과정은 2003년 사스 때와 유사하다. 만약 일정 기간 병원에서 유사 사례가 다수 발생한다면, 되도록 빨리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 유사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일반 환자들과 분리시켜 병원 내 전파를 막아야 한다.

사스(SARS)나 메르스(MERS) 때와는 어떻게 다른가?

사스나 메르스와 유사하게 코로나19 역시 급성 호흡기 장애를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비교적 잠복기가 길고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무증상 보균자나 재감염자 사례도 나오고 있어서 진단하기가 어렵다. 다행히 치사율은 사스와 메르스보다 비교적 낮다. 중증 환자 우선 치료 및 격리 조치가 잘 이행된다면 코로나19는 통제될 수 있다고 보인다.

논문에서 톈먼시의 부족한 공중의료 시스템과 높은 치사율 사이의 관계에 주목했는데?

논문을 쓰게 된 이유는 다른 국가 의료진에게 우리가 겪었던 코로나19의 잔인성(cruelty)을 경고하기 위해서다. 의료자원의 불균등한 분배는 세계적으로 꽤 흔한 문제다. 이런 격차는 일상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데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감염병처럼 최근 생겨난 현상에서는 불충분한 의료인력, 장비, 인프라로 인해 과부하(medical overload)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톈먼시의 경우 1인당 의료자원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1000명당 병상 수가 톈먼시 3개, 우한시 7개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제 상황이 요인이다. 중증 환자에 대한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와 같은 생명 보조장치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후베이성의 수도인 우한시와 주변 도시에 있는 병원들도 확산 초기에는 거의 포화상태였다. 중증 환자를 상급 병원으로 이송할 수도 없었다. 그 결과 우리 병원과 톈먼시의 코로나19 치사율이 상당히 높았다. 다행스럽게도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의료진 150명이 자원해왔고 장비와 물자도 지원받으면서 더 많은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게 되었다.

ⓒHao Haung 제공중국 후베이성에서는 편의점(위)에들어가려면 먼저 건강 코드(아래)를확인받아야 한다.
ⓒHao Haung 제공

병상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고령, 만성질환, 흡연 이력 등 사망 위험이 높은 환자들과 위독한 환자들을 구별해 적절히 치료할 수 있도록 환자 검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미한 증상 환자에게 고급 의료자원이 너무 많이 몰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경미한 환자를 따로 돌보기 위해 다수의 이동식 객실 병원(mobile cabin hospital)을 설립하기도 했다. 원래 호텔, 학교, 정부기관이었던 곳을 변형한 것이다. 이동식 객실 병원에서는 간단한 의료 처치만 진행된다.

감염병에 대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비는 의료용품, 장비, 병상을 준비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보건교육을 하고 자가진단과 보호 방법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감염병이 퍼질 때는 불필요한 여행을 삼가고, 의심 환자들이 스스로 격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발병 이후에도 사람들을 위한 심리 상담을 하는 것 또한 이 과정에 포함된다. 미리 대비한 절차들은 언제나 요행보다 낫다.

코로나19와 관련된 향후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낙관적이지는 않다.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이미 큰 조치를 시행했지만, 대다수 국가가 코로나19에 큰 관심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코로나19는 결코 단순한 독감이 아니다.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는 특히 치명적이다. 게다가 낙후된 지역에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조차 부족하다. 이런 지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으려면 인구이동을 완전히 중단시키는 것이 훨씬 시급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코로나19는 인류 재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감염병은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와는 다르다. 감염병이 가진 불확실성은 사회질서를 불안정하게 함으로써 쉽게 패닉과 혼란을 야기한다. 우리가 감염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인류의 재난 앞에서 고정관념을 버리고 국제적으로 공조할 수 있는 정보 교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이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을 위해 기도한다. 한국에서 싸우고 있는 전사들이 안전을 보호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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