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한국전 종식 촉구 결의’ 통과의 숨은 공신
  • 김은지 기자
  • 호수 624
  • 승인 2019.09.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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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미국에서도 북·미 관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의 의제는 아니다. 평화는 보편 가치이기 때문이다. 7월12일 미국 하원의 ‘한국전 종식 촉구 결의’ 조항 통과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미국 의회에서 한국전 종식을 추구하는 내용이 의결된 것은 처음이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6년 만이었다. 미국 민주당 로 카나 의원과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 브래드 셔먼 의원이 공동발의한 국방수권법 수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행보에 날선 비판을 가하는 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나온 목소리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부대 의견이긴 하지만, 이 또한 표결로 통과된 일이라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 나온 결과였다.

숨은 공신은 시민 공공외교 영역에서 움직인 이들이었다. 여성 평화단체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와 ‘위민크로스 DMZ(Women Cross DMZ)’가 중심이 돼 미국 워싱턴 D.C.를 공략했다.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는 전국여성연대·평화를 만드는 여성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YWCA가 모여 만들었다. 위민크로스 DMZ는 2015년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전 세계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DMZ를 걷는 행사 등을 기획했다.

조영미(44)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여성·평화 단체 관계자들은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의원 등 다양한 미국 정치인을 접촉했다. 이들과 한국의 정치인도 연결했다. 무엇보다 미국 의회 관계자들에게 현 상황을 명확히 알리는 게 우선이었다. 한반도 평화는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맞잡는 일 이상이라는 점을 설명해야 했다.

번번이 받는 질문은 이랬다.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전쟁이 한 번도 안 났는데 왜 종전을 해야 하나?” 조 위원장은 그럴 때마다 다양한 수치를 대며 설명했다. 분단으로 인해 드는 한국의 국방비, 인도적 교류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 상시 안고 사는 불안감 등. ‘전쟁으로 헤어진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평생 자유롭게 교류하지 못한다’는, 우리에게 상식인 이야기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 이를 알려주면 놀라는 이들이 꽤 되었다. 실제로 이들을 만났던 샌더스 의원은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그동안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정책에 비판적이었는데, “북·미 협상은 옳은 일”이라며 환영했다.

조영미 집행위원장의 다음 목표는 현재 북·미 교착관계에서 마중물 구실을 하는 것이다. 아직은 공개할 수 없지만,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일을 부지런히 찾아서 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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