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11
  • 승인 2019.06.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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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김정운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슈필라움.”


저자의 아지트 세 곳을 모두 가보았다. 첫 번째 아지트는 서울 논현동의 건물 지하에 있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기 좋은 곳이었다. 외부와 단절된, 도심 속의 섬 같은 곳이었다. 두 번째 아지트는 여수의 바닷가 마을에 있었다. 책, 그림, 음악과 커피. 구성 요소는 같았다. 그런데 더 호젓했다. 시간이 좀 더 느리게 흘렀다. 저자도 더 느긋해진 듯 보였다.
세 번째 아지트는 여수 앞바다의 어느 섬에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갔지만 아지트가 알려지길 꺼려한 그가 거절했다. 그래도 기어이 찾아가서 커피를 얻어 마셨다. 미역창고를 개조한 그의 ‘슈필라움’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창밖 풍경을 보며 그가 여기서 멈추게 되리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아무튼, 요가
박상아 지음, 위고 펴냄

“쉰 살에 인터내셔널 요가 챔피언 대회 시니어 부문에 나가서 우승하겠다.”


한창 요가에 빠졌을 때 저자의 SNS를 팔로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그는 전신 해골 모형이 놓인 작은 방 안에서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자주 온몸을 비틀었다. 팔다리를 꼬아두는 건 기본이고, 배를 바닥에 깔고 엎드린 채 허리와 다리를 들어올려 온몸을 미음(ㅁ)자로 만들거나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는 기행을 보여주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은 숨을 완전히 들이마시고 한 겹의 휴지처럼 납작해진 배로 웨이브를 하는 거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SNS 최신 게시물로만 볼 수 있는 ‘기행’은 그의 성장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책은 뉴욕에서 얼떨결에 요가를 접하고 천착하게 된 30대 여성의 도전기다. 요가를 하고 나니 다시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그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돈다.




다시, 책으로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어크로스 펴냄

“저는 이 세상을 사랑할 새로운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 읽습니다.”


휴대전화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통계로 알려주는 ‘스크린 타임’에 따르면 내가 지난 일주일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앱은 e북(8시간48분), 그다음이 트위터(7시간10분)였다. 게임 앱 사용 시간은 마감 직전인 수요일이 가장 높았고, 일주일간 1178개의 메시지 알람을 받았다. 하루가 그만큼 ‘조각나’ 있다.
e북으로는 주로 에세이나 소설을 읽는다. 아무래도 사회과학·인문학 분야 책을 읽기는 어려웠다. 오랜 습관 탓인 줄 알았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연구에 따르면 인쇄물로 읽을 때 내용 이해도가 더 높아진단다. 인쇄된 형태로 읽을 때 활성화되는 ‘촉각’이 이해의 수준에 또 다른 차원을 더한다. 저자는 독서의 미래에 민주주의의 미래마저 달려 있다고 호소한다.




민주와 애국
오구마 에이지 지음, 조성은 옮김, 돌베개 펴냄

“전후 사상이란 전쟁 체험의 사상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전후 사상사의 대서사시.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학자 오구마 에이지의 역저다. 1945년 8월15일 히로히토의 항복 선언 후에도 일본인들은 전쟁이라는 체제 속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천황 만세’와 대동아 공영권을 대신해서 민주주의와 신헌법 만세를 외쳤지만, 일본의 지배층과 국민들이 민주주의와 신헌법을 사유한 언어체계, 그것을 실천한 방식은 여전히 전시의 그늘 아래 있었다. 저자는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인 마루야마 마사오, 오쓰카 히사오, 에토 준, 요시모토 다카아키, 쓰루미 슌스케 등이 그렸던 언어의 궤적을 탐구하면서,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언어가 어떻게 민주주의와 전후 사상의 언어로 살아남았는지 샅샅이 파헤친다.




도서관 여행하는 법
임윤희 지음, 유유 펴냄

“어쩌다 도서관 덕후가 되었나요?”


학창 시절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던 저자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공공도서관은 퇴근 시간에 맞춰 문을 닫았고 주 5일제 시행 전이라 토요일에도 방문하기 어려웠다. 앎에 허덕이는 직장 초년생이던 그는 어느 날 외국 여행을 갔다가 도서관에 들렀다. 한 공공도서관 앞에서 시민단체가 총기 사용 허가를 재고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드물었던 개가제 도서관이었다. 멋진 건물, 사서들의 전문적인 서비스, 자유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그 뒤로 외국에 갈 때마다 도서관을 찾았다. ‘한 시민이 어떤 앎의 세계에 진입하려 할 때 그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사회 전체가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그를 도서관 덕후로 이끌었다.




하면 좋습니까?
미깡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넌 이상해, 넌 틀렸어’라는 말 우리는 하지 말자.”


남자친구 성재와 동거하던 심연은 어느 날 청혼을 받는다. 지금으로도 좋은데, 결혼을 꼭 해야 할까. 성재는 불안한 눈빛으로 심연을 지켜본다. 나를 그 정도로는 사랑하지 않는 걸까? 고민의 출발점이 다른 셈이다. 비혼주의자인 친구, 이혼한 뒤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갖고 싶다는 친구,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모임에서 얼굴을 보기 힘든 워킹맘 친구,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만 아이 생각은 없는 친구 등 다양한 이들의 삶과 조언도 펼쳐진다.
<술꾼도시처녀들>의 작가 미깡이 결혼 생활을 막 시작했거나 결혼을 고민하는 단계의 사람들이 ‘적정 거리’ 설정이라는 첫 단추를 잘 끼우기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기 시작한 만화다. 결혼, 하면 좋을까? 읽고 난 뒤 더 많은 질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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