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불평등은 오래된 문제다. 기후변화는 비교적 근래에 등장한 문제다. 강상구 정의당 전 대변인은 두 문제를 접목해 한꺼번에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그가 최근에 낸 책 제목처럼 ‘걷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걷기·자전거 타기·대중교통 이용하기’를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의 구상은 이렇다. 원칙적으로 시민 전체에게,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킬 정도의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다만 자가용 외의 수단으로 일정 거리를 이동하는 게 조건이다. 저자는 이 개념에 ‘녹색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책에는 녹색 기본소득의 실질적 효과가 광범위하게 설명되어 있다. 불평등 타개와 기후변화 지연이 기본이다. 시민 건강에도 일조한다. 집에만 머무르는 시민이 나가서 움직이게 만든다. 걸어서 움직이는 사람이 늘면 장기적으로 차도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차도가 사라진 자리를 숲과 가게가 채운다.

그런데 기본소득의 이념과 녹색 기본소득이 상충한다는 주장이 나올 법하다. ‘조건’을 다는 녹색 기본소득은 ‘인간이면 누구나 존엄한 생활을 보장한다’는 기본소득 정신과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면서부터 인간이 됐”기 때문에, ‘직접 이동하는 사람에게 일정액을 지급한다’는 녹색 기본소득은 ‘사람에게 일정액을 지급한다’는 기본소득 정신과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독자가 가장 급진적이라고 여길 만한 부분은 짤막한 6장이다. 재원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담겼다. 또한 저자는 국방 예산을 대폭 깎고, 휘발유·경유에 매기는 세금을 녹색 기본소득에 쓰자고 제안한다. 꾸준히 깎여온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높이고 ‘국토보유세’ ‘SNS세’를 신설하자는 주장도 적었다. 간결한 문장과 논리적 상상력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봐야겠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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