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철지난 색깔론
  • 차형석 기자
  • 호수 505
  • 승인 2017.05.2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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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인사가 나고서야 ‘선거가 끝났구나, 정권이 바뀌었구나’ 실감했다. 특히 ‘임종석 비서실장 임명’ 소식이 그랬다. 만 51세 대통령 비서실장. 젊은 비서실장의 등장에 살짝 어색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느 언론은 이전 정권의 ‘왕실장’에 견줘 ‘젊다’는 걸 강조해 ‘영(young)실장’이라고 표현했다.

예전에는 어땠지? 검색해봤다. 직선제 실시 이후 대통령 비서실장은 25명. 한광옥 비서실장이 김대중 정부(1999년), 박근혜 정부(2016년)에서 두 차례 역임했다. 임명될 때 나이를 기준으로 25명 가운데 13명이 50대 비서실장이었다. 이병완(51·노무현 정부), 임종석(51·문재인 정부), 정해창(53·노태우 정부), 노재봉(54·노태우 정부), 문재인(54·노무현 정부), 임태희(54·이명박 정부), 박관용(55·김영삼 정부), 김광일(56·김영삼 정부), 한광옥(57·김대중 정부), 한승수(58·김영삼 정부), 문희상(58·노무현 정부), 류우익(58·이명박 정부), 김중권(59·김대중 정부). 50대 비서실장이 절반이 넘고, 50대 초반 비서실장도 여럿이다. 그러니 ‘너무 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착시 현상에 가깝다. 그런 느낌이 드는 건 박근혜 정부 때와 너무 달라서일 테다. 박근혜 정부에서 허태열·이병기 비서실장이 임명되었을 때가 68세였고, 김기춘·이원종·한광옥 비서실장이 임명되었을 때가 74세였다.

나이보다 중요한 게 스타일이다. 안종범 업무수첩과 김영한 업무일지를 보면서 ‘왕실장’ 김기춘 비서실장은 정권의 군기반장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관저에서 나오지 않고, ‘왕실장’이 청와대 참모들을 모아놓고 5·16과 유신헌법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이념 대립을 말하면서 ‘전사적 대처’ ‘전사들이 싸우듯이’라고 언급한 게 눈에 걸렸다. 겉으로는 국민 화합과 통합을 말하면서 청와대 안에서는 이념의 잣대로 국민을 가르고 마치 전사처럼 싸우라고 주문하는 모습. ‘왕실장’의 청와대는 또 다른 ‘초원복집’이었다. 1992년 식당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겼던 김기춘은 2014년 청와대에서 이념 갈등을 조장했다. 그 정권이 끝났다. 그런데 대선 직후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비서실장 임명을 놓고 ‘주사파 출신’ ‘NL-PD’라고 비판했다. 철 지난 색깔론에 또 한번 실감했다. 갈 길이 멀다.


ⓒ연합뉴스자유한국당 정우택 상임 중앙선대위원장 등 지도부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TV 방송사의 투표자 출구 조사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20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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