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6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법정에 섰다. 박영수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을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가 증거였다. 김 전 실장의 발언을 ‘長(장)’으로 표시한 업무일지에는 세월호 참사 대응 관련이나 문화계 지원 배제(블랙리스트) 지시가 적혀 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김영한 업무일지의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그는 법정에서 “이 비망록(업무일지)을 읽어보면 (김영한이) 자기 의견을 주로 많이 썼다. ‘장’ 표시가 있는 것도 전부 내 발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정조사 청문회 때도 김 전 실장은 김영한 업무일지 내용을 부인했다. 야당 의원들은 2014년 10월27일 김영한 업무일지에 ‘장’ 표시와 함께 적힌 ‘세월호 인양-시신 인양 X. 정부 책임, 부담(그림 2)’ 내용을 물었다. 김 전 실장은 “그렇게 얘기한 일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김 전 실장은 “시신을 인양하지 않으면 오히려 정부에 부담된다는 취지였다”라고 해명했다.
〈시사IN〉이 추가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도 김 전 실장의 발언이 자주 나온다. 안 전 수석은 김 전 실장의 발언에 ‘실장님’ 또는 ‘실장’이라고 표기했다. 안종범 업무수첩과 김영한 업무일지를 함께 살펴보면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 내용이 겹치는 시점만 총 41일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부인한 세월호 관련 내용도 안종범 업무수첩에 나온다. 2014년 10월27일자 안종범 업무수첩에는 ‘10-27-14 티타임 실장님’이라고 쓰여 있다. 〈그림 2〉의 김영한 업무일지와 날짜가 정확히 일치한다. 그 아래에는 ‘2. 세월호 인양. *정부 책임 부담으로 오지 않도록’이라고 쓰여 있다(그림 1). 즉,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정부 책임 부담으로 오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이다. “시신을 인양하지 않으면 오히려 정부에 부담된다”라는 김 전 실장의 해명과 달리, 안종범 업무수첩에는 ‘정부 책임 부담으로 오지 않도록’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온다. 김영한 업무일지와 교차해 분석해보면, ‘세월호 인양이나 시신 인양 안 된다(X). 정부에 책임 부담으로 오지 않도록’ 지시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 셈이다.
세월호 인양 방해와 전교조 탄압 내용도 일치
또 2014년 6월15일 김영한·안종범 기록을 보자. 김영한 업무일지에는 ‘장’ 표시 아래 ‘①VIP 순방 중 빈틈없이 근무 ②전교조 재판-6/19 재판(중요). 승소 시 강력한 집행. 전교조 교육감 비협조. YS 때 노동법 개정(제3자 개입금지) 오○○ 부의장 노조 명동성당 점거. 재판 집행 철저히-YS 시절 잘못 교훈 삼아. 의지. 수석. 관계 부처-독려’라고 적혀 있다. 2014년 6월19일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외노조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날이다. 안종범 업무수첩에도 일치하는 내용이 나온다. ‘6-15-14 티타임’에 ‘실장(김기춘)’ 표시 아래 ‘1. 순방 중 빈틈없이 긴장 근무. 2. 전교조 노조 아닌 재판(서울행정재판) 6.19. 3. YS 시절 제3자 개입금지 개정. 의지 필요. 법 집행 ①의지 ②일관성 필요’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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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20권을 추가로 단독 입수했다. 앞서 〈시사IN〉은 12권 분량의 안종범 업무수첩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시사IN〉 제487호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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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추가로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20권에는 언론 관련 메모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안종범 업무수첩과 김영한 업무일지를 비교해보면 당시 청와대에서 무슨 논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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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추가로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구속 기소된 차은택 감독이다. 추가로 입수한 업무수첩 20권에서 모두 9회나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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