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만개한 통영의 봄날. 변원정(35·위 사진 나무 위 가운데 여성)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RCE) 국장은 등산화를 신고 온종일 분주했다. 5월에 문을 여는 통영 RCE 자연생태공원 때문이다. 통영은 2005년, 유엔대학이 선정한 세계 8번째 ‘지속가능발전 교육도시’로 지정되었다. 재단은 그간 교육 사업, 지역 네트워크 사업을 벌였다. 중심에 변 국장이 있다. 혼자 고군분투하던 10년 전과 달라진 점은 직원이 12명으로 불었다는 점, 그리고 RCE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길 없는 길.’ 변 국장의 명함에 적힌 문구다. 영어로는 ‘웨이 비욘드 로드(Way beyond road)’다. 그가 가는 길 자체가 있는 듯하면서도 없다. 대학에 다닐 때 동아리를 7개 하고 학생회도 하면서 바쁘게 살았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녹색초록연대 간사로도 일했다. 어느 날 라오스와 홍콩으로 여행을 갔는데 메콩 강 근처 시골 마을 사람들의 표정이 아시아 금융의 허브라는 홍콩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해 보였다. 행복이 무엇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박은경 RCE 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일을 제안받았을 때 망설임이 없었다. 통영에는 여행을 가본 적도 없었다.  

ⓒ시사IN 신선영통영 RCE 활동가들이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사업인 자연생태공원은 5월에 개장한다.
지난 10년, 단일 사업보다는 네트워크 업무를 주로 했다. 시민교육위원회라는 명칭으로 38개 시민단체를 연결했다. ‘지속가능발전 교육’의 가치를 보급하기도 했다. 핵심은 문제 해결력이다. 가령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사과를 재배하던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하는 식이다. 해외 RCE 도시를 탐방한 지역 학생들이 통영의 특산물인 누비로 교복 명찰을 바꾸자는 제안을 해서 이뤄지기도 했다.

통영의 주 수입원은 조선업이다. 불황의 타격이 커서 관광자원으로 관심이 옮아가고 있다. 통영 RCE는 교육관광지로서의 구실을 고민한다. 먹고 마시는 소비형 관광이 아니라 배움까지 생각하는 형태다. 일본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유치하는 식이다. 새로 문을 여는 생태공원 안의 건물은 교육센터와 숙소를 겸한다.

20대 내내 변 국장은 40대처럼 하고 다녔다. 폐쇄된 지역사회에서, 20대 서울내기가 고안한 생존법이었다. 그래도 아직 지역에서 그는 ‘서울 사람’이다. 통영시 출연재단이어서 지자체의 지원이 절대적이지만 5년 내에 자립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후배 직원들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삶의 터전을 꾸리는 게 가능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생태공원 곳곳에 새순이 돋았다.

‘지역으로 간 청년들’ 그들이 이룬 성과는?

먹고 마시는 관광을 넘어 ‘이렇게 먹고사는 게’ 잘 맞는걸요

‘도시어촌’에 가니 문화가 보이네 무진에서 황홀할 당신을 위해 1930년 광주를 여행하는 타임머신 ‘아이술크림’ 마시러 시장에 간다 괴나리봇짐 지고 부여로 오세요 ‘젤리데이’에 만나 관심사를 공유하자
기자명 고재열·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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