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은 주말이면 외지 방문객으로 서울 중심가만큼 붐빈다. 그런데 예전에는 한옥마을만 들렀던 방문객들이 꼭 가는 곳이 새로 생겼다. 바로 길 건너 남부시장에 있는 청년몰이다. 한옥마을이 붐빌 때 ‘강 건너 잔치 구경’을 하던 남부시장 상인들은 청년몰(시장 2층)을 찾는 방문객들이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남부시장 청년몰은 청년이 만들어낸 문화생태계가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12곳으로 시작했던 상점은 3년이 지난 지금 33곳으로 늘었다. ‘보따리단’ ‘우주계란’ ‘종이정원’ 등은 청년몰을 거쳐서 시내로 진출해 매장을 열었다. 청년몰이 청년 창업을 위한 일종의 인큐베이팅 플랫폼이 된 것이다. 청년몰과 더불어 야시장도 활성화되어서 방문객이 더욱 늘었다. 히트 상품도 냈다. 아이스크림에 술을 섞은 ‘아이술크림’은 인근 한옥마을까지 퍼졌다.

청년몰은 이제 재래시장 활성화의 교본이 되어 전국 각지에서 답사하러 온다. 청년몰 활동가 양소영씨(28)는 “지난 연말에 나간 점포 3곳을 채울 새로운 멤버를 모집했는데 무려 80팀이 응모했다. 타 지역 출신도 많아졌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스펙 좋은 분들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청년몰은 문화 생태계의 확장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청년몰 활동가 양소영씨(왼쪽)와 이재원씨.
청년몰을 처음 구축한 것은 사회적 기업 ‘이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입주자들이 자율 공동체를 만들어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양씨는 “누가 청소를 하고 누가 쓰레기를 치울지 결정하고, 먹자거리를 꾸밀 때는 음식점끼리 서로 조율해서 진행한다. 힘을 합쳐야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매월 프리마켓도 열고 입주자들이 공동으로 기획해서 문화제도 연다”라고 설명했다.

시장 상인회도 청년몰의 선전에 화답했다. 상점 앞에 노란선(일명 양심선)을 긋고 물건을 그 앞으로는 내지 않는다. 간판도 손보고 진열대도 새로 맞춰서 외지 손님을 맞았다. 양씨는 “무엇보다 상인의 한 사람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는 것이 기분 좋았다. 청년몰 멤버들도 되도록이면 재료를 시장에서 사기로 합의했다”라고 말했다.

처음 청년몰 구축을 주도했던 이재원씨(35)는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적극적인 소통 덕분이라며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비전을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고 말한다. 이런 프로젝트의 성패는 80%가 관계 맺기다. 처음 우리는 선진 지역 견학이라는 핑계로 상인들과 함께 꽃놀이를 다녔다. 그렇게 흉허물 다 드러내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매듭을 풀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지역으로 간 청년들’ 그들이 이룬 성과는?

먹고 마시는 관광을 넘어 ‘이렇게 먹고사는 게’ 잘 맞는걸요 ‘도시어촌’에 가니 문화가 보이네

무진에서 황홀할 당신을 위해 1930년 광주를 여행하는 타임머신 ‘아이술크림’ 마시러 시장에 간다 괴나리봇짐 지고 부여로 오세요 ‘젤리데이’에 만나 관심사를 공유하자
기자명 고재열·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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