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이 어떤 곳이에요?’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벌집의 꿀벌(활동가)들은 콘서트장에서나 볼 수 있는 야광봉을 보여준다. 이 야광봉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들으면 벌집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야광봉은 스패너 모양을 갖추고 있다. 대전이 과학도시라는 것을 상징한다. 과학기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연장이 바로 스패너다. 그래서 야광봉을 스패너 모양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인지행동학적 관찰 결과를 더했다. 무대 위 연주자가 드럼을 칠 때마다 야광봉이 켜지도록 했다. 신호를 받기 위해 안테나 줄을 달아야 했는데 덜렁거렸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어 안테나 줄을 바느질 땀처럼 야광봉에 결합시켰다. 팬클럽 활동을 하는 고등학생이 ‘야광봉은 돌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손가락을 넣고 돌릴 수 있도록 밑판에 구멍을 뚫었다. 그렇게 설계한 야광봉을 벌집의 ‘꿀벌’들이 밤을 새워가며 직접 납땜을 해서 만들었다.

이 야광봉이 쓰인 행사는 〈아티언스(Art +Science)〉라는 콘서트였다. 이 행사의 기획을 벌집 멤버들이 맡게 되면서 대전 고유의 음악 페스티벌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그 성과가 바로 ‘스패너형 야광봉’이다. 요즘은 ‘징검다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사무실 앞 개천의 징검다리가 비가 오면 잠기곤 하는데, 관련 상황을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앱이다.  

ⓒ정다운 제공벌집은 일종의 ‘코워킹 스페이스’다. 과학자·활동가·사업가가 함께 만나 독특한 사업들을 추진한다.
벌집은 청년 과학자와 청년 활동가와 청년 사업가가 만나는 공간이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사업들이 추진된다. 벌집은 일종의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공유 사무실)’로 국내에서는 원조 격으로 꼽힌다. 2011년 여름부터 함께 활동하고 있다. 해외의 코워킹 스페이스와도 활발하게 교류한다.

벌집 활동가들은 ‘젤리데이’에 서로 만난다. 젤리를 먹으면서 서로 활동 내용과 관심사를 공유하고 아이디어와 조언을 주고받는 날이다. 요즘은 청년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접근법은 두 가지다. 통계적 접근을 통해 양적 데이터를 구축하고 심층 인터뷰 등으로 깊이도 채운다. 그렇게 해서 청년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청춘옹알이’라는 장을 만들었다. 운영자 정다운씨(27)는 “취업을 위한 공부는 할수록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었는데 벌집을 운영하면서 비전을 보았다. 지역사회에서 내 꿈을 펼치고 실현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벌집의 요즘 과제는 카이스트 학생들이나 대덕연구단지 연구원들을 좀 더 많이 결합시키는 것이다. 벌집의 초대 운영자였다가 대전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사업지원팀장이 된 천영환씨(28)는 “연구원들이 대덕연구단지라는 성에서 잘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결핍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해본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동참하려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대전의 대표적 인문학 학습 공동체인 ‘백북스’에서 활동하다 벌집에 결합한 이정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37)은 “연구원들 사이에서 ‘대덕잡구’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대덕특구’라는 말을 패러디한 명칭이다. 연구원의 울타리를 벗어나 지역사회와 소통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으로 간 청년들’ 그들이 이룬 성과는?

먹고 마시는 관광을 넘어 ‘이렇게 먹고사는 게’ 잘 맞는걸요 ‘도시어촌’에 가니 문화가 보이네

무진에서 황홀할 당신을 위해 1930년 광주를 여행하는 타임머신 ‘아이술크림’ 마시러 시장에 간다 괴나리봇짐 지고 부여로 오세요 ‘젤리데이’에 만나 관심사를 공유하자
기자명 고재열·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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