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3일, 경북 문경시 낙동강 35공구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사 현장에서 급류를 목격한 그가 급한 마음에 나뭇가지로 모랫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준설 때문에 유속이 빨라지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베른하르트 교수가 8월11~20일 민주당 등 4개 야당 의원들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일정 중 나흘은 남한강과 낙동강 공사 현장 20여 군데를 둘러보는 강행군이었다. 40여 년간 하천 전문가로 활동하며, 파나마 운하에 정책 조언을 하는 등 홍수·운하와 관련한 국제 컨설팅을 주로 해온 그에게 4대강 사업은 비용만 많이 들고(cost), 끔찍하며(terrible), 미친 짓(crazy)이었다. 인터뷰하는 동안 그는 이들 단어를 세 번 이상 입에 올렸다.
지난 5월, 4대강 사업을 칭찬한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비판했다. 계기가 뭔가? 한국이 녹색 뉴딜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한다는 말에 관심을 가졌다. 하천 복원사업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다뉴브 강 국제 심포지엄에서 구체 정보를 접하고 의문이 들더라. 어떻게 봐도 하천 복원이 아닐뿐더러 하천 정비로도 분류할 수 없었다. 탄소 의존도와 생태계 파괴를 줄이려는 UNEP 글로벌 녹색 뉴딜 목표와도 어긋났다.
4대강 사업 현장에서 ‘Unbelievable(못 믿겠다)’을 연발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이미 모든 게 완벽한데 뭘 정비한다는 건지 모르겠더라. 한국 강의 경관과 사람들은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정부 프로젝트는 끔찍했다. 아름답고 다양성이 풍부한 강이 준설 때문에 파헤쳐져 있었다. 완만하던 경사면이 급격해지고 자연제방 등이 사라졌다. 호수는 다시 만들 수 있지만, 강은 다시 복원할 수 없다. 건설이 끝나면 생태계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물 확보, 수질 개선, 홍수 해결을 공사 이유로 들던데 전문가로서 모두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운하 건설과 다르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런데 당신은 4대강 사업을 계속 운하(canal) 사업으로 표현한다. 독일의 마인-다뉴브 운하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연쇄적인 보 건설이 운하의 핵심이다. 4대강도 다르지 않다. 강바닥의 형태도 운하처럼 깊고 가파르다. 독일 운하는 완전한 인공 수로다.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는 구간이 없고 인공 펌프로 움직인다. 운하 건설은 독일 역사에서 가장 비경제적이고 어리석은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영장’이라고 조롱받는다. 생태계도 엉망이 됐지만 운하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끝도 없이 들어간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사업으로 배를 불린 건설업자의 돈이 아니라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운하사업보다 한국의 4대강 공사가 더 최악이라고 평가했던데. 크고 살아 있는 강을 파괴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마인-다뉴브 강 운하는 이미 파괴된 작은 강을 깎고 파내 키운 거다. 본류의 살아 있는 강과 비교할 순 없다. 무엇보다 공사 계획기간이 짧은 게 걱정스럽다. 건설을 제대로 하려면 계획에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과거에 하천 정비사업을 해본 일이 있어서 안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그 길을 접었다(독일은 운하 171㎞를 건설하는 데 32년이 걸렸다. 634㎞ 구간의 4대강 사업은 2년 내 완공을 목표로 한다).
독일에서 운하 건설 당시 문제점이 예상됐다면 왜 막지 않았나? 당연히 주민들이 반대했다. 하지만 당시 바이에른 주 수상의 의지가 강했다. 소속 정당이 다수당이었고 안건이 통과됐다. 정치 프로젝트였다. 수상과 건설업자들의 커넥션을 두고 말이 많았다.
독일에서는 하천을 다시 자연 상태로 되돌리려는 재자연화 작업이 활발하다고 들었다. 지난 100여 년간 하천 개발에 힘을 기울였다가 방향이 잘못된 걸 깨닫고 앞으로 100년은 강 복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최근 복원된 뮌헨 이자르 강이 대표적이다. 다뉴브 강 인근에도 인공 벽을 없애고 수변 국립공원을 만들었다.
라인 강을 4대강의 미래라 일컫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뭔가? 공사가 90% 진행됐다고 들었다. 이미 늦었다. 하지만 라인 강처럼 전 구간이 인공적인 건 아니다. 아직 강의 흐름이 남아 있다. 일단 보의 수문을 열어두고 충분히 토론을 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4대강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하려 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독일에 돌아가면 이번 현장 답사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다. 그거라도 참고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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