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예산 떼어서 4대강에 ‘풍덩풍덩’
  • 박형숙 기자
  • 호수 166
  • 승인 2010.11.2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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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상임위별 예산심의에 들어갔다. 그 내용을 좋은예산센터 정창수 부소장과 함께 들여다보니 가관이었다. 교육 예산과 중소기업 지원 예산은 깎이고, 역대 최대라는 복지 예산은 수치로만 그랬다.
검찰발 정치권 사정 태풍이 불면서 파행을 빚었던 ‘예산 국회’가 여야의 극적 타결로 11월11일부터 각 상임위별 예산심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첫날부터 녹록지 않았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풍경.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야권의 핵심 사안인 무상급식 예산이 ‘0원’인 점을 따졌다. “16개 시·도 교육감이 모여서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부처인 교과부가 예산을 편성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전국 초등학생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는 데 1조원이면 된다.” 이에 대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장관은 교육 예산 간의 상충 문제를 거론하며 “노후한 학교 시설에 대해서도 투자가 안 되고 있는데, 무상급식이 이뤄진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답변했다가, 김춘진 민주당 의원에게 덜미가 잡혔다. “비 새는 학교 걱정하면서 국회가 책정한 것 못 지켰죠? 한 학교에 몰아줬죠?”라는 반격이었다.

   
ⓒ뉴시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 부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사무실 12곳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정국이 씨끄러운 가운데 8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2011년도 예산안 관련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요지는 이렇다. 지난해 국회는 교과부 예산으로 노후 학교 개축을 위해 150억원을 배정했다. 20년 넘은 전국 50개 학교에 각 3억원씩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원 결과는 경남중학교 단 한 곳이었다. 예산 편성권을 쥔 기획재정부를 거치면서 선정 기준이 ‘50년 이상, 공립학교’로 ‘엄격’해진 결과였다. 결국 150억원 예산 중 109억원이 경남중학교에 집중되었고, 나머지 49억원은 불용 처리되었다. 그런데 경남중학교가 김영삼 전 대통령,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모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저소득층 대학생 성적 우수 장학금으로 쓰라고 국회가 배정한 예산 1000억원을 집행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회가 국민을 속인 셈이 되었다”라고 이주호 장관을 질타했다. 정부 행태는 점입가경이었다. 같은 금액을 내년도 예산안에 다시 편성하면서 “저소득층 대학생에게는 성적 우수 장학금을 1인당 최대 1000만원까지 신규 지원할 예정이다”라며 ‘서민 희망’ 예산임을 홍보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2009년에도 964억원에 달하는 저소득층 장학금 예산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은 내년에 올해분을 소급해 예산을 두 배로 늘려야 합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장관은 묵묵부답이었다. 또한 차상위 계층 대학생 장학금 예산은 2010년 805억원에서 287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더욱이 이 제도는 내년도 2학기부터 폐지된다. 까다로운 조건, 높은 금리 등으로 제도의 실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취업후 등록금 상환제’가 실시된다는 이유에서였다.

4대강 사업 유탄, 약자들이 맞아

‘푼돈’에 불과한 액수를 재탕하고 깎고 아예 지원하지 않는 정부가 최대 치적 사업으로 꼽는 4대강 예산에는 10조원을 쏟아 붓는다. 물론 정부가 밝힌 4대강 ‘공식’ 예산은 국토해양부 몫으로 배정한 3조3000억원이다. 하지만 수자원공사·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문화체육관광부 등에 편성된 4대강 관련 예산을 다 끌어 모으면 9조6000억원에 이른다. 또 지난 국정감사에서 추가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도로공사·가스공사 등 주요 공기업이 떠안은 4대강 관련 예산도 2131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 그 액수를 특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4대강 예산의 ‘분식회계’가 결국은 국민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수공이 4대강과 관련해 총투자액 8조원에 대한 금융비용 2650억원을 보조금으로 요구했고, 정부는 전액 국고로 지원한다고 결정했다. 이 외에도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공의 4대강 재정 부담을 상쇄해주려고 현물 출자(주식 취득) 따위 방식으로 추가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사IN 조남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초등학생 무상급식 재원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 4대강 사업 예산을 모두 합치면 10조원에 달한다.

단일 사업으로 최대 규모의 예산을 쏟아 붓는 4대강 사업의 유탄은 ‘약자’들에게 돌아갔다. 농림수산식품부 소관 4대강 사업인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의 경우 관련 예산이 전년 대비 두 배로 증가해 8730억원이 잡혔는데, 이로 인해 농·어업 예산 1조4687억원이 삭감되었다.

가령 이런 것이다. 농림부가 지난해 야심차게 예산 확대를 선언했던 ‘농기계 임대사업’ 예산이 250억원에서 125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은 6171억원에서 4176억원으로 30% 이상 깎였다. 좋은 사업 구상이 있으면 농지 등의 담보 없이도 융자를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게 한 농업신용보증지원금은 아예 전액(1200억원) 삭감되었다. 4대강 저수지 둑 높임 사업은 그렇지 않아도 침수 등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농민 처지에서는 불필요한 지원 때문에, 필요한 지원을 지원받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서민·중소기업·일자리·복지·교육·환경 등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마치 ‘민생 예산’에서 티끌처럼 모아 4대강 예산이라는 태산을 쌓겠다는 형국이다. 정부가 ‘역대 최고’라고 자랑하는 복지 예산을 보자. 정부의 계산법은 이렇다. 내년도 복지예산은 86조3000억원. 올해보다 5조1000억원이 늘었다. 복지 예산이 내년도 정부 총지출(309조6000억원)의 27.9%를 차지해 역대 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는 논리다. 최근 매년 9∼10%씩 복지 예산이 증가해왔던 것에 비하면, 내년도 복지비 증가율은 6.2%로 뚝 떨어지는데도 말이다.

5조1000억원 증가분 내역을 따져보면, 사실상 감소했다고 보는 게 맞다. 공적연금 등 법정 의무 지출의 자연 증가분(3조6000억원)과 보금자리 사업 등 주택 관련 융자 성격의 지출(1조3000억원)을 빼면, 2000억원 정도를 정부의 재량 지출로 볼 수 있는데 그마저 물가인상분을 감안하면 잘해야 동결 아니면 마이너스 복지이기 십상이다. 결식아동 급식지원(432억원), 한시 생계구호(4181억원),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903억원), 장애인 의료비 지원(107억원) 등은 전액 삭감되었다.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2300억원 소폭 증가했다지만, 그 역시 사실상 삭감된 내용이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수를 2만7000명가량 줄였고, 이들에게 지원하는 생계급여 예산은 32억원 삭감했다.

빈곤층에게 쌀을 지원하는 저소득층 양곡 할인 예산을 111억원 삭감했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한 지원 예산도 150억원을 깎았다. 전국 5만8000개 경로당에 지원하던 겨울철 난방비 41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가 여론이 들끓자 당정이 뒤늦게 복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이나 정치인·관료가 하는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재정을 보면 된다. 말로만 생색을 내는지, 실제 예산으로 구현했는지 말이다. 저출산 대책은 실상을 잘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초국가적인 과감한 조치’를 하겠노라며 ‘아이낳기좋은세상운동본부’를 출범시키는 등 요란을 떨었다.

   
ⓒ시사IN 안희태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예산은 10개소, 20억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뉴시스
정부는 ‘사상 최대 복지 예산’이라지만 실질적으로는 동결 혹은 삭감됐다.

그렇다면 예산에는 이 같은 정책 의지가 얼마나 반영되었을까? 내년도 보육 예산은 2조4700억원으로 16.4%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감소했지만, 다른 분야 예산에 비하면 큰 폭으로 올랐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을 비껴갔다. 정부의 방향은 ‘지원금’보다 ‘시설’이 중요하다는 엄마들의 아우성과 달리 수혜자 직접 지원 중심, 민간 시설 지원 중심에 맞춰져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국·공립 시설을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교사·시설·음식 등 보육의 질이 민간 시설에 비해 낫기 때문이다. 정원 미달인 민간 어린이집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평균 대기자 수가 60명이 넘고 대기 기간이 1년을 넘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수요가 몰리는 이유다. 국·공립 시설이 5.4%에 불과한 현실인데도 정부의 내년도 국·공립 시설 예산은 10개소 신축, 20억원 배정에 그쳤다. 올해와 같은 금액이다. 전 정부에서 해마다 100개 이상의 국·공립 시설을 신설하고 2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

‘말’뿐인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사실상 보육의 질을 좌우하는 ‘교사’ 처우와 관련해서도 물가인상분(3%)에 해당하는 수준이어서 처우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대체 교사를 최소한 두 배로 증원하자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현재 전국 시·군당 2명에 불과). 대신 보육시설 평가 인증 예산은 16억원 늘었다. 전국의 어린이집에 대한 평가를 통해 좋은 점수를 받은 곳에는 인센티브로 월 150만∼600만원의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 나아가 정부는 평가 결과가 좋은 시설 중 일부는 보육료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그래서 ‘보육판 자사고’라는 비판을 받는 자율형 어린이집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외친 이명박 정부의 동반 성장 전략은 어떨까? 일단 중소기업청 예산은 1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1% 깎였다.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융자제도인 금융지원 예산도 2452억원이 줄었다. 특히 지방 중소기업에 주는 지역신용보증지원은 500억원 전액 삭감되었다.

올해 4월 기준 대기업의 대출연체율은 0.53%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중소기업 연체율은 같은 기간 1.7%로 지속적인 증가세인 점에 비춰보면 중소기업의 ‘돈줄’은 더 마르고 있다. 납품단가 인하 요구나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중소기업들이 꼽는 어려움이지만, 대기업·중소기업 간 거래 관행을 감시하는 유일한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련 예산(‘중소기업 경쟁여건 개선’)은 올해 8억7800만원에서 내년도 12억4200만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기업이 법인세 감세를 누리고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와 같은 지원금의 대부분을 수령해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재정 양극화는 더 심해지는 셈이다. 정부는 고용 창출에 대한 세금 감면과 인센티브를 주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신설하겠다지만, 중소기업이 그 세제 혜택을 누리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금연클리닉 예산도 삭감

이명박 정부의 예산 감상 포인트는 이밖에도 많다. ‘일자리가 곧 복지다’라는 기조를 갖고 있지만 고용노동부 예산(19조8563억원)은 2203억원 삭감(1%)되었다. 그중에서도 일자리 예산이 848억원이나 감축되었다. 경기 회복으로 민간 부분의 고용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조치다. 특히 저소득 취약 계층의 실업자 고용 지원 예산이 대폭 줄었다. 단순·임시직이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올해 희망근로사업 10만명,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 5만명으로, 총 15만명을 대상으로 1조원 예산이 지원되었던 데 반해 내년도에는 그마저도 4만명 대상, 2400억원으로 크게 준다. 대신 청년고용지원 예산을 크게 증가시켰다고는 하나 증가액(1231억원)의 절반은 건설비(종합직업체험관 신축)가 차지했다.

흡연자들은 한 번쯤 서비스를 받아봤겠지만, 국민건강증진기금 예산에서 지원하는 각 구청 보건소의 금연클리닉 예산(166억원)도 전액 삭감되었다. 대신 106억원 정도를 ‘민간’ 기관에 바우처 형식으로 지원하겠다는 것. ‘국민 건강’을 내세워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정부로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다.

   
ⓒ뉴시스
국방비 31조원 중 7조5000억원이 인건비. 이 중 군 간부(위) 몫이 93%이다.

   
유치원 내 ‘로봇교사’ 도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많다.

내년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지출 통제’다. 정부의 2011년 총지출은 309조6000억원. 총수입(314조6000억원)보다 약간 적다. 흑자 재정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담긴 결과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 채무가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100조원 넘게 증가했다(2007년 298조원→2010년 407조원). 내년에는 437조원이란다. 부채 이자만 해도 22조5000억원, 사상 최대치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거꾸로다. 4대강 사업을 접을 의사도, 부자 감세를 철회할 뜻도 없어 보인다. 대신 재정 균형을 위해 ‘경제성장률’을 높게 잡았다. 정부는 중기 재정운용 계획을 세우면서 내년부터 해마다 경제성장률을 5%로 잡았다. 국책·민간 경제연구소의 전망치보다 1∼2%가량 높다. 재정 수입을 늘려 잡기 위해서다. 오건호 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미 부자 감세를 통해 재정수입의 한 축을 봉쇄한 이명박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경제성장률을 높여 세입의 재원인 부가가치 총량을 늘리는 것이다. 4대강 사업 강행, 부동산 시장 활성화 등 경기부양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지출 통제 의지,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여전히 25조3000억원 재정 적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8년 부자 감세로 올해부터 지속적으로 해마다 20조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4대강(22조원)이든 부자 감세든 하나만 거둬들여도 이 겨울, 서민들은 재정의 따뜻한 봄날을 누릴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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