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설 곳 없는 ‘낙동강 전투’
  • 박형숙 기자
  • 호수 167
  • 승인 2010.12.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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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여론이 다소 정체한 가운데 정부의 4대강 공사 강행에는 거침이 없다. 민주당 등 야당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낙동강 전선’을 중심으로 경상남도와 배수진을 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혹자의 말처럼 ‘4대강 싸움에 자신이 가진 모든 권한과 자원을 전력으로, 줄기차게, 지치지 않고 투입해온’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그야말로 숨이 찼다. 4대강 170공구 현장 검증에 발이 부르트도록 뛰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지난해 11월. 다른 의원들보다 1년 반 늦게 국회에 입성(비례대표)했고, 4대강 공사는 첫 삽을 떴다.

그녀의 의정 활동은 그렇게 4대강과 함께 시작되었다. 곧이어 판판이 깨졌다. 4대강 예산은 한나라당 다수의 힘으로 국회를 통과했고, 이듬해 2월 야당의 공청회 요구는 무시되었으며, 4월 그가 속한 4대강 상임위(국토해양위원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6·2 지방선거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생명 살리기’ 사업이라며 6·2 지방선거 민심을 간단히 눌렀다. 8월 5개 야당의 4대강 사업 국회 검증특위 결의안도 거부되었으며, 10월 국정감사에서 쏟아진 각종 비리 폭로에도 4대강 공사는 거침없이 진척되고 있다. 

   
ⓒ뉴시스
김두관 경남도지사(가운데)는 ‘4대강 불도저’에 맞서는 최전선에 서게 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예요?” 김 의원은 국민이 지금 국회에 이렇게 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진이 빠진 것 같다”라고도 했다. 4대강 여론이 정체했다는 이야기이다. ‘이완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반대 민심’의 소폭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공사 시작 전까지 60%대였던 4대강 반대 여론이 올여름 들어서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견해 번복 논란과, 정부의 “공사를 중단하기에 너무 늦었다”라는 논리가 일정하게 먹히면서 약해졌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실장은 “반대 강도와 비율이 약간씩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유는 ‘피로감’이다. ‘동일한 이슈가 동일한 양상으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하면서 관심을 유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다. 국민은 한가하지 않다. 4대강 사업은 ‘광우병 쇠고기’ 이슈처럼 당장 밥상의 문제가 아니어서 체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

“사실상 마지막 전투다.” 한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연말 예산 국회에 임하는 결기 담긴 표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예산안이 통과되면, 그리고 내년 4대강 공사가 마무리되는 국면으로 넘어가면 사실상 제어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현재 정부가 마련한 내년 예산안이 제출되어 있다. 민주당은 내년 예산안을 아예 ‘4대강 예산’이라 못 박고, 10조원에 이르는(수자원공사 예산 포함) 예산에서 70%를 삭감해 민생 예산으로 돌리겠다고 선포했다. 한나라당도 물러설 뜻이 없다. “강행 처리를 해서라도 예산안 통과 법정 시한(12월2일)을 반드시 지키겠다”(김무성 원내대표)라고 엄포를 놓았다. 예산안이 12월31일 밤 12시를 전후해 가까스로 통과되어온 관행도 이번에는 예외 없다는 분위기다.

   
ⓒ뉴시스
6·2 지방선거 뒤 이명박 대통령(위)은 4대강 사업을 ‘생명 살리기’ 사업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완강하다. 국회에 장관이 불려나오면 통상 질책을 달게 받겠다는 태도로 말을 삼가는 편이지만(예산안 심의 때는 더욱 그렇다), 11월16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풍경은 그렇지 않았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중간에 자르고 고성으로 맞받았다. “품위를 지켜서 국가 대사를 논했으면 좋겠다”라고 야당 의원들의 질의 태도를 질책하는가 하면, 여당 의원의 격려에는 “4대강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도록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라고 말했다.

청목회·대포폰 사건 등 ‘사정 정국’이 국회를 덮치면서 예산 국회는 안갯속이다. 하지만 4대강 이슈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전쟁 때도 아닌데 ‘낙동강 전선’이 형성되었다. 4대강 낙동강 구간의 일부 사업을 대행해온 경상남도의 사업권을 정부가 회수(대행 협약 해제)하기로 하면서다. 경상남도는 주민들과 토지 보상 다툼, 불법 폐기물 대량 발견, 문화재청의 문화재 지표 조사 따위 이유를 대며 정당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지만, ‘속도전’을 원하는 정부에게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단체장의 ‘고의성 태업’으로 받아들여졌다.

경상남도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였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무소속)는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내년 12월까지 보장된 낙동강 사업권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일제히 ‘김두관 엄호’에 나섰다. ‘낙동강 전투’는 4대강 예산 국회의 긴급 현안으로 떠올랐고, 야당들은 낙동강을 에워싸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경상남도에 내려가 김두관 도지사의 손을 맞잡았고, 뒤이어 민주당 지도부도 공동 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이 기회에 민주당은 4대강 투 트랙, 다시 말해 원내에서는 예산 투쟁으로 원외에서는 대중 집회로 4대강에 다시 불을 지피겠다는 전략이다. 11월2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다른 야당들, 종교·시민단체 등과 4대강 반대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충청남도의 4대강 사업(금강)에 대한 재검토 요청에 대해 최근 국토부가 ‘거절’ 통보를 함에 따라 다른 지자체로 4대강 전선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당 “정부가 김두관 키운다” 불만도

한나라당도 경남 여론 단속에 나섰다. 함안보 공사 현장에 내려가 지도부 회의를 열어 ‘반(反)김두관’ 여론을 자극했다. 내년 6월까지 공정률 80% 달성도 촉구했다. 하지만 내심 “정부의 무리수로 4대강 이슈가 살아나고 김두관을 키우고 있다”라는 불만도 있다. 국토해양위 소속 최구식 의원은 “정부와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김두관 도지사가) 연구한 것 같은데 매우 성공적인 것 같다. 특정한 분을 위한 싸움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라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졸지에 김두관 도지사는 ‘4대강 불도저’에 맞서는 최전선에 서게 됐다. 대권주자는 ‘사건’을 통해 커간다는 점에서 야권의 잠룡인 김두관 도지사는 기회이자 시험대를 맞이한 셈이다.

민주당은 더욱 절박하다. “민주당이 과연   4대강에 목숨을 걸었는지 의문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저렇게 사활을 걸고 나오는데 4대강 사업을 막을 비장의 카드는 없다. 하지만 패배에도 자부심을 느끼는 패배가 있다. 장렬히 전사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번에 국민에게 대안 세력으로 각인되지 않으면 총선이고 대선이고 없다.” 경남 지역 한 시민단체 활동가의 말이다.

지난해 예산안은 12월31일 밤, 처리되었다. 민주당은 무기력 그 자체였다. 한나라당 단독 강행 처리를 자초·묵인했다는 비판을 샀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서 “마치 자신들을 밟고 가라는 것 같았다”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올해는 과연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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