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류학 역사 바꾼 콩알만 한 뼛조각 이상희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 2010년 4월 학술지 〈네이처〉에는 시베리아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여자아이의 새끼손가락 화석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 유전체(genome)에 대한 논문이 실렸습니다. 맨눈으로 봐서는 인간의 뼈인지 다른 동물 뼈인지 확인조차 어려운 뼛조각에서 DNA를 추출해 보고한 논문에 대해 고인류학계는 반응을 유보했습니다. 데니소바인의 화석은 작은 새끼손가락 뼈의 콩알만 한 뼛조각이었습니다. 고인류학은 전통적으로 고인류 화석을 중심으로 하는 학문입니다. 화석 중에서도 머리뼈가 있어야 제대로 대접받습니다. 이 논문에 대한 심드렁한 반응은 놀랍 수십 년간 무시한 국제사회의 권고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한때 ‘촛불 정부’가 들어서면 노동 변호사들은 일거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있었다. 물론 지난 10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시국 사건 구속자, 집회 연행자, 노동조합 활동 형사사건,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가압류가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우리는 자유로워졌는가. 지금도 형법상 업무방해죄, 각종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상 제한, 노조 설립 신고 제도가 존재하고, 노동사건에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적용한다. 또한 경영권을 이유로 단체교섭·쟁의 대상을 제한하는 대법원 판례를 비롯해 공무원과 교원, 해고자, 실업자, 간접 통신·디지털 기술 덕에 사납금제 없어진다? 윤형중 (LAB2050 연구원) 매번 겪는데도 유난히 낯설게 느껴지는 장면이 있다. 최근 택시 미터기 대란이 그 사례다. 지난 2월16일 서울 택시요금이 인상되었다. 한동안 많은 택시가 ‘요금조견표’란 낯선 이름의 표를 달고 다녔다. 인상된 택시요금이 미터기에 반영되지 않으니, 미터기에 표시된 금액에 인상분을 더한 요금을 알려주는 안내가 그 표에 담겨 있었다. 미터기 수리에 시간이 걸려 이런 조견표를 달고 다닌다. 거의 2주 가까이 서울 택시 7만1829대(2018년 11월 기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추산)가 마포 월드컵공원, 과천 서울대공원 등 수도권... 베트남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레지스 바르니에 감독의 영화 〈인도차이나〉만큼 베트남 역사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작품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1930년대, 부모를 잃고 프랑스인 농장주를 어머니로 여기며 자라난 베트남의 황녀가 역사의 격랑에 휘말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감독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프랑스 사람들의 식민지배에 대한 성찰과 부채의식이 느껴지기도 한다. 처연하고 감동적인 스토리에 하롱베이 (할롱만)의 아름다운 풍광이 더해져 인도차이나의 역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미군 철수로 서구의 ... 이해영 교수 반론에 대한 재반론 장정일 (소설가) 나는 〈안익태 케이스〉를 쓴 지은이의 집필 취지에 동의한다. 애국가의 작곡가가 반애국자여서는 곤란하다. 하므로 내가 짓지도 않은 제목, 〈시사IN〉 편집팀에서 단 ‘안익태는 애국자여야 했을까’에 책임져야 할 일은 없다. 실제로 독후감 어디에도 애국가의 작곡가는 애국적일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의 우려는 향후 있을지도 모를 애국가 공모에서 작곡가의 애국심을 심사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지적할 뿐이다. ‘글로벌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이중국적자는 구설에 오르곤 한다. 또 대통령의 딸이 외국에 나가 사는 것이 비애국 4·19혁명 도화선 김주열 가족의 59년 정희상 기자 “자식 하나 바쳐서 민주주의를 찾는 데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삼형제 다 바친들 아까울 것이 있겠습니까. (중략) 마산 시민 여러분이 보여주신 그 거룩한 뜻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내 자식 주열이는 신선이 되어 올라갔을 겁니다. 마산 시민 여러분, 이제 안심하십시오(1960년 5월8일 김주열 열사 어머니 권찬주 여사가 마산 시민에게 보낸 편지).” 1960년 3월15일 마산상고 신입생 김주열은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얼굴이 관통당한 채 사망했다. 경찰은 그의 사체를 쇠사슬로 묶은 뒤 돌을 매... ‘미움받는 것’도 훈련이다 고재열 기자 ‘잘난 사람들 속 좁다.’ 기자 초년생 시절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충고다. 돌이켜보니 맞는 말이었다. 점잖고 조용하던 유명인이 갑자기 말문이 터질 때가 있다. 누군가를 비난할 때다. 그렇게 정교하고 그렇게 신랄할 수가 없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단점에 통달해 있다. 녹음기가 꺼졌을 때 보는 유명인은 대부분 남을 비난하는 모습이다. 장폴 사르트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 대해 “그것은 나를 갉아먹고 나의 불안을 덮치는 것, 내가 지배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나를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것, 나의 자유를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콤한 세계의 시니컬한 ‘슈가’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방탄소년단 팬덤 바깥까지도 제법 알려진 영상이 하나 있다. ‘민윤기를 고소합니다’라는 제목이다. 방탄소년단의 팬 사인회에서 멤버 슈가를 향해 한 팬이 애끓는 목소리로 외쳐댄다. “민윤기(슈가의 본명)를 고소합니다. 저를 아프게 하니까요.” 왜 우리는 사랑하면 아파야 할까 하는 상념도 들지만,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뒤흔들리는 건 팬심의 정수다. 저 목소리가 터져 나올 때마다 슈가는 황당함과 원망이 섞인 웃음을 보인다. 어쩌면 ‘아이돌을 하니 별일을 다 겪네’ 하는 감상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슈가는 ‘아이돌이 된’ ... 엘살바도르 수도가 어디게? 문정우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새삼 한 가지 사실을 절감했다. 아직도 우리 운명은 우리 손아귀에서 멀다는 점이다. 두 정상이 우리 삶을 좌우할 중대한 논의를 하는데도 우리는 바깥에서 빙빙 돌아야만 했다. 회담이 결렬로 치닫는데도 한국 기자들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날리는 트윗에만 목을 맸다. 백악관 출입기자의 표현대로 회담은 ‘초현실적으로’ 마무리됐지만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잘난 척하며 장황하게 떠든 얘기를 들은 게 고작이다. 그 가운데는 차마 들어주기 거북한 대목도 있었다. 그는 한... 화이트 맑스 데이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카드뉴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시사IN 편집국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지 8년이 되었다. 아베 정권과 일본 언론은 '문제 없다'는 분위기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 3월11일이 되어서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8년이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언론이 '후쿠시마의 진실'이라는 관점에서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하고 있을까? === 먼저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지대는 어떤 '부흥' 정책이 이루어지더라도 원상태로 돌아올 수 없다. 피해자의 목소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흥'을 외치는 대합창 속에 묻혀 있다. === 두... 70일 넘게 인천공항에 사는 아이들을 위하여 인천/글 김영화 기자·사진 신선영 기자 “깜, 깜!” 공항 라운지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을 말리느라 엄마의 언성은 자주 높아졌다. ‘깜’은 프랑스어로 조용히 하라는 의미다. 아이들이 먹다 흘린 과자 부스러기를 보고 공항터미널 환경미화원이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다가왔다. 한국어를 알지 못하는 보베트 씨(38)가 급히 일어나 연방 “쏘리, 쏘리”라고 대답했다. 보베트 씨는 땅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맨손으로 훑어 모았다. 환경미화원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떠났다. 천진난만한 네 아이도 금세 얼어붙었다. 기약 없는 체류가 길어지면서 눈치 볼 일이 많아졌다. 면세... 북·미, 진짜 협상가들의 진짜 협상 시작되나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지난 2월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뒷말이 무성하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기존 외교 절차를 무시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거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외교’에 회의론이 일고 있다. 정계 입문 전 사업가로 살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달인을 자처해왔다. 1993년 클린턴 행정부 때 본격적으로 불거진 뒤 부시·오바마 행정부를 거치며 ‘난제 중 난제’로 진화한 북핵 문제 역시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풀겠다고 큰소리쳤다. 지난해 6월12일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이 ... 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열정과 도전 고재열 기자 흔히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 감독, 히말라야 원정대 대장, 그리고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가장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로 꼽는다. 그만큼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하고 판단해야 할 사안도 복잡하다는 의미다. 양승열 열정악단 단장(45)은 그 어려운 걸 해낸 사람이다. 지난해 열정악단을 창단해 첫 공연을 올린 그는 올해 1주년 공연을 성황리에 마쳐 오케스트라를 안착시켰다. 1999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것이 지휘의 시작이었다. 본격적인 프로 지휘자로 활동한 지 올해로 16년째다. 수원 태생인 그는... 주진우 기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작은 편지 [프리스타일] 주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 〈시사IN〉의 주진우 기자입니다. 20년 가까이 주 기자로 살았습니다. 이렇게 오래 기자를 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저는 공공재였습니다. 저의 생활보다, 가족보다 심지어 저 자신보다 제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제 시간은 더 중요하고 더 급한 사람들이 가져다 썼습니다. 하루 평균 약속 15개. 주말과 휴일도 없었고요. 권력과 돈 앞에 무기력한 기자들을 발견하고는 제가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권력과 삼성에게는요. 불의를 목격하고서 도망갈 수는 없었습니다. ... “안익태가 친일·친나치라서 좋을까” 이해영 교수 평소 눈에 띄면 즐겨 읽던 ‘장정일의 독서일기’에 필자가 내 책 〈안익태 케이스〉를 다뤘다기에 살펴 읽었다(〈시사IN〉 제599호). 하지만 어째 좀 평자의 불편한 심사가 드러나는 데다, 내가 책 쓴 의도를 데면데면 파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나 파악도 맞지 않는 것들이 있어 여기서 짚어본다. 먼저 사실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말이 있다. 장정일에 따르면 “그(안익태)가 1943년 8월 18일, 나치의 인종차별주의 아래서는 지휘대를 유색인에게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베를린 필하모니를 ... 대한민국 노조법은 ILO와 싸운다 전혜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ILO 핵심협약 비준’이 진통을 겪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현재 187개국이 가입한 상태다. ‘ILO 핵심협약’은 회원국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단체를 조직할 자유)’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차별 금지’ 등 4개 부문에서 각 2개씩, 모두 8개 협약으로 구성된다. ILO는 회원국들에게 핵심협약의 비준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비준이란 국가 간에 체결된 조약을 조... [카드뉴스] 이 주의 숫자 : 24.2 시사IN 편집국 이 주의 숫자 : 24.2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제601호 ‘이 주의 그래픽뉴스’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세종특별자치시가 시민 1명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이 가장 넓은 곳으로 집계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세종특별자치시의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률은 24.2m²로 가장 높았고 강원, 전북 , 전남, 울산, 제주가 뒤를 이었다. 인천과 경기, 서울은 17개 시•도 가운데 면적이 가장 작았다. #도시림 [카드뉴스] 문란하거나, 피해자이거나 시사IN 편집국 문란하거나, 피해자이거나. 둘 중 하나의 낙인을 피할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하지 않은 가임기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면 말이다.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임신에 대한 사회의 ‘도덕적’ 판단은 도덕에서 멈추지 않고 법의 이름으로 여성의 몸에 개입한다. 형법 제269조(낙태)와 제297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는 인공임신중지 (인공임신중절)는 물론 이를 조력하는 의료인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처벌을 피하려면 정숙과 순결을 국가에 증명해야 한다. 모자보건법이 인정하는 임신중지 예외조항 다섯 가지에 속하는 경우에만 ... 3·1운동이 그들의 인생을 바꾸었다 김형민(SBS Biz PD) 한때 4대 국경일은 3·1절, 광복절, 제헌절, 개천절이었어. 아빠가 어렸을 때 음악 시간에는 4대 국경일 기념 노래를 배웠고 국경일 즈음의 조회나 기념식에서 어김없이 불러야 했단다. 국경일 기념 노래 4곡의 작사자는 한 사람이야.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 그리고 문필가였던 위당 정인보라는 분이지. 개인적으로 아빠는 3·1절 노래 가사가 가장 감동적이다. 3·1운동의 전개와 의미 그리고 미래를 향한 다짐을 훌륭히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야. 오늘은 그 가사를 되새기며 이야기를 들려줄까 해(굵은 글씨는 정인보 선생이 지은 3·1절 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