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교수 반론에 대한 재반론
  • 장정일 (소설가)
  • 호수 600
  • 승인 2019.03.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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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익태 케이스>를 쓴 지은이의 집필 취지에 동의한다. 애국가의 작곡가가 반애국자여서는 곤란하다. 하므로 내가 짓지도 않은 제목, <시사IN> 편집팀에서 단 ‘안익태는 애국자여야 했을까’에 책임져야 할 일은 없다. 실제로 독후감 어디에도 애국가의 작곡가는 애국적일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의 우려는 향후 있을지도 모를 애국가 공모에서 작곡가의 애국심을 심사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지적할 뿐이다. ‘글로벌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이중국적자는 구설에 오르곤 한다. 또 대통령의 딸이 외국에 나가 사는 것이 비애국적이라고 지탄받는 나라가 한국이다. 애국가 작곡자의 애국심은 이런 까다로운 기준을 다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내 독후감이 제일 먼저 강조한 것은, 기자들이 꼭 해야 할 질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 선행연구자, 저자 모두가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안익태 케이스>의 지은이가 책머리에 “안익태의 행적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이제 겨우 10여 년인지라 앞선 좋은 연구들이 있음에도 여전히 빈 곳이 많았다”라고 썼는데도, 많은 기자들이 “앞선 연구들의 부족한 점은 무엇이고, 이번에 나온 책이 앞선 책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죠?”라고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에 깊이 실망했다.

안익태는 베를린 필하모니를 지휘한 유일한 일본인이 아니다. 번거로워서 생략했을 뿐, 이경분의 <잃어버린 시간 1938~1944>(휴머니스트, 2007)에는 그 사실이 자세히 나와 있다. “독일에서 베를린 필하모니를 지휘했던 일본 지휘자는 고노에 외에도 여러 명 있었다. 1934년에는 기시 고이치가, 1939년 12월10일에는 오타카 히사타다가 초청되어 일본과 독일의 음악교류를 과시했다.”(43쪽) 이경분은 안익태가 베를린 필하모니를 지휘하게 된 것은 개인적인 “영광”(29쪽)이었다면서, 그 영광은 나치 독일과 일본의 동맹 관계가 아니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혀놓았다.

ⓒ이지영

반론자는 “전체주의 국가의 국민은 ‘스파이’가 되도록 교육받지만, 그들이 ‘직업 스파이’가 된다는 것은 별개다”라는 내 말을 놓고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혀 새로운 ‘학설’이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하지만 내 말은 결코 생소하거나 난해한 학설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군사정부 시절이던 1982년만 해도 도심의 골목과 등산로에서 “이웃집에 오신 손님, 간첩인가 다시 보자”, “앞에 가는 저 등산객, 간첩인가 다시 보자”와 같은 표어가 난무했다. 전체주의 국가가 전 국민을 스파이로 훈련시킨다는 말은 바로 이런 뜻이지만, 전 국민이 ‘직업 스파이’일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안익태는 그런 의미에서 스파이이기는 하지만, 저자가 획책하는 것과 같은 ‘직업 스파이’는 못될 것이다.

나는 이경분의 책이 나왔을 때 모 음악 전문지에 독후감을 실은 바 있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중앙일보사가 발행하는 <중앙선데이>(제7호, 2007년 4월28일)에 저자를 모셔 대담을 하기도 했다. 이때 전정임의 <안익태>(시공사, 1998)를 읽고 인용까지 했다. 노동은·허영한·송병욱의 선행 연구는 읽지 않았지만, 안익태가 독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일정한 성공을 거두게 된 배경에 일본과 나치의 협력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안익태가 독일에서 성공하기 위해 일본과 나치의 자발적인 선전일꾼(propagandist)이 되었다는 연구를 가장 본격적으로 했다는 뜻에서 이 분야의 연구는 이경분의 <잃어버린 시간 1938~1944>이 독보적이다. 뒤늦지만 반론자가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기위해 바쳤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하지만 공인된 조직만 있는 전체주의 국가에 “독일협회가 나치의 위장된 외곽조직”이라는 것을 밝혔다는 것이 썩 새로운 사실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안익태 케이스>가 함유하고 있는 몇몇 음모론적 관점이 눈에 거슬릴 독자도 많다.

똑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두 권의 책 가운데 한 권을 고르라면, 나는 지금도 <안익태 케이스>보다 <잃어버린 시간 1938~1944>을 읽겠다. 이경분의 후속연구인 <나치 독일의 일본 프로파간다>(제이앤씨, 2011)를 독자들에게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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