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연령 유럽파’라는 한국 축구의 딜레마 [경기장의 안과 밖] 배진경 (<온사이드> 편집장) 한국 축구에서 ‘유럽파’라는 타이틀은 성공한 선수와 동의어로 통했다. 축구의 본류인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되는 것이 태극마크를 다는 일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실제 1990년대 전까지 유럽 무대를 장기간 누빈 한국 선수는 차범근이 유일했다. 차범근은 독일에서 최정상급 공격수로 우뚝 섰다.2002 한·일 월드컵의 대성공으로 한국 축구의 가능성이 확장했고, 젊은 선수들에 대한 유럽 축구계의 관심도 커졌다. 박지성·이영표·송종국·이천수·차두리·김남일 등이 유럽으로 건너갔다. 차범근의 뒤를 이었다고 할 만한 선수는 박지성과 재난의 공동체 무정과 동정을 넘어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정조 1년(1777년) 초여름 가뭄이 심했다. 정조의 일기 〈일성록〉 5월15일자에 가뭄 이야기가 나온다. 왕이 말했다. “어제는 비가 올 듯한 기미가 매우 다분했는데 끝내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 너무도 안타깝다. (중략) 천시(遷市, 시장 옮기기)는 몇 차에 행하는가?” 예조판서 홍낙성이 대답했다. “11차에 행한다고 합니다.” 왕이 한탄했다. “선조(先朝)께서 늘 중대하고 어려운 일로 생각하여 거행하지 않았었다.”농경사회에서 가뭄은 심각한 위기였다. 통치의 기초가 흔들리는 재난이 될 수도 있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천시 또는 사 스파이와 영화감독 하는 일은 비슷하다 임지영 기자 사춘기 시절 박찬욱 감독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읽고 반했다. 이 책은 1963년 영국의 첩보 소설가 존 르 카레가 쓴 소설로 냉전시대 이중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대한 거짓말’을 창조하고, 그 거짓말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하는 스파이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는 가운데, 거기 어딘가에서 톱니바퀴로 종사하던 한 개인이 비극적으로 파멸한다는 이야기에 깊숙이 빠졌다.왜 그렇게 빠져들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지금 와서 보니 스파이 소설을 좋아하는 성향과 자신을 영화감독으로 성공해서 실패한 진보 정당 20년사의 역설 전혜원 기자 녹색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0석을 얻었다.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2.14%를 받아 최소 득표율 3%를 넘지 못했다.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 심상정은 경기 고양갑에서 3위로 낙선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선거를 앞두고 연합한 두 당(녹색당과 정의당)은 다시 분리될 예정이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의원 6명이 있던 제3당 정의당은, 이제 소속 의원이 없는 원외정당이 된다.정의당의 뿌리는 민주노동당이라는 정당이다. 2000년 창당해 2004년에는 10석을 얻기도 했다. 당시 같은 민주노동당에 속했다가 이후 정의당과 갈라선 세력인 진보 반백 년 이어진 시선집, 600개의 세계가 온다 임지영 기자 1975년, 신경림의 〈농무〉가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되었다. 계간지 〈창작과비평〉 여름호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판매 금지된 해이기도 하다. 그해 12월, 문학과지성사가 출범했다. 계간지 〈문학과지성〉 동인인 김병익 문학평론가가 언론 탄압으로 해직된 이후였다. 3년 뒤인 1978년 문학과지성사는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첫 번째 시집으로 냈다. 그렇게 창비시선, 문학과지성(문지) 시인선이 시작되었다. 약 50년이 지났고 최근 각각 500호, 600호를 발간했다.좀 더 늦게 시작했지만 문지 시인선이 600 미세 좌절의 시대 그래서 읽고 쓴다 김영화 기자 녹음 버튼을 누르자 장강명 작가가 말했다. “저도 ‘클로바 노트’ 많이 써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AI 서비스로, 녹취할 일이 많은 기자들이 자주 쓴다. 그에게도 지난해 말부터 열중하고 있는 취재가 있었다. AI에 관한 논픽션을 쓰기 위해 전현직 바둑 기사 30여 명을 인터뷰했다. 알파고 대전이 8년 전 일이다. “AI 기자나 AI 소설가가 나오면 곧 언론계, 문학계 종사자들이 아노미를 느낄 텐데, 그런 일이 바둑계에 먼저 있었던 거잖아요. 바둑기사들은 그때 무엇을 느꼈고, 바둑 두는 법은 어떻게 바뀌었나 알고 싶었어요.” 스위스 입시가 묻는다, 이 시스템은 공정한가?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내가 김나지움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건 어려서 읽은 아인슈타인 전기에서였다고 기억한다. 소년 아인슈타인이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대목에서 학교 이름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스위스에 와서 아이를 낳고 다른 부모들과 어울리면서 다시 대화에 김나지움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더 현실적인 내용이었다. 6학년 때 치르는 김나지움 시험이 그렇게 어렵다더라, 그래서 요샌 다 사교육을 시킨다더라, 그런 얘기들을 두세 살짜리 아이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눴다. 나처럼 이주민이던 그들은 스위스 교육 시스템이 너무 경쟁적이라며 농반진반 그때가 죽은 오리들이 말하는 것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오리들케이트 비턴 지음, 김희진 옮김, 김영사 펴냄“인생에 금이 간다는 걸 알면서 왜 여기에 올까요?”캐나다 앨버타의 한 오일샌드 개발 현장에 있던 큰 연못에 죽은 오리 수백 마리가 떠올랐다. 석유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유독성 물질을 걸러낸 물을 그대로 흘려보낸 것이 집단 폐사의 원인이었다.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면, 떼죽음 당한 오리들은 이곳 ‘싱크루트 오일샌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비유임을 깨닫게 된다. 가난이 싫어서 공장으로 온 ‘평범한’ 사람들이 가난보다 더 서늘한 노동권 침해와 성폭력, 산업재해, 환경파괴를 겪으며 독자와의 대화 시사IN 편집국 ‘오래된 정기구독자’라고 밝힌 독자에게서 문의 메일 한 통이 왔다. 〈시사IN〉의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 기준을 묻는 메일이었다. 이호철 독자(대구가톨릭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와 나눈 ‘우리말 탐구’ 문답을 그의 동의를 얻어 지면에 옮긴다.이호철 독자: 전공 분야는 공학이지만 〈시사IN〉을 통해 얻은 지식을 수업 시간에 곧잘 써먹곤 합니다. 특히 제가 늘 고충을 안고 있는 ‘맞춤법’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제859호 ‘사람IN’ 기사(“노란버스는 공공재다”)를 보다가 궁금해진 것도 맞춤법에 관련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떠나는 윤석희 인권위원의 경고, “인권위를 감시하라” 이은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법규집’ 등 한아름 들고 온 자료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2021년 2월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임기를 시작한 윤석희 변호사가 ‘인권위와 함께한 3년’은 자료와 고군분투한 시간이기도 했다. 많을 땐 한 주에 1000쪽이 넘는 기록을 읽었다. 인권위 업무에 전념하는 상임위원과 달리, 비상임위원은 전업이 따로 있다. 윤석희 인권위원은 주경야독하는 심정으로 낮엔 본업을 하고 밤엔 기록을 살폈다. 토요일, 일요일 중 하루는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인권위원은 윤석희 변호사가 하고 싶었던 일이다. 1994년 변호사가 된 ‘윤석열식’ 의대 증원, 정치의 빈곤을 드러내다 김연희 기자 3월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껑충 뛰었다. 한국갤럽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2월 첫째 주 29%였던 긍정평가가 3월 첫째 주 39%로 올랐다. 이후 36%로 다소 주춤해지긴 했지만 한 달 사이 10%포인트 반등은 분명 이례적인 현상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지지율 상승을 이끈 동력으로 지목된다. 같은 조사에서 긍정 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23%)’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여권 내부에서도 “윤석열 정부 스타일에 맞는 일”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중재자’ 한동훈? “굉장히 제한적인 역할 밖에 없어” [김은지의 뉴스IN] 이은기 기자 ■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 /https://youtube.com/sisaineditor)■ 진행 : 김은지 기자■ 출연 : 김준일 시사평론가, 이은기 기자★ 첫 번째 뉴스 키워드 : ‘중재자 한동훈’, 성공할까?■ 진행자 / 의사 파업을 두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중재에 나섰는데,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은기 / 오늘(3월26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난주에 지지율이 최저치를 찍었고 이번 주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홍석준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은 한 늙은 시인이 거듭 죽음을 노래하는 까닭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초가삼간 오막살이〉(브로콜리숲, 2024)는 이문길의 열일곱 번째 시집이다. 1939년 대구에서 출생한 시인은 1959년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 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수료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다. 등단을 하고 나서 시집을 내는 것이 순서이지만 시인은 대구에서 첫 번째 시집 〈허생의 살구나무〉(흐름사, 1981)와 두 번째 시집 〈내 잠이 아무리 깊기로서니〉(흐름사, 1983)를 먼저 냈다. 그러고는 한참 뒤인 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가로늦게 등단 과정을 밟았다. 등단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두고두고 곱씹는 ‘마지막 2분’의 시간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나영이가 해성이를 좋아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저희 이제 이민 가거든요. 그래서 가기 전에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저 멀리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걸 보며 나영이 엄마가 말했다. “근데 왜 가세요? 나영이 아빠 영화감독 하시고, 어머님은 그림 그리시고. 왜 그걸 다 버리고 가세요?” 궁금해하는 해성이 엄마에게 답해주었다. “버리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거든요.”한국 국적을 버리고 캐나다 국적을 얻은 가족. 자기 이름 ‘나영’의 과거를 버리고 영어 이름 ‘노라’의 미래를 얻는 아이. 그렇게 열두 살 때 헤어진 첫사랑과 스물 이 책 읽으면 ‘아바타’와 너구리 ‘로켓’이 달리 보인다 [기자의 추천 책] 김다은 기자 ‘어차피 모든 것은 망했다’라는 종말 시나리오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한때는 종말을 상상하는 일이 근대적 인간에게 미약한 자성을 촉발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아니다. 대중은 미디어 속 “멸종의 스펙터클”을 소비하면서 “오, 넷플릭스에서 본 이야기!”라며 반가워하거나 지겨워할 뿐이다. 그러니까, ‘파국’은 오염됐다.그래서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라는 책의 제목은 낯설면서 의아하다. 이를테면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는 일’과 ‘파국을 상상하는 일’은 무엇이 다른가? 어차피 끝장나는 건 똑같은 것 아닌가. 설 외국인 유학생은 대학에게 무엇인가 [대학기자상] 이상원 기자 제15회 〈시사IN〉 대학기자상이 수상자 선정을 마쳤다. 2022년 12월부터 1년간 대학 내 매체에서 나온 보도물이 응모 대상이었다. 취재보도 부문 126편, 뉴커런츠 부문 15편, 방송·영상 부문 15편, 사진·그래픽 부문 19편, 특별상 2편으로 총 177편이 출품되었다. 〈시사IN〉 편집국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1심, 팀장급 기자들이 평가하는 2심을 거쳐 총 22편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시사IN〉 편집국장과 언론계·학계 전문가 4인이 참여하는 최종 심사에서 수상작 6편을 선정했다.지난해 수상작들이 ‘배리어프리’ 이슈에 쏠려 스위스 사회를 ‘쇼크’에 빠뜨린 교육 이슈 세 가지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한국만큼 교육이 뜨거운 이슈인 나라가 또 없을 것 같지만, 사실 교육은 어느 나라에서나 주된 관심사다. 관심이 표출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한국에서 길을 가다 학원 간판을 마주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대중교통도 온갖 학원과 강사들의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학원 간판이나 광고를 볼 일이 거의 없는 스위스에도 사교육이 존재한다. 특히 인문계 중고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Gymnasium) 진학 대비 사교육 열기는 해가 갈수록 심해진다.공교육은 공교육대로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인구는 늘어나는데 학교 건물을 제때 짓지 못해 취리히 초 윤석열 화법의 다섯 가지 문제점 [김은지의 뉴스IN] 장일호 기자 ■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진행 : 김은지 기자■ 출연 : 강원국 작가“김대중은 말을 옮기면 바로 글이 되고 노무현은 말하면서 글을 만들어”“정치인 중에는 이탄희 화법이 눈에 띄어… 논리, 윤리, 진정성 세 가지 다 갖춰”“윤석열 화법의 문제? 뒷담화, 남 탓, 편 가르기, 감정적 언사, 듣지 않는 태도”“대통령이 다 잘할 수 없어… 본인 말만 하면 본인 수준에서 대한민국 정체돼”“말하고 글쓰기에 있어서 메모는 필수 무기, 1 한동훈의 ‘동료 시민’과 86 운동권 청산론은 양립 가능한가 전혜원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하 한동훈)이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를 저격하고 있다. 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에서 김영주 의원이 하위 20%,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에 속하자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는 (하위) 1%에 들어갈 것 같다. 재판 다니느라 의정활동 제대로 못 하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은 지난해 12월21일 사직한 이튿날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12월26일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했다. 취임한 지 채 세 달이 안 되었다. 그사이 민주당 공천 갈등 등의 여파로 이른바 ‘ 30년 차 ‘토끼 작가’ 듀나는 말한다, 절망하지 말자고 김영화 기자 미국의 한 물리학과 교수가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한다. 그가 처음 한 일은 기원전 399년 그리스로 날아가 소크라테스 재판이 플라톤이 기록한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 그런데 막상 타임머신을 타고 아테네에 도착하자 덜컥 겁이 났다. 사람 하나라도 잘못 건드린다면 세계 역사가 완전히 바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교수는 결국 현재로 돌아오기로 하는데, 타임머신에 붙어 있던 나비 한 마리가 과거에 남겨진 것을 꿈에도 몰랐다. 나비의 날개에는 우연히 감기 바이러스가 붙어 있었고,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인류 역사를 처참하게 망가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