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 밥 말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밥 말리 전기 영화 〈밥 말리: 원 러브〉를 봤다. 글쎄.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별 감흥은 없었다.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렁에 빠질 뻔한 영화를 위대한 밥 말리의 음악이 겨우 건져내준 작품이라고. 나는 영화평론가가 아니다. 따라서 개인 감상에 불과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약은 약사에게, 영화는 김세윤 작가에게.밥 말리가 누군가. 레게 하면 영순위로 떠오르는 이름이다. 과연 그렇다. 장르의 대표를 넘어 장르 그 자체가 된 음악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이걸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된다. 자메이카 ‘마술적 리얼리즘’ 하면 이 영화감독을 떠올리리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영화 〈행복한 라짜로〉(2018)를 만들 때 이야기. 투자자들이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에게 물었단다. 그래서 영화가 끝날 때쯤 주인공에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느냐고. 주인공이 ‘특별한 사건’을 겪으면서 조금이라도 ‘삶이 달라지는 이야기’를 관객은 보고 싶어한다면서.“아니요. 그런 일은 제 영화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턴테이블의 가운데 축(spindle) 같은 거예요. 움직이지 않는 축이 레코드를 돌아가게 하는 것처럼,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을 둘러싼 세상이 변하는 거죠.”그렇게 받아치며 완성한 영화가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시사IN 제867호 - 진보 정당 20년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와의 대화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김영화 기자 기자들의 시선/김은지 기자 포토IN/열 번째 봄, 다시 기억을 다짐하다COVER STORY IN‘성공했기에 실패한’ 진보 정당 20년사민주노동당 후신인 녹색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0석을 얻었다. 민주당과 연대하지 않은 진보 정당은 국회 진출에 실패했다. 2004년 처음 원내에 진출한 진보 정당의 20년사를 짚었다.ISSUE IN 여론조사 읽으려면 이념 성향 비율부터 ‘관권 선거’ 불사한 고집, 공수표 된 민생토론회 초3부터 직장인까지 의사가 되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스포츠 영화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2018년 US 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 스물네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리는 서른일곱 살 세리나 윌리엄스와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꿈꾸는 스물한 살 오사카 나오미가 맞붙었다. 세트 스코어 2-0. 오사카 나오미 승리.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한 최초의 일본인 선수’가 탄생하는 순간.승패를 결정한 건 선수였지만 흐름을 바꾼 건 선수가 아니었다. 코치와 심판이 사실상 ‘게임 체인저’였다. ‘경기 중엔 선수에게 어떤 지시도 내려선 안 된다’는 대회 규정을 어기고 관중석에서 손짓으로 사인을 보낸 세리나 윌리엄스의 코치 시사IN 제865호 - 세월호, 10년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와의 대화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이오성 기자 기자들의 시선/김동인 기자COVER STORY IN열 번째 봄에 전하는 우리들의 이야기2014년 당시 팽목항에서 카메라를 들었던 〈시사IN〉 사진팀 기자들은 10년 후 다시 세월호의 기억을 기록하기로 했다. 100명의 이야기를 모았다. 그 가운데 22명을 추려 지면에 담았다.- 2학년 6반 남윤철 교사 부모 남수현씨, 송경옥씨- 세월호 잠수사 황병주씨- 단원고 스쿨닥터 김은지 원장- 2학년 4반 김건우 학생의 누나 김송이씨 - 세월호 참사 희생자 〈로봇 드림〉, 내 옆에 없는 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외로웠다. 밥을 먹어도 외로웠고 TV를 봐도 외로웠고 게임을 해도 외로웠다. 하품은 전염된다는데 덩달아 하품하는 친구가 곁에 없는 것도 참 외로웠다. 소파에 혼자 앉은 자기 모습이 텅 빈 화면에 반사되는 게 싫어서 얼른 다시 TV를 켰다. “외로우신가요?” 자막과 함께 나오는 반려로봇 광고. 바로 주문. 택배 도착.즐거웠다. 같이 밥을 먹어서 즐겁고 TV를 혼자 보지 않아서 즐겁고 2인용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즐거운 추억을 더 쌓고 싶어 바다에 갔다. 물놀이가 끝난 뒤 나란히 해변에 누워 기분 좋게 낮잠도 잤다. 집에 가 두고두고 곱씹는 ‘마지막 2분’의 시간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나영이가 해성이를 좋아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저희 이제 이민 가거든요. 그래서 가기 전에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저 멀리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걸 보며 나영이 엄마가 말했다. “근데 왜 가세요? 나영이 아빠 영화감독 하시고, 어머님은 그림 그리시고. 왜 그걸 다 버리고 가세요?” 궁금해하는 해성이 엄마에게 답해주었다. “버리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거든요.”한국 국적을 버리고 캐나다 국적을 얻은 가족. 자기 이름 ‘나영’의 과거를 버리고 영어 이름 ‘노라’의 미래를 얻는 아이. 그렇게 열두 살 때 헤어진 첫사랑과 스물 시사IN 제863호 - 돌아온 의혹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와의 대화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이종태 기자 기자들의 시선/문상현 기자 포토IN/봄바람과 햇살 흐르고 스미다COVER STORY IN부메랑 되어 돌아온 ‘직권남용’이라는 칼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채 상병 사건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조금씩 드러나는 의혹은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ISSUE IN 정치의 빈곤 드러낸 ‘윤석열식’ 의대 증원 중국의 패권 야망, 수출 공세로 실현될까 물가안정 대책에 농민은 없더라 “역행하는 시사IN 제861호 - ‘금값’의 비밀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김영화 기자 기자들의 시선/주하은 기자 포토IN/학교가 사라지는 풍경COVER STORY IN‘두 알 1만원’ 사과 가격, 원인도 있고 대안도 있다기후위기 시대 농산물 가격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다. 이미 시장도매인이라는 대안이 있지만좀처럼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도매시장 법인 측의 반대,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발목을 잡는다.ISSUE IN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그가 얻고 잃은 것 전공의 떠난 자리에서 외줄 타는 PA 간호사들 모자의 난 부른 ‘한 지붕 두 가족’ ‘똥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방법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1858년 늦여름. 처마 밑에서 비를 긋는 두 남자. 폐지를 한 바구니 안고 선 청년 추지(간 이치로)에게 야스케(이케마쓰 소스케)가 깐족댄다. “그거 팔면 얼마나 쳐줘? 얼마 벌지도 못하겠네.” 약이 올라 되묻는 추지. “그러는 넌. 그거 팔면 얼마나 받는데?” “종이 따위론 돈이 안 되는구나?” 씨익 웃으며 넌지시 속을 떠보는 야스케. “내 동료가 그만뒀는데 말이지….”이어지는 장면. 한적한 시골 오솔길. 야스케가 끄는 수레를 추지가 밀고 있다. 폐지 장수 그만두고 야스케의 동료가 되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잔뜩 얼굴을 찌푸린다 시사IN 제859호 - 의대 증원 나는 찬성한다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이오성 기자 기자들의 시선/김동인 기자 포토IN/노노공의 노래는 계속된다COVER STORY IN의대 증원에 찬성한다, 이런 방식엔 반대한다〈시사IN〉은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의사와 의대생을 한자리에 모았다. 의료계와 정부의 대치가 깊어지는 가운데 19년 만에 찾아온 변화의 기회가 바람직한 결실을 볼 수 있을까?ISSUE IN 시스템의 이름으로 사라지는 책임 정치? 주도권 싸움에 막 내린 제3지대 ‘11일 천하’ 반복되는 보은성 인사, 총선 후엔 낙하산 투 노인 혐오의 시대 한줄기 햇살 같은 영화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평화롭게 피아노 연주곡이 흐르는 노인요양원 복도에 한 청년이 나타난다. 총을 든 손과 팔에 핏자국이 보이고 그가 지나온 복도 끝에 휠체어가 넘어져 바퀴만 빙글빙글 돌고 있다. 창가에 주저앉아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유서를 읽어 내려가는 청년. “넘쳐나는 노인이 나라 재정을 압박하고 그 피해는 전부 청년이 받는다. 노인들도 더는 사회에 폐 끼치기 싫을 것이다. 옛날부터 우리 일본인은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을 긍지로 여겨왔다. 나의 이 용기 있는 행동을 계기로 진솔하게 논의하고 이 나라의 미래가 밝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마지막 총성이 ‘높이’ 대신 ‘멀리’, 청춘의 비행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1)의 마지막 장면. 평생 자신을 뒷바라지한 아버지 앞에서 빌리가 힘껏 날아오른다. 한 마리 새처럼 멋진 자세로 하늘 높이 솟구친다. 그 아름다운 비상의 순간에 영화가 멈추고 우리의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자, 조금 고약한 상상을 더해 다음 이야기를 써보자. ‘그 아름다운 비상의 순간’ 뒤에 곧바로 최악의 순간을 맞이한다면? 착지할 때 발목을 접질리며 쓰러져 공연을 망쳐버렸다면? 적어도 2년 동안 무대에 서지 못할 심각한 부상 때문에 무용수의 전성기를 하릴없이 흘려보내야 한다면?영화 〈라이즈〉의 주인공 엘 시사IN 제856·857호 - 무엇이 총선판 흔드나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주하은 기자 기자들의 시선/변진경 기자COVER STORY IN데이터로 미리 내다본 4월 총선 결과는?제22대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며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시사IN〉이 선거 데이터 전문가 4명에게 관전 포인트를 물었다. 이들의 견해는 비슷하면서도 종종 엇갈렸고, 통념과도 달랐다.ISSUE IN 새로운 정치의 온상, 한국의 ‘기후 선거구’ 누가 ‘과잉 권한’을 남발하고 있는가 사법부 흔든 농단, 결과는 전부 무죄 ‘고발 사주 의혹 사건’ 법정 중계/고 아들이 기록한 아버지의 마지막 연주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2020년 12월4일. 건강검진을 받았다. 암이 간에 전이되었다고 했다. 일주일 뒤 12월11일. 재검사를 했다. 의사가 말했다. “이대로 두면 앞으로 남은 시간은 6개월 정도입니다.”“하지만 저는 그다음 날 피아노 솔로 연주의 온라인 생중계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의 인생에서 경험한 적 없을 정도로 자신의 ‘죽음’을 가까이 느끼며 그 상태 그대로 공연 당일을 맞이했습니다. (중략) 최악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열다섯 곡의 연주를 마쳤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이하 큰따옴표 인용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쓴 책 〈나는 앞으로 시사IN 제854호 - 총선 앞 선심?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이종태 기자 기자들의 시선/나경희 기자 포토IN/우리는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닙니다COVER STORY IN재건축은 어쩌다 총선용 선심이 되었나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담긴 1·10 대책은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정책이 실현될 가능성도, 정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주식시장에 등장한 ‘윤석열식 낙수효과’?ISSUE IN 제3지대 신당이 처한 딜레마 “절실함 나눌 정당 아직, 여전히 필요하다” 친중과 친미 넘어 타이완이 선택한 이렇게 살다 끝일까 좋은 각본과 배우가 답하다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그가 어김없는 사람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출근 시간을 어긴 적도 없고 퇴근 시간을 어긴 적도 없다. 늘 같은 양복을 입고 같은 표정을 짓고 같은 자리에 앉아 일을 했다. 그저 모든 게 적당하고 평범해서 줄곧 무탈한 인생. 런던 시청 공무원 윌리엄스(빌 나이)의 삶.“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어제는 조퇴, 오늘은 지각.” 직원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어제는 퇴근 시간을, 오늘은 출근 시간을 어겼기 때문이다. ‘어김없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모든 걸 어기는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아무래도 윌리엄스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 시사IN 제852호 - 습격당한 한국 정치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이오성 기자 기자들의 시선/김영화 기자COVER STORY IN습격당한 한국 정치 피의자는 누구인가 제1야당 대표가 공식 일정 도중 흉기로 기습공격을 당했다. 극단적·적대적·대결적 정치 구도는 열광과 증오를 부르고 ‘정치 테러’가 싹틀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말이 칼이 된 극단의 정치ISSUE IN 누가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갔나 비상 상황에 시작된 2인자 인큐베이팅 태영건설 워크아웃, 올 것이 왔다 ‘계포’ ‘마피’ 뜬 그 건설사의 살길 마술 같은 PF ‘불신 시사IN 제850호 - 총선 최대 변수 ‘무당파’ 분석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김동인 기자 기자들의 시선/변진경 기자 포토IN/30만 년 전 공기를 품은 빙하COVER STORY IN총선 판도 좌우할 무당파를 들여다보다총선이 있는 2024년을 맞이해 〈시사IN〉은 유권자 지형 분석 웹조사를 실시했다. 183개 질문으로 표심의 속내를 살폈다. 첫 번째로 양당 모두에 비호감을 표시한 ‘무당파’를 분석했다. ‘스윙보터’를 알아야 총선에서 이긴다 무당층이 마음 두는 여야 정치인이 없다ISSUE IN ‘정치인 한동훈’ 앞에 놓인 세 가지 질문 사모펀 악인에게 악의가 없다면 괴물은 누구인가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신호가 바뀌었는데 앞의 트럭이 움직이지 않았다. 운전자가 딴짓을 하는 게 분명했다. 빠앙. 경적을 울렸다. 한 번 더. 다시 한 번 더. 그래도 꿈쩍하지 않는 앞차 때문에 슬슬 짜증이 났다. 얼마 뒤 트럭이 출발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휠체어 탄 사람이 길을 건너고 있었다는 것을.“그때 울린 경적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내가 피해자가 되는 일에는 민감하지만, 내가 가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이 문제를 10년 넘게 고민해왔다. 가해자를 어떻게 그려야 할까? 피해자는 어떻게 생겨날까? 누가 가해자이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