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공동체 무정과 동정을 넘어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정조 1년(1777년) 초여름 가뭄이 심했다. 정조의 일기 〈일성록〉 5월15일자에 가뭄 이야기가 나온다. 왕이 말했다. “어제는 비가 올 듯한 기미가 매우 다분했는데 끝내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 너무도 안타깝다. (중략) 천시(遷市, 시장 옮기기)는 몇 차에 행하는가?” 예조판서 홍낙성이 대답했다. “11차에 행한다고 합니다.” 왕이 한탄했다. “선조(先朝)께서 늘 중대하고 어려운 일로 생각하여 거행하지 않았었다.”농경사회에서 가뭄은 심각한 위기였다. 통치의 기초가 흔들리는 재난이 될 수도 있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천시 또는 사 스파이와 영화감독 하는 일은 비슷하다 임지영 기자 사춘기 시절 박찬욱 감독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읽고 반했다. 이 책은 1963년 영국의 첩보 소설가 존 르 카레가 쓴 소설로 냉전시대 이중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대한 거짓말’을 창조하고, 그 거짓말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하는 스파이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는 가운데, 거기 어딘가에서 톱니바퀴로 종사하던 한 개인이 비극적으로 파멸한다는 이야기에 깊숙이 빠졌다.왜 그렇게 빠져들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지금 와서 보니 스파이 소설을 좋아하는 성향과 자신을 영화감독으로 ‘절약 경쟁’ 유통업, 미래는 어디에? 주하은 기자 3월25일, 유통 대기업 이마트가 전사적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1993년 창사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개별 점포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적은 있었지만,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확대한 적은 없었다. 이마트 측은 “수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이마트의 희망퇴직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2013년 정점을 찍은 이래로 이마트 영업이익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지난해에는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후 최초로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위키백과에 따르면, 사이보그(cyborg)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유기체(organism)의 합성어로 기계와 인간의 결합체인 개조 인간을 의미한다. 영화 〈공각기동대〉 〈터미네이터〉 〈로보캅〉 등의 SF에 등장했던 익숙한 존재다. 우리는 사이보그에 대해 양면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인간의 몸에 기계가 결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는 사이보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을 보면 사이보그야말로 인류의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이 글에서 우리는 이미 ‘미래’에 대해 아직 나누지 못한 것들 장정일 (소설가)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서해문집, 2024)은 30대 기자이자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서해문집, 2021)을 쓴 저자이기도 한 전혜원과 연금·재정을 오랫동안 연구한 60대 사회학자 오건호의 대담집이다. 국민연금은 1986년 국민연금법이 공포된 이후, 2006년부터 전 국민에게 의무 가입이 적용되었다.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이 끊긴 노동자들의 노후를 위한 국가정책으로, 개개의 시민에게 민간 보험사보다는 국가가 좀 더 보편적인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2023년 11월 기준으로 남성 노령연금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여왕은 떠나고 총리는 바뀐다권석하 지음, 안나푸르나 펴냄“한국인이 아는 영국은 잘못된 영국이 많습니다.”지은이는 19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가서 현재까지 살고 있다. 40년 넘게 영국에 살며 한국인의 눈에 비친 영국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영국과 유럽 문화에 대해 여러 매체에 기고했다. 영국 국기 유니언잭은 서울의 어느 카페 소파 쿠션에도 있고, 머그잔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막상 영국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소감이다. 예를 들어 영국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말이 그렇다. 영국의 모든 법률은 북한은 왜 일본이 아니라 중국을 택했을까 남문희 편집위원 지난 3월20일 아시아축구협회(AFC)는 북한축구협회로부터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3월26일 평양에서 열기로 한 2026 북중미월드컵 일본과의 예선전 경기를 중립국 경기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말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최근 일본에서 감염자가 늘고 있는 ‘연쇄상구균독성쇼크증후군(STSS)’ 유입을 우려해서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일본 측은 회의적이었다. 일본 외무성은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기를 원치 않는 것 같다”라고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었다. 기억함으로써 잊어버리는 것들, 두 개의 〈너의 이름은〉을 보며 [역사의 뒤 페이지]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영화 〈너의 이름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여기 일본 청소년 두 명이 있다. 17세 소녀 ‘미츠하’는 깊은 산골 이토모리에 사는 신관 집안의 무녀다. 다음 생에는 산골 말고 화려한 도쿄의 남자로 살고 싶다. 또 다른 소년 ‘타키’는 바로 그 도쿄에서 고교 시절을 만끽 중이다. 어느 날 놀라운 사건이 일어난다. 둘의 몸이 바뀐 것이다. 불규칙하게, 자는 동안 몸이 바뀐다. 처음에는 실수를 연발하다가 상황을 깨닫는다. 서로의 생활을 위해 규칙들을 정하고, 몸이 바뀐 날 생긴 일을 스마트폰에 남겨 준다. 이 이상한 현상을 극복 스위스 입시가 묻는다, 이 시스템은 공정한가?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내가 김나지움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건 어려서 읽은 아인슈타인 전기에서였다고 기억한다. 소년 아인슈타인이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대목에서 학교 이름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스위스에 와서 아이를 낳고 다른 부모들과 어울리면서 다시 대화에 김나지움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더 현실적인 내용이었다. 6학년 때 치르는 김나지움 시험이 그렇게 어렵다더라, 그래서 요샌 다 사교육을 시킨다더라, 그런 얘기들을 두세 살짜리 아이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눴다. 나처럼 이주민이던 그들은 스위스 교육 시스템이 너무 경쟁적이라며 농반진반 그때가 총선 전 ‘북풍’ 없었다, 이제 남북 충돌 막을 미래 비전 세워야 김창수 (전 코리아연구원 원장) 1919년 4월11일.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민주공화국’이 탄생한 날이다. 4월11일이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생일인 셈이다. 이전에는 1인 군주가 통치하는 군주제의 역사였다. 1919년 4월11일, 비로소 주권의 소재가 군주에서 국민으로 옮겨왔다. 이날 독립운동가들은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발표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다.군주주권에서 국민주권으로, 전제군주제에서 민주공화제로 첫걸음을 뗀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는 오늘날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본질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브렛 크리스토퍼스 지음, 이병천 외 옮김, 여문책 펴냄“불로소득주의는 신자유주의 정체성의 핵심이다.”경제학에서 ‘지대(rent)’는, 정상적 경쟁 조건에서라면 예컨대 10만원을 받을 사람이 실제로는 100만원을 벌 때 그 초과분인 90만원을 일컫는 용어다. ‘불로소득’이라 표현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불로소득(지대)의 공간을 토지, 금융, 자연자원, 지식재산, 플랫폼, 외주화 계약, 인프라 등 일곱 부문으로 나눠 설명하며 현대 자본주의의 본질로 육박해 들어간다. 그에 따르면,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핵심적 수천억 원 드는 AI 디지털 교과서, ‘혁명’인가 이상원 기자 2022년 11월7일 취임사에서 이주호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세 차례 ‘혁명’을 입에 올렸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과 “반토막 난 학생 인구”를 이야기하며, “우리 교육의 틀을 과감하게 바꾸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가 지난해 “혁명적 변화의 촉발제”라며 소개한 정책이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다. 천문학적 예산과 막대한 인력이 들어간다. 도입 시기는 내년이다.AI 디지털 교과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다. 단순히 종이 교과서를 스캔해 디지털 기기로 옮긴 것을 선거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일까? [물리학자 김상욱의 ‘격물치지’]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격물치지(格物致知)’란 사물을 탐구하여 앎에 이른다는 의미다. 물리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해보려는 칼럼 제목을 위해 만들어진 단어 같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은,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의심하고 그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이때 우리가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물질적 증거다. 즉, 격물치지라는 말이다.첫 칼럼에서 선거가 민주적인 방법인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곧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선거는 민주주의 그 자체다. 선거를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이 정치권력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이 많지 않기 일본 경제, 부활할까? 임금인상이 관건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일본의 닛케이 주가지수가 지난 2월22일 약 34년 만에 3만9000을 넘어 역사적 최고점을 돌파했다. 3월4일에는 4만 선까지 돌파한 이후 약간 하락했다. 올해 일본의 주가상승률은 세계적으로 높다. 2023년 경제성장률도 한국보다 높은 1.9%를 기록했다. 과연 버블 붕괴 이후 30년이 넘는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 경제가 부활하고 있는 것일까.최근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은 기본적으로 지난 수년 동안 일본 기업의 이윤 증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2013년 아베노믹스 이후 엔화 환율이 크게 상승(엔화 가치 하락)하여 수출 대기업들의 이익 [데이터로 본 총선 ①] 화성을·정, 한국에서 가장 젊은 선거구의 선택 김동인 기자 때로는 특정 선거구(지역구)가 한 사회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곤 한다. 〈시사IN〉은 도시 데이터 분석가 신수현씨와 함께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지역구를 선정해 심층 분석했다. 각 선거구를 행정동 단위뿐만 아니라 투표구 단위로 분석하며, 개별 선거구의 개표 결과가 향후 한국 정치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한국 유권자는 늙어가고 있다. 2020년 43.7세였던 중위 연령은 2024년 46.1세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번 총선은 사상 처음으로 70세 이상 유권자가 20대 유권자보다 많은 선거다. 유권자 연령 균형 붕괴는 지역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더 운정’ 선착순 분양 중 ADVERTORIAL 현대건설은 경기도 파주시 와동동 1471-2, 3번지 일원(P1, P2블록)에 ‘힐스테이트 더 운정’ 아파트 잔여 세대에 대한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아파트는 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전용면적 84㎡와 펜트하우스 164㎡로 구성됐으며 현재 일부 물량만이 조금 남아 있다.아파트 선착순 계약은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만 19세 이상이라면 거주지역,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세대주, 세대원 누구나 계약 가능하다. 특히 추첨으로 진행되는 일반분양과는 달리 원하는 동·호수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다양한 금융혜택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다툼, 그 뒤에 8조원 사업 있다 문상현 기자 국내 특수선(군함, 방위산업) 시장을 양분하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정면충돌했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형사 고발하고, 기자간담회와 입장문 등을 통해 ‘공개 저격’과 반박·재반박을 이어가면서 공방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경쟁사 사이 물밑 갈등과 소송전은 흔한 일이지만 이처럼 공개적으로 날을 세우는 경우는 이례적이다.문제가 된 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이 이 사업과 관련해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며 엄중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HD현대중 몰락 운명에 처한 울산, 되돌릴 수 있을까? 이종태 기자 울산은 한국의 제조업을 상징하는 산업도시다. 한국의 기간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이 이 도시에 뿌리를 내리며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울산은 한국 노사관계의 상징이다. 착취와 억압에 분노한 현장 노동자들이 ‘전투적 조합주의’로 굳건히 단결해서 ‘자본’과 치열하게 싸웠다. 이는 한국 노동운동에 압도적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울산은 글로벌 최강의 산업단지와 ‘중산층 노동자’를 겸비한 부자 도시로 발전했다. 울산의 미래는 어떠한가? 지난 10여 년 동안 울산, 거제 등 경상남도 산업도시들에 대한 현장 조사로 〈중공업 가족의 유토 늙은 시인이 거듭 죽음을 노래하는 까닭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초가삼간 오막살이〉(브로콜리숲, 2024)는 이문길의 열일곱 번째 시집이다. 1939년 대구에서 출생한 시인은 1959년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 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수료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다. 등단을 하고 나서 시집을 내는 것이 순서이지만 시인은 대구에서 첫 번째 시집 〈허생의 살구나무〉(흐름사, 1981)와 두 번째 시집 〈내 잠이 아무리 깊기로서니〉(흐름사, 1983)를 먼저 냈다. 그러고는 한참 뒤인 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가로늦게 등단 과정을 밟았다. 등단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총선 승패 달린 46석 비례대표, 이것만은 알고 뽑자 [정치하는 인간] 장일호 기자·최한솔·김세욱·이한울 PD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의의 대변자 국회의원 300명을 뽑습니다. 지역구 투표로 254명, 정당 투표로 비례대표 46명을 선출합니다.비례대표는 정당 득표율에 맞추어 의석수를 배분하는 제도로 정당이 정당명부를 만들고 이 명부에 있는 이들에게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합니다. 기본적으로 지역구는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지역에서 대표자들을 선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와 대표자 간의 친밀성이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이익을 직접 대변하는 정치인을 명확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들도 이 제도를 선호할 수 있습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