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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후쿠시마’ 취재한 저널리스트의 현장 고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지 8년이 되었다. 아베 정권과 일본 언론은 ‘문제없다’는 분위기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8년간 사고 지역을 취재한 포토 저널리스트의 현장 고발.

후쿠시마/글·사진 도요타 나오미 (포토 저널리스트)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3월 26일 화요일 제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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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1일이 되어서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8년이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 언론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한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한국 시민들 역시 많은 원전을 옆에 두고 살아가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언론이 ‘후쿠시마의 진실’이라는 관점에서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하고 있을까? 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8년 동안 매월 후쿠시마 지역을 취재했다. 내가 알게 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현장감을 가지고 취재와 보도를 지속하며 확인한 게 있다.

먼저,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지대는 어떤 ‘부흥’ 정책이 이루어지더라도 원상태로 돌아올 수 없다는 점이다. 오염지역에서 피난한 사람들, 아니 쫓겨난 사람들과 피난 지시가 해제되면서 오염되었던 지역으로 다시 돌아와 살게 된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흥’을 외치는 대합창 속에 묻혀 있다.

ⓒToyoda
후쿠시마 이타테의 오이카즈치 신사에서 10년 만에 열린 제사 행렬(왼쪽). 유채꽃 뒤로 오염토를 담은 포대를 모아놓은 임시 저장소가 보인다.
두 번째 알게 된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시간과 후쿠시마를 오염시킨 방사능의 시간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100년을 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후쿠시마를 덮고 있는 세슘137 방사능의 반감기(방사능 물질의 농도가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는 30년이다. 앞으로 200년 동안은 후쿠시마에서 세슘이 사라지지 않는다. 더구나 사고 원전을 ‘폐로’한다고 하더라도 사용했던 방사능 물질은 10만 년이 넘는 엄청난 시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참혹한 현실의 풍경’ 지워버린 언론


세 번째로 알게 된 것은 일본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언론도 현실을 무시한 보도로 일관하며 정부의 정책에 공감하는 추세다. 예를 들면 이런 보도가 있었다. 지역 일간지 <후쿠시마 민보>는 ‘신사의 정례 제사 다시 부활, 이타테 오이카즈치 신사에서 10년 만에’, <가호쿠 신보>는 ‘미코시(가마)를 둘러싼 미소의 고리’라는 제목을 달고 마쓰리(전통 축제)가 부활해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전국 일간지도 논조가 비슷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타테 마을의 오이카즈치 신사에서 10년 만의 행진’, <마이니치 신문>은 ‘이타테 소다이(總代, 대표)와 우지비토(氏子, 공동의 선조신을 지키는 사람들) 등 지진 전과 같이… 오이카즈치 신사에서 정례 제사 부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이타테 오이카즈치 신사 10년 만에 정례 제사, 지역의 인연을 확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타테 마을이 원전 사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왔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기사들이다.  

이러한 보도는 마쓰리를 소개하는 ‘마을 홍보지’와 다름이 없었다. 이 마쓰리의 행렬은 방사능 오염토를 채운 포대가 산처럼 쌓여 있는 임시 보관소 옆을 지나고 있었지만 이를 보여주는 사진은 단 한 장도 언론에 게재되지 않았다. 마쓰리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눈앞에 펼쳐진 이 ‘불가사의한 광경’을 보았을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 ‘자른다’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찍고 무엇을 찍지 않을지는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가의 의사와 의지로 결정한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마을의 참혹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음에도 이 행사를 보도한 언론은 ‘현실의 풍경’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Toyoda
오염토 임시 저장소에 설치된 방사능 모니터링 포스트.
또한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보이려는’ 정책의 전형이 있다. 원전 사고 이후 설치되어 방사능 측정을 계속해온 모니터링 시스템 철거 정책이다. 지난해 3월 원자력규제청은 2021년까지 현재 피난 지시가 내려진 지역 밖에 설치된 약 2400대(후쿠시마현 전체에 약 3000대)의 ‘실시간 선량 측정 시스템’이라 불리는 모니터링 시스템의 철거 방침을 발표했다. ‘환경 중 방사선량의 감소, 오염 제거, 부흥의 진전 등을 근거로’ ‘선량이 충분히 낮고 안정적인 지역을 대상으로, 원칙적으로 선량이 낮은 지역 순서로 철거’한다는 내용이었다.  

원자력규제청이 밝힌 ‘선량이 충분히 낮은’이라는 수치는 ‘비교적’ 그렇다는 뜻이지 방사능이 사고 전의 수치로 돌아갔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 장소와 주변 지역은 세슘 등 반감기가 긴 방사능 물질이 지금도 존재한다. 게다가 8년 전에 일본 정부가 발령한 원자력긴급사태선언도 해제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현재 사고 원전의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도 꺼내지 못한 상태고, 원전의 오염수 문제로 상징되듯 방사능 누출은 계속되고 있다. 방사능과 방사성 물질 잔류 정도를 알려주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철거한다는 것은 어떤 명분을 붙인다 해도, 내게는 방사능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은 일본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해야 하는 아베 정권은 일본에는 원전 사고 문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것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8년째를 맞고 있는 역설적인 ‘현실’이다.

ⓒToyoda
후쿠시마 시내로 피난한 간노 가즈요 씨(위)는 8대를 이어 살아온 이 집을 헐기로 결심했다.
번역:안해룡 (아시아프레스·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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