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처럼 영변 원자로 위험하다”
  • 남문희 기자
  • 호수 478
  • 승인 2016.11.1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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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빈 칭화대 교수는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가 중국이 발사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탄두의 뒷부분을 탐지함으로써 중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드 레이더보다 낮은 급의 레이더를 배치하라는 조언도 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와 관련해서는 많은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군사기술적인 면은 자세히 다뤄지지 못했다. 핵과 미사일 전문가인 리빈 교수(칭화 대학)는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리빈 교수는 지난 9월28일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찾아 강연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강연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사드 정국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의 지적은 유효해 보인다. 리 교수는 사드 문제 외에도 북한 핵실험 및 한·중 안보협력 회복 방안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중국은 사드에 대해 무엇을 우려하는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적 우려다. 한국과 미국이 군사동맹을 강화해 중국에 맞서려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두 번째는 기술적 우려이다. 주로 레이더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만약 사드 레이더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매우 특수한 위치에 있게 된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날아가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탄두의 뒷면을 볼 수 있는 위치다. 미사일 탄두(혹은 재진입체)의 앞면은 레이더 전자파를 대부분 엉뚱한 곳으로 굴절시켜버린다. 탄두의 맨 앞 뾰족한 부분에 닿은 전자파만이 레이더로 반사된다. 반사 면적이 아주 작아서 산출값도 매우 작다. 하지만 탄두의 뒷면은 완전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뒷면은 매끄럽지 않기 때문에 다량의 전자파가 반사된다. 즉 탄두 뒷면의 레이더 반사 면적이 아주 커서 한국에 설치되는 사드 레이더는 매우 멀리까지 볼 수 있다. 미국 MD(미사일방어) 시스템이 중국을 저지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이것이 첫 번째 문제다. 두 번째는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은 많은 가짜 탄두 속에 진짜 탄두를 섞는 방식으로 미국의 MD를 돌파해왔다. 뒤쪽에서 탄두를 보게 되면 그것들을 구별할 수 있다.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식별해낼 수 있게 된다.

ⓒ시사IN 조남진리빈
중국 베이징 대학 기술물리학과(핵물리) 전공. 중국 공학물리연구원 박사. 미국 MIT·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 현재 칭화 대학 교수, 중국 군비통제협회 이사, 중·미 인민우호협회 이사.
한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방어를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데.

일종의 안보 딜레마 상황이다. 내가 볼 때 한국은 사드 레이더로 중국을 해칠 생각이 없다. 한국에게 사드는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대응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에 해를 가하게 된다. 안보 딜레마를 완화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어떤 조치가 있을 수 있나?

예를 들어 한국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를 개조하는 것이다. 또는 사드 레이더보다 낮은 급의 레이더를 배치해 중국의 근심을 줄여주는 것이다. 북한 대처 능력을 유지하면서 중국에 해를 가하지 않을 수 있다(리빈 교수는 다른 기고문에서 사드의 X밴드 레이더를 한국군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그린파인 레이더로 교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은 지난 9월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이 그동안 해온 핵실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1차 핵실험을 주목해야 한다. 당시 위력이 1kt(킬로톤)이 안 될 정도로 보잘것없었다.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인도·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의 핵실험 사례를 보면 첫 번째 핵실험에서 10~20kt 정도 위력을 보여왔다. 북한은 핵실험 전 중국에 예상 위력이 4kt이라고 통보했지만, 실제로는 1kt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미사일방어국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AT/TPY-2 안테나.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핵 장치의 설계가 일반적인 경우와 달랐다. 처음 핵실험을 할 때 일반적으로는 핵 장치를 보수적으로 설계한다. 핵무기는 폭약의 에너지가 안쪽의 핵분열성 물질로 전달되는 효율이 매우 낮다. 그래서 아주 많은 핵물질이 필요하다. 또 처음에는 얼마만큼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아주 많은 양을 사용한다. 아무리 많이 써도 실제 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그중 0.5~1㎏이다. 나머지는 버려진다. 그 위력이 10~20kt, 즉 1만~2만t 정도 된다. 북한은 1차 핵실험 때 매우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설계를 채택했다. 적은 양의 핵분열 물질만 사용했다. 2㎏을 썼다고 했는데, 진짜 2㎏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일반적인 양보다는 적었다.

북한은 왜 그렇게 급진적인 설계를 했을까?

북한이 어디서 이와 같은 설계를 배워왔는지 추측해보았다.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것은 핵 장치를 최대한 재진입체의 앞쪽에 탑재하기 위함이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보내 탄두의 조준 정확도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어떤 국가가 자신의 핵무기로 다른 국가의 핵무기를 공격하고 싶을 때 이런 행동을 한다. 만약 다른 국가의 핵무기를 맞히려는 게 아니라 아주 큰 지역 표적(area target)을 노린다면 이런 소형화는 필요 없다. 사실상 이런 게 필요했던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옛 소련)뿐이다. 나는 북한이 1990년대 초반 특정 국가에서 이런 설계를 배워왔다고 추측한다.

북한이 처음부터 소형 핵무기 실험을 의도했을 수도 있지 않나?

중국에서 여러 포럼에 참석했는데 일부 동료들은 북한이 작은 위력을 선호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관점이다. 북한이 위력이 작은 걸 선호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북한은 큰 위력을 좋아한다. 다만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위력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다섯 번에 걸친 핵실험의 목표는 위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나?


북한은 1차 핵실험에서 극단적인 설계를 채택했다. 핵분열성 물질을 비교적 적게 사용했다. 설계는 배워왔지만 완전히 숙달하진 못했다. 결국 위력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2차 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차에서는 보수적인 설계를 채택했다. 목표는 여전히 4kt이었다. 그러다 보니 소형화라는 목표를 희생해야 했다. 4kt 정도 위력은 달성했다. 3차 핵실험은 일반적인 핵분열성 장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가들이 첫 번째 핵실험할 때와 같은 설계로 돌아갔다. 고농축 우라늄 사용 여부는 확실치 않다. 이때 이르러 1만~2만t, 즉 10~20kt의 위력에 도달한다. 4차 핵실험 때 북한은 수소탄 핵실험을 주장했다. 하지만 증폭핵분열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량의 핵융합 물질을 주입해 핵분열 물질의 효율을 높인 것이다. 이런 실험을 한 이유도 위력을 강화하고, 위력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4차 핵실험을 통해 위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고 소형화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증폭 효과가 완전하게 발휘되지는 않았다고 추측된다. 5차도 증폭 장치였을 것이다. 증폭 효과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미사일 장착이 가능할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가 진척되었나?

북한이 지난 3월9일 공표한 핵 장치는 직경이 대략 0.8m로 추정된다. 이 핵 장치의 부피에 폭약의 밀도를 곱하면 중량이 나온다. 폭약의 밀도를 알아내 계산하면 중량은 대략 0.5t이다.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에 충분히 탑재가 가능하다. 이미 탑재했을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크기와 그것이 얼마만큼의 하중을 감당할 수 있는지 비교해보면 충분히 탑재 가능하다.

북한의 미사일 수준을 어떻게 보나?

북한은 현재까지도 운용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이 없다. 특히 대기권 재진입 같은 실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려면 장거리 미사일의 탄두가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해야 하는데, 북한에겐 매우 어려운 실험이다. 국토 면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쏜 장거리 미사일이 태평양에 떨어졌다면, 다른 국가들이 실험 결과를 확인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거리 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은 주목해야 한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원리를 터득해가고 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일이 있을까?

핵과 미사일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1차 핵실험이었다. 둘째는 1차 장거리 미사일 비행 실험이다. 핵과 관련해서는 이미 게임의 규칙을 바꿨다. 하지만 다음 게임의 규칙은 아직 바꾸지 못했다.

한·중 간 안보 협력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안보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비전통적 안보 협력으로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 핵 사고 예방 분야에서 중국과 한국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가 매우 위험한 상태이다. 이 원자로는 중국으로부터 100㎞, 한국으로부터 200㎞ 떨어진 곳에 있다. 한국이 좀 더 멀리 있지만 북풍이 자주 불기 때문에 방사능이 유출되면 양국 모두 위험하다.

지금 어떤 상태인가?


이 원자로는 가스냉각식 흑연 감속로이다. 1980년대에 지어졌고,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가동이 중단됐다. 2003년에 다시 가동됐고, 2007년에 6자 회담에서 폐쇄 및 불능화 대상이 되었다. 그 일환으로 2008년 6월, 북한은 이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다. 그 후 6자 회담이 중단되자 북한이 2013년에 원자로를 재가동했다. 그런데 냉각탑이 없다. 인근 강에서 물을 퍼다 냉각을 하고 있다. 강물을 원자로 안에 퍼부어 냉각하는 것이다. 2014년에 사고가 발생했다. 추측하기로는 강물에 모래가 섞여 냉각 파이프가 막혀서 또다시 가동이 중단됐다. 그 뒤 수리와 가동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 지금 저출력 가동 상태인지 간헐적 가동 상태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전히 냉각 시스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비슷한 것 같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냉각 시스템에 의한 것이었다. 사고가 난다면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양상이 될 것이다. 출력이 낮아서 방사능 유출은 적겠으나 사고 유형은 같을 것이다. 후쿠시마의 방사성 물질은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흘러간다. 영변 원자로에서 사고가 나면 우리에게 행운이란 없을 것이다. 위력은 작아도 거리가 너무 가깝다.

한·중 양국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나?

공동 실무팀을 구성해 5㎿ 원자로 내부에 어떤 안전사고가 발생했는지 평가해야 한다. 구체적인 것은 양국의 원자로 안전 전문가들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 일은 빨리 할수록 좋다. 우리는 현재 5㎿ 원자로가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한다. 위성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중국이 일부 상황을 보고 있고, 한국도 일부 상황을 보고 있을 것이다. 양국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중국과 한국은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 반대라는 공통의 노선을 걸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모든 핵무기 계획을 반대해야겠지만, 특히 5㎿ 원자로 가동을 반대해야 한다. 중국과 한국이 다른 문제에 이견이 있다 해도 이 문제만은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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