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후쿠시마의 진실’이라는 관점에서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하고 있을까? 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8년 동안 매월 후쿠시마 지역을 취재했다. 내가 알게 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현장감을 가지고 취재와 보도를 지속하며 확인한 게 있다.
먼저,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지대는 어떤 ‘부흥’ 정책이 이루어지더라도 원상태로 돌아올 수 없다는 점이다. 오염지역에서 피난한 사람들, 아니 쫓겨난 사람들과 피난 지시가 해제되면서 오염되었던 지역으로 다시 돌아와 살게 된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흥’을 외치는 대합창 속에 묻혀 있다.
‘참혹한 현실의 풍경’ 지워버린 언론
세 번째로 알게 된 것은 일본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언론도 현실을 무시한 보도로 일관하며 정부의 정책에 공감하는 추세다. 예를 들면 이런 보도가 있었다. 지역 일간지 〈후쿠시마 민보〉는 ‘신사의 정례 제사 다시 부활, 이타테 오이카즈치 신사에서 10년 만에’, 〈가호쿠 신보〉는 ‘미코시(가마)를 둘러싼 미소의 고리’라는 제목을 달고 마쓰리(전통 축제)가 부활해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전국 일간지도 논조가 비슷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타테 마을의 오이카즈치 신사에서 10년 만의 행진’, 〈마이니치 신문〉은 ‘이타테 소다이(總代, 대표)와 우지비토(氏子, 공동의 선조신을 지키는 사람들) 등 지진 전과 같이… 오이카즈치 신사에서 정례 제사 부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이타테 오이카즈치 신사 10년 만에 정례 제사, 지역의 인연을 확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타테 마을이 원전 사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왔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기사들이다.
이러한 보도는 마쓰리를 소개하는 ‘마을 홍보지’와 다름이 없었다. 이 마쓰리의 행렬은 방사능 오염토를 채운 포대가 산처럼 쌓여 있는 임시 보관소 옆을 지나고 있었지만 이를 보여주는 사진은 단 한 장도 언론에 게재되지 않았다. 마쓰리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눈앞에 펼쳐진 이 ‘불가사의한 광경’을 보았을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 ‘자른다’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찍고 무엇을 찍지 않을지는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가의 의사와 의지로 결정한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마을의 참혹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음에도 이 행사를 보도한 언론은 ‘현실의 풍경’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원자력규제청이 밝힌 ‘선량이 충분히 낮은’이라는 수치는 ‘비교적’ 그렇다는 뜻이지 방사능이 사고 전의 수치로 돌아갔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 장소와 주변 지역은 세슘 등 반감기가 긴 방사능 물질이 지금도 존재한다. 게다가 8년 전에 일본 정부가 발령한 원자력긴급사태선언도 해제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현재 사고 원전의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도 꺼내지 못한 상태고, 원전의 오염수 문제로 상징되듯 방사능 누출은 계속되고 있다. 방사능과 방사성 물질 잔류 정도를 알려주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철거한다는 것은 어떤 명분을 붙인다 해도, 내게는 방사능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은 일본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해야 하는 아베 정권은 일본에는 원전 사고 문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것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8년째를 맞고 있는 역설적인 ‘현실’이다.
-
지진 발발부터 원전 중단까지 204분이 걸린 사연
지진 발발부터 원전 중단까지 204분이 걸린 사연
천관율 기자
9월12일 오후 8시32분, 국내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일어난다. 지진의 진앙으로부터 27㎞ 떨어진 곳에 월성 원자력발전소 4기와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2기가...
-
“후쿠시마 원전처럼 영변 원자로 위험하다”
“후쿠시마 원전처럼 영변 원자로 위험하다”
남문희 기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와 관련해서는 많은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군사기술적인 면은 자세히 다뤄지지 못했다. 핵과 미사일 전문가인 리빈 교수...
-
후쿠시마의 경고 “핵발전소는 마약이다”
후쿠시마의 경고 “핵발전소는 마약이다”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3월11일은 동일본 지진 재해와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가 난 지 6년째 되는 날이다. 일본 경찰청과 부흥청 발표에 따르면 아직도 12만3168명이 전국 각처에 피난 중이다. 이...
-
후쿠시마를 잊은 일본의 원전 의존
후쿠시마를 잊은 일본의 원전 의존
전혜원 기자
2013년 9월 이후 일본은 가동 중인 원전을 모두 정지했다. 2년 가까이 지난 2015년 8월 규슈전력은 가고시마 현 센다이 원전 1호기를 재가동했다. 2017년 7월 현재 총 ...
-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왜 탈원전을 결심했나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왜 탈원전을 결심했나
전혜원 기자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다. 원자로 냉각장치가 멈췄다. 핵연료가 녹아내렸다.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에서 초기 대응을 지휘한 것은 총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