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워싱턴 분위기를 일거에 바꾼 책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2019년 01월 10일 목요일 제590호
댓글 0
마이클 필스버리 지음, 한정은 옮김, 영림카디널 펴냄
<백년의 마라톤>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2015년 10월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 기사를 준비할 때였다.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필스버리 중국전략센터 소장이 지은 책 때문에 워싱턴에 반중 정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 미·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추진해온 남중국해 인공섬 문제로 격렬한 파열음을 낸 채 끝났고, 오바마 정부는 이때부터 대중 강경책으로 돌아섰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워싱턴의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놓았을까? 궁금증을 갖고 있던 차에 마침내 책을 구해 읽었다. 저자에 따르면, 1949년 마오쩌둥의 신중국 건설 이래 역대 중국 정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것은 군부 내 민족주의 초강경파이다. 이들이 공산정권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서방에 당했던 치욕의 역사를 설욕하고 미국을 추월해 패권국의 지위에 오르기 위한 비밀계획을 추진해왔다는 것이다. ‘백년의 마라톤’은 바로 그들이 공유해온 비밀계획의 이름이다.

필스버리 소장이 확인한 백년의 마라톤 전략의 핵심은 인(忍), 세(勢), 패(覇)로 요약된다. 춘추전국시대 이래 전해진 36계와 <손자병법>에서 따온 것으로 때를 기다리며 몸을 낮추고, 상대가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고, 강자의 허점을 노려 무너뜨린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고도의 기만술로 미국과 서방을 속여 힘을 기른 뒤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허수아비 온건파를 전면에 내세워 중국이 서방과 같은 사회로 바뀌어갈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준 게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미·중 관계에 대해 언급할 기회가 되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곤 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지금은 더 말할 나위 없다. 2018년 10월4일 펜스 미국 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신냉전 연설을 한 장소가 바로 필스버리가 근무하는 허드슨 연구소였다.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