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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위원장, “광주형 일자리, 지역별 임금 하향평준화”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을 만났다. 그는 자동차 산업 하락기에 광주형 일자리는 다른 지역 고용과 물량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2018년 12월 06일 목요일 제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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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하부영 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에 독일식 노사 공동결정 제도가 빠졌다고 말했다.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한다. 11월22일 울산 현대차지부 사무실에서 하 지부장을 만났다.


‘광주형 일자리’ 공약은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처음 나왔다.

정치적 선동일 뿐 구체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지난 6월 현대자동차가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우리에게 불똥이 튀었다. 10월28일엔 광주시와 ‘노동계’가 광주형 일자리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실현될 수도 있겠다, 막아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11월1일 대의원 대회에서 ‘총파업 통해서라도 저지 투쟁에 나선다’는 결의를 했다. 광주형 일자리가 잘못됐다는 데는 조합원 100%가 동의한다.

기존 완성차 업체보다 덜 받고, 이익을 하청업체와 나누며 일자리를 만든다는 취지인데?

광주형 일자리가 ‘반값 임금’이라는 주장은 허구다. 현대자동차 25년 근속한 정규직 평균 연봉 9000만원과 광주형 일자리 초임으로 알려진 (주 40~44시간) 3500만원을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현대차 초임은 주 52시간 기준으로 상여금 750%와 연장근로수당, 특근수당을 포함해 4800만원이다. 주 40시간 기준이면 2800만원이다. 광주형 일자리 초임이 주 40시간 기준 3500만원이라면 (오히려 현대차 초임보다 700만원) 높다고 생각했다. (또한) 지역형 일자리가 전국으로 번지면 임금은 자동으로 하향 평준화될 것이다. 광주가 연봉 3500만원이면 군산형 일자리는 3000만원에 기업 유치한다고 할 거다. 그래? 그럼 대전시는 2500만원에 유치하겠다. 대구는 뭐 하나? 이렇게 나갈 것 아닌가. 망국적인 지역감정, 지역 이기주의나 패권주의를 다시 불러내는 잘못된 방향이다.

현대차지부에 대해 자신들의 물량과 고용, 즉 기득권만 지키려 한다는 비판이 있다.

전 국민이 옳다 해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하겠다. 지금은 자동차산업 하락기다. 치킨게임이다. 새 공장에서 생산한 차가 팔리는 만큼 다른 지역 고용이나 물량에 영향이 있을 거라고 본다. 나보고 밥그릇 지킨다고 비난하지만, 밥그릇 지키는 게 왜 나쁜가? 가만히 있으면 죽는데? 인간의 자주적 판단이고 본능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이 중소기업· 비정규직 간 격차를 벌려왔다는 지적이 있다.

현대차가 (임금·단체협상이) 타결되면 그걸 기준으로 해서 현대차 타결액이 100이면 중소기업은 80, 비정규직은 70 식으로 결정되어왔다. 그러니까 가면 갈수록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더라. 원·하청 관계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올해 처음으로 ‘하후상박 연대임금(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임금 인상률을 더 높이는 전략)’을 노사 협상장에 들고 갔다. 현대차가 우리 평균 임금의 70%를 1차 하청업체에 인건비로 책정해주면 그 업체가 15~20%를 떼어먹고 2, 3차에 준다. 현대차가 주는 임금만 고스란히 2, 3차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더니, 회사는 1차와 계약이 끝났는데 2, 3차에 줬는지 확인하면 불법이라고 하더라. 하도급업체에 임금을 더 주도록 하는 요구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결국 도급과 재도급 과정에서 안정적 임금이 되도록 노력하자는 등의 합의를 했다. 자금 지원으로 우리 기본급을 4만5000원 올리고 2, 3차 하청업체 노동자 등은 9만원에서 14만원 정도 올렸다.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력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노사 교섭으로 문제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

광주형 일자리가 원·하청 공동 교섭을 실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노사관계 역사를 가진 유럽에서는 통용될지 모른다. 한국에선 내가 겪은 것과 같은 법적 장벽에 부딪힐 거다. 임금 격차의 근본적 대안으로 나는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본다. 세금을 더 내고 국가가 사회보장을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가지 않으면 지금의 노사관계가 변하기 어렵다. 열심히 투쟁해서 조합원 임금을 올리니 연금·보험에 20~30%가 들어가더라.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니 아직도 돈 벌기 위해 (노동자들이) 특근 하나에 목을 맨다.

집회에서 “정부는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지켜야 한다”라고 했다. 그런데 노동시장에 진입도 못한 구직자와 실업자의 처지도 있다.

일자리가 부족하면 나눠야 한다. 산업의 대전환기엔 노동시간 단축으로 밥그릇 나눠 먹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임금이 동결되거나 삭감될 거다. 우리도 주 52시간제 하면서 68시간만큼 일했던 사람들은 100만원에서 150만원씩 임금이 줄었다. 300명을 채용했다. 그게 일자리 만드는 거다. 독일 노동사회부 차관을 만나서 전기자동차 시대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정부 차원에서 4년간 전수조사를 해보니 전기차 시대가 되면 일자리가 120만 개 사라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기업별로 따로 연구 개발하던 것을 정부가 리드해 최첨단 산업을 끌어올리니, 일자리가 150만 개 새로 생긴다고 한다. 자동차산업 120만 실업자들을 재교육해서 첨단산업에 재배치하는 걸 노조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광주에 일자리가 부족하다면 정부가 주도하는 최첨단 연구산업단지를 만들어서 독일처럼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런데 낡은 시스템, 낡은 공장에서 일자리 몇 개 만들겠다? 발상이 잘못되었다.

광주형 일자리 의제 가운데 ‘적정 임금’은 어떻게 보나? 현대차의 경우 낮은 숙련과 고임금 조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사가 노조 회피 전략의 하나로 탈숙련화를 지향했다. 자동화로 숙련이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우리 내부도 문제가 있다. 신입 사원이 조인 볼트와 20~30년 근무한 사람이 조인 볼트에 소금물을 뿌려보면, 어떤 볼트는 녹슬고 어떤 건 녹슬지 않는다. 비정규직 신참과 고참의 기술이 다르다. 보이지 않는 숙련은 숨어 있는데, 우리 노조가 노출시키기 싫어한다.

왜 싫어하나?

숙련을 임금에 반영하려면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직무도 노동강도가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평가를 받아야 하니 그게 싫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이야기하는 게 우리 스스로 모순이다. 우리 노조도 평가받고 품질도 올려야 한다. 지금이라도 숙련을 도입하는 급여제도를 만들고, 동일노동-동일임금을 하기 위해 직무급에 대해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내부에서 기득권 양보가 안 되는 거다. 내 직무는 단순 작업이라 연봉 5000만원이면 충분해, 3500만원이면 충분해, 이걸 누가 얘기하겠느냐. 20~ 30년 갈 문제다. 세대가 바뀌면 달라지겠지만 쉽지는 않을 거다. 직무는 모르겠지만 숙련에 대해서는 우리가 확실하게 회사한테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늦었지만 빨리 도입해야 한다. 그래서 광주에 공장을 만들더라도 그 사람들이 만드는 차의 품질과 울산에서 20~30년 일한 사람이 만드는 차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2006년 산별노조로 전환되었지만 기업별 노사관계가 견고하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별 노사관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조를 빼고 하려니까 이 사달이 나는 거다. 광주형 일자리 관련 연구자료를 보면, 노동자의 통제 기구로 노·사·민·정 협의체가 있다. 이 협의체를 통해 노조가 없이도 자기들이 통제권을 확보하는 방식을 교묘하게 만들어놓았다. 노조의 흔적을 어떻게 하면 지울까가 집중적으로 연구되어 있더라.

광주형 일자리에서 노조는 중요한 행위자다. 노사 책임경영이 광주형 일자리의 4대 의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독일을 벤치마킹했다면 노사 결정 제도까지 그대로 도입했어야지 말로만 이런 식으로 해선 담보가 안 된다. 독일식 노사 공동결정 제도는 쏙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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