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층 소득이 감소했다고?
  • 김용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호수 586
  • 승인 2018.12.12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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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1분위(하위 20%) 가구소득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7% 하락했다. 내수 부진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조사의 ‘모집단’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11월22일 공표된 통계청의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소득부문)에 발표 전부터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전 1분기, 2분기 조사에서 나타났던 ‘전년 같은 분기 대비 1분위(하위 20%) 가구소득’의 하락 추세가 바뀔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의 경우, 1분위 소득이 각각 전년 같은 분기 대비 8.0%,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최하위층의 소득이 더욱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한편 지난 9월부터 노인기초연금이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5만원 늘어났고, 6세 미만 아동 1인당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3분기 조사에는 이런 정책들이 어느 정도 반영되면서 1분위 소득을 개선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다.

추세는 바뀌지 않았다. 1분위 가구소득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수치)도 5.52로 나타났다. 3분기만 놓고 볼 때 2007년 이래 가장 악화된 수치였다. 지난 1분기에는 5.95, 2분기 5.23이었다.
ⓒ시사IN 조남진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1분위 가구소득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7% 줄었다. 위는 폐지를 정리하는 노인.

문재인 정부가 저소득층과 양극화 완화에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정반대 결과가 나타난 까닭은 무엇일까? 정말 내수 부진뿐 아니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주 52시간제 시행 등 정책 변수가 이런 결과를 야기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1년간의 경기나 정책들이 저소득층의 소득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로 사용될 수 없다. 2017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와 이번 조사의 ‘모집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7년 조사의 모집단은 2010년 인구센서스로 확인된 한국 사회의 가구 구성에 따라 조사 표본이 구성되었다. 이에 비해 2018년 조사의 표본은 2015년의 인구센서스다. 두 조사 모두 그 모집단이 한국의 가구인 것은 분명하지만, 2010~2015년 사이 5년간 한국 사회의 가구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이 같은 모집단의 차이라는 혼재변수가 경기 요인 및 최저임금이라는 독립변수와 함께 2017년과 2018년의 가계동향조사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혼재변수(con-founding variable)란 독립변수(지난 1년간 경기 및 정책의 변화)와 종속변수(여기서는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소득의 증감)의 인과관계에 혼돈을 일으키는 잡음변수를 말한다.

2018년 조사의 모집단인 2015년 한국 사회의 가구 구성은 2017년 조사의 모집단인 2010년 한국의 가구 구성과 크게 다르다. 한국 사회는 가구의 소가족화 및 분화에 따라 가구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을 초과하는 현상이 계속되어왔다(<그림 1> 참조). 2010~2015년 사이 인구는 4971만에서 5107만으로 2.7% 증가한 반면, 가구 수는 1796만에서 1956만으로 8.9%(160만 가구)나 증가했다. 더욱이 1990년부터 2005년까지 가장 주된 가구 유형은 4인 가구였다. 2010년이 되면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4.6%(434만 가구)로서 가장 주된 가구 유형이 된다. 2인 가구는 계속 증가해서 2015년에는 26.1%(499만 가구)에 이르지만, 더 빨리 늘어난 1인 가구(27.2%, 520만 가구)에 추월당한다. 같은 기간 중 4인 가구는 22.0%(389만 가구)에서 18.8% (359만 가구)로 줄어들고, 5인 이상 가구 또한 8.0%(142만 가구)에서 6.4%(122만 가구)로 줄어든다(<그림 2> 참조).

또한 2010년부터 2015년에는 가구주의 고령화 및 여성화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같은 기간 중 여성 가구주는 26.6% (469만 가구)에서 29.6%(565만 가구)로 96만 가구나 늘었다.

모집단에 맞추어 보정하고 비교해야

가구 수, 가구주의 특성, 성별 비율이 다른 모집단에서 나온 통계수치를 수평적으로 비교하면 왜곡된 해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2017년 조사의 ‘전 국민’과 2018년 조사의 ‘전 국민’이 완전히 동일한 소득을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상식적으로는 두 결과를 비교할 때 소득분배 양상이 거의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가구 구성이 크게 다른 두 모집단으로 비교하면 필연적으로 2018년 조사의 1분위 가구 소득이 2017년 1분위 가구보다 낮아지고, 소득분배율도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2017년에는 4인 이상 가구에 속해 3~4분위에 포함되었던 70세 이상 노인 부부가 2018년에는 2인 가구로 독립하면서 소득 1분위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 등장한 이들 2인 가구, 노인이 가구주인 가구, 여성이 가구주인 가구는 취업자가 적고 소득도 낮아 소득 하위 1분위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조사에서는 1분위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가 2.5명이었고, 취업 가구원 수는 0.83명으로 취업률이 33.2%였다. 2018년 조사의 경우, 1분위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2.4명이고 취업 가구원 수는 0.68명으로 취업률이 28.3%에 불과했다. 취업률을 보면 4.9%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노령 및 여성 가구가 1분위에 대거 편입된 탓으로 해석하는 게 올바르다.

결국 2017년과 2018년 사이의 경기 및 정책변수의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2017년 조사 결과를 2010년 모집단이 아니라 2015년 모집단에 맞추어 보정한 뒤에 그 결과를 2018년 조사와 비교하는 것이 옳다. 통계청 역시 모집단의 변화에 따라 ‘고령층 가구의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에 지난해와 올해 결과를 직접 비교하여 해석하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 자료를 통해 밝혔다.

또한 가계동향조사가 실제 소득과 소득분배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현물이전소득이 개별 가구의 소득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물이전소득이란 교육과 의료를 중심으로 공공 임대주택, 기타 바우처 서비스(노인 돌봄, 산모 신생아 관리, 장애인 활동지원, 가사 간병 방문지원 등) 등에서 나오는 소득을 의미한다. 2016년의 경우 1분위에 대한 현물이전소득은 523만원이었다. 전체 평균보다 높고 5분위 403만원보다도 높았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2018년의 경우 현물이전소득이 훨씬 증가했다. 이를 반영했다면 1분위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득분배율 역시 이번 조사보다는 훨씬 양호하게 나타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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