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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 오방낭도 ‘선무당’ 작품?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에 오방낭이 등장했다. 다섯 가지 색 비단으로 만든 이 전통적인 복주머니의 색 배치는 엉망진창이었다. 태극기에서 사괘의 배치를 바꾼 거나 마찬가지였다.

신한슬 기자 hs51@sisain.co.kr 2016년 11월 07일 월요일 제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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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25일 낮 12시30분,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등장한 오방낭은 잘 알려진 전통문화의 일종이다. 동양의 전통 사상인 오행론(五行論)에 따라 청(동쪽), 적(남쪽), 황(중앙), 백(서쪽), 흑(북쪽) 5가지 색 비단으로 만든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최순실씨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10월24일 JTBC가 보도한 ‘최순실 파일’에서 ‘오방낭’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발견됐다. 최씨는 취임식이 열리기 한 달쯤 전인 2013년 1월30일, 오방낭의 초안으로 보이는 사진을 받았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촬영한 지 한 시간 뒤에 최씨가 열람했다. 2013년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홈페이지에 올린 취임식 홍보물에도 동일한 사진이 등장한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식 날 행사와 ‘최순실 파일’에 등장한 오방낭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오방색의 배치가 틀렸다. 서울 인사동에서 쌈지사랑 규방공예 연구소를 운영하는 하재구씨는 “좌청룡 우백호만 알아도 (당시 오방낭의 색 배치가) 틀렸다는 걸 알 수 있다. 태극기에서 사괘의 배치를 바꾼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그걸 태극기라고 할 수 있는가. 심지어 좌우가 헷갈린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퍼즐처럼 섞였다”라고 말했다. 큰 오방낭을 열면 등장하는, 나무에 걸린 작은 주머니도 전통적인 ‘귀주머니’ 형태와 달랐다.

ⓒYTN 갈무리
취임식 행사에 등장한 오방낭은 최순실씨 PC 안에 있던 사진과 똑같았다.
“어디서 따로 지시를 받는 느낌이었다”


취임식 행사 총감독을 맡았던 윤호진 교수는 10월27일 <동아일보>를 통해 “오방낭 프로그램은 대통령 취임식 한복을 디자인했던 김영석씨가 기획한 것으로, 처음에는 숭례문 전체를 대형 오방색 천으로 감싼 뒤 제막하는 행사를 하겠다고 고집했다”라고 말했다. 김영석씨는 문제가 된 미르재단 이사를 지냈다.

김영석 디자이너가 ‘단독 행동’을 했다는 증언은 더 있다. 취임식 이벤트 대행을 맡았던 연하나로기획 송태일 대표는 “김영석 디자이너는 우리가 선정한 게 아니라 취임식 준비위원회 쪽에서 선정한 사람이다. 광화문 복주머니 행사도 그가 했다. 유독 컨트롤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연출단 의견도 별로 따르지 않고, 어디서 따로 지시를 받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정작 취임식 준비위원회는 김영석 디자이너의 선정 경위를 모른다고 답했다. 당시 취임식 준비위원으로 김씨와 오방낭 프로그램 기획을 했던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김영석 디자이너가 왜 들어왔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회의에서) 제안서가 들어와서 그것을 검토해 미팅을 한번 해달라고 해서 진행했다. 어떤 라인을 타서 들어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윗선에서 내가 모르는 일이 많았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취임식 준비위원장이었던 김진선 강원도지사도 김씨 선정 과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오방낭 프로그램 담당자도 불분명하다. 당시 연하나로기획에서 취임식을 담당했던 김 아무개씨는 “(오방낭) 아이템 진행은 정부 쪽에서 통째로 직접 발주했다. 우린 세팅이나 업체 선정 부분은 하나도 모른다. 당일에 현장에서 진행 업무만 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한복 제작자는 “한복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오방낭 색 위치 정도는 안다. 김영석 디자이너가 평소 만드는 한복 고증에는 문제가 없는데, 이걸 왜 틀렸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2013년부터 관련 문제를 제기한 하재구씨는 “속된 말로 취임식에 등장한 오방낭을 디자인한 사람은 선무당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시사IN>은 김영석 디자이너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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