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의 열쇳말은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다. 정씨가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최순실씨의 존재는 대중적인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특혜는 대학에 그친 게 아니었다. 10월27일 서울시교육청은 청담고등학교 감사 결과, 정씨가 청담고 3학년 재학 시절 총 수업일수 193일 중 50일만 출석했다고 발표했다. 결석일수 143일 중 140일은 서울시승마협회가 보낸 ‘출석인정’ 공문으로 출석이 대체되었다. 이 게이트 초기부터 정유라라는 열쇳말에 가장 적극적으로 접근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이화여대에 이어 청담고등학교 학사 운영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의혹과 유사하다.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입학 당시 원래 없던 특기 종목을 만들어낸다. 청담고는 2011년 11월에 승마 특기 지정학교로 선정됐고, 바로 그 이듬해에 정유라가 입학했다. 두 번째, 학교에서 출석 관리를 해 줬다. 이화여대는 학칙을 바꿨고, 청담고는 공문을 근거로 출석을 인정해줬다. 셋째, 지도교사·교수를 강제로 바꿨다. 이대도 함 아무개 지도교수와 최순실씨가 충돌한 후, 김경숙 학장이 일방적으로 지도교수를 교체했다. 청담고도 최씨가 담당 교사에게 폭언을 퍼붓고 난 뒤 담당 교사가 바뀌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운동선수가 시합 출전이 아닌 훈련 때문에 학교를 빠지는 건 출결로 인정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왜 청담고가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특정 학생을 배려했는지 밝혀내야 했다. 공문이라는 게 기관 대 기관끼리 서류를 보내는 건데, 팩스나 우편으로 보내지 않고 최순실씨가 직접 들고 왔다는 것도 이상하다.
출석 인정 공문을 보낸 승마협회도 최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13년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 직후, 심사 결과(당시 정유라 준우승)에 대해 경찰이 조사를 벌이면서 승마협회의 실질적인 실권이 최순실 라인(박 승마협회 전무, 김 전무이사)에게 넘어갔다. 출석 공문 처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정유라씨는 청담고 입학 전 성악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성악이 적성에 안 맞아서 결국 승마로 진로를 바꾼 셈인데, 아직 중학교 학사 문제는 확인된 바가 없다. 다만 정유라가 중학생이던 시점부터 이미 특혜를 동원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방식을 궁리한 것으로 보인다. 청담고 3년 동안 학습하고 실행해낸 방식을 이화여대에서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승마 특기생 입학 경력이 있는 다른 학교를 놔두고, 왜 하필 이화여대에 입학했는지도 조사했나?
당시 정유라가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중앙대에 입학을 시도했다는 점은 확인됐다. 연세대 쪽은 왜 입학이 어려웠는지 확인이 잘 안 되지만, 고려대 측은 더 이상 승마 특기생을 뽑지 않겠다며 최씨의 접근을 거절했고, 중앙대는 서류 제출 이후의 메달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았다. 결국 이화여대만 이례적인 결정을 한 것이다.
승마 특기생 제도의 적절성도 문제가 되었다.
당시 이화여대 입학 지원자들의 메달 성적은 비슷비슷했다. 전체 1000점 중 정량평가 800점은 대개 점수가 고만고만하다. 문제는 나머지 200점, 면접 평가다. 합격·불합격이 좌우되는 면접 자리에 승마복을 입고 면접을 했으니, 불공정 경쟁일 수밖에 없었다. 논란의 소지가 티끌만큼이라도 나오지 않게 하는 게 대학 입학처가 할 일인데, 정씨의 입학은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공정성을 의심받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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