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만 되면 생큐 베리 머치(Thank you very much)다. 되는데 왜 안 하겠습니까. 그죠?” 11월3일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가 기자 브리핑에서 말했다. 최순실씨 구속영장에 뇌물죄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출입기자들에게 한 대답이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1월2일 최순실씨를 직권남용 공범 및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상대적으로 가벼운 혐의를 적용해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권리를 침해한 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5년에 처한다. 이 혐의를 적용하면 공무원이던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이 주범이 된다. 최순실씨는 공범이다. 반면 뇌물죄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라 수뢰액이 1억원이 넘으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된다.
 

ⓒ시사IN 이명익혐의를 부인하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이 지시했다”라고 말을 바꿨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은 ‘대기업이 일사불란하게 기금을 냈고, 이에 안 전 수석이 모금에 직접 개입했으며, 대기업 또한 뒷배에 최순실씨가 있다는 점을 알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업이 재단 기금의 대가를 요구한 증거도 나왔다. 최근 공개된 K스포츠재단 회의록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재단 쪽이 70억~80억원을 요구하자 이 회장은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쓰여 있다. 업무 관련 뇌물이 될 수 있다는 단서다.

그럼에도 검찰은 11월3일 기자브리핑에서 “법리상 어렵다. 뇌물죄나 제3자 뇌물공여죄가 적용된다면, (검찰에) 알려주면 감사하게 생각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새로운 증거가 나와도 뇌물죄 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적극적 의사를 드러낸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검찰이 재단 설립 과정의 본질인 ‘뇌물 수수’를 건드리지 않고 꼬리 자르기 수사를 한다. 전두환·노태우 사건에서 이미 같은 성질의 기업 모금 행위에 대해 ‘포괄적 뇌물죄’ 법리가 성립했다. 모금한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처벌받았다”라고 비판했다.

봐주기 수사 논란을 의식한 듯 검찰은 11월4일 박근혜 대통령 사과 뒤 수사 인력을 보강했다. 검찰은 또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뜻도 내비쳤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특검 수용 의사를 직접 밝히면서, 검찰 수사는 미완에 그칠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검이 발족하면 수사를 중단하고 특검에 넘겨줘야 한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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