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씨(26)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민지 학생과 생존자 장애진씨의 중학교 친구다.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후, 민지씨의 생일이 다가올 때면 애진씨와 함께 민지씨를 만나러 간다.
“금요일을 좋아하고 퇴근을 좋아해요. 곧 퇴사하는데, 3·5·8월에 여행을 가요. 제 좌우명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면서 살겠다’는 거예요. 민지 장례식 때, 민지 아버지께서 안아주시면서 ‘너희는 하고 싶은 거 꼭 하면서 자라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때부터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좀 더 고민하고, 정말로 그렇게 살아요.
사실 가끔씩은 민지를 약간 원망했어요. 그때 민지가 손을 다쳐서 입원을 했거든요. 병문안을 가서 민지한테 ‘지금은 아프니까 수학여행 가지 말고, 그냥 우리끼리 놀자’ 이렇게 얘기했어요. 참사 당일 날, 수학여행을 가던 버스 안에서 그 소식을 처음 들었어요. ‘전원 구조’라는 기사까지 떴기 때문에 좀 안심했죠. 관광지 도착해서 다시 확인해보니까 그게 다 거짓이었던 거예요. 애진이 연락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둘째 날 밤에 연락이 닿았어요.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근데 한편으로는 진짜 다행이 맞나 그랬어요.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보이는 실종자 명단에서 숫자가 늘어날수록, 다른 친구들을 못 보게 되는 거니까요.
그땐 정말 바쁘게 지냈어요. 장례식을 매일 한두 번씩 찾아갔거든요.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어느 장례식장으로 가냐고, 같이 가자고 이런 얘기를 했던 게 기억나요. 나중엔 너무 일상처럼 느껴진 거죠. 감정이 없어진 느낌이랄까요. 그러다가 민지 장례식 땐 뭔가가 확 느껴졌어요. 매일 갔고, 마지막 날은 같이 밤을 새웠어요. 집 가는 길에 한두 정거장 전에 내려 울면서 집에 갔고, 집에 가서 엄마를 껴안고 울었어요. 당시에 저는 저를 다독이지 않고 최대한 생각 안 하고 지냈는데, 지금 커서 보니까 상담이라도 받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장례식 예절도 모르던 제가 교복을 입고 장례식장을 그렇게 많이 갔잖아요. 그게 과연 괜찮은 상태였을까 싶어요.
문득, 저랑 애진이랑 둘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민지가 그걸 보고 계속 웃는 장면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저랑 민지는 아마 클럽에 갔을 수도 있어요. 노는 걸 좋아하니까요. 꾸미는 것도 좋아해서 유행도 잘 따랐을 거고, 술도 좋아했을 것 같아요. 아마 잘 마셨을걸요? 대학교 가서도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살았을 거예요. 10년이 지난 지금은 사실 사진을 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가물가물해요. 사진을 보면서도 ‘내가 알고 있던 얼굴이 맞나?’ 이런 생각도 가끔 해요. 그나마 친구가 있으니 기억을 하는 편이라 생각해요. 남들에게는 충분히 잊을 수 있는 시간이겠죠. 그치만 잊히지 않았으면 해요.”
-
희생자 전종현씨의 아들 전태호 위원장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48]
희생자 전종현씨의 아들 전태호 위원장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48]
조남진 기자
전태호씨(47)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아버지 전종현씨를 잃었다. 2015년부터 세월호 일반인유가족협의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진실을 찾는 일을 해오고 있다.“업무 때...
-
안양 노란리본 공작소 양승미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49]
안양 노란리본 공작소 양승미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49]
신선영 기자
세 자녀를 둔 양승미씨(52)는 2014년 여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리본을 만들었다. 한때 피켓을 들고, 특별법 서명도 도왔다. 현재 매주 목요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
희생자 신경순씨의 아들 김영주 부위원장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50]
희생자 신경순씨의 아들 김영주 부위원장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50]
조남진 기자
세월호 일반인유가족협의회 김영주 부위원장(49)의 어머니 신경순씨는 자전거 동호회원들과 함께 제주로 가던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김 부위원장은 사고 사흘째 되던 날 ...
-
‘세월호 연장전’에 참여했던 연극인 이종승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55]
‘세월호 연장전’에 참여했던 연극인 이종승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55]
조남진 기자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이종승 위원장(50)은 연극배우다. 세월호가 침몰한 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촛불을 들고 단식에 동참했다. 세월호 추모 활동 과정에서 개인의 목소리보다는 연대의...
-
10년을 걷고 다시 걷는다 [포토IN]
10년을 걷고 다시 걷는다 [포토IN]
신선영 기자
10년 전 아이들이 도착했어야 할 수학여행지에 엄마·아빠들이 왔다. 2월25일 오전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10주기 위원회’가 제주 성산일출봉 매표소 ...
-
세월호잊지않기 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상임대표 최송춘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1]
세월호잊지않기 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상임대표 최송춘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1]
박미소 기자
최송춘씨(65)는 세월호잊지않기 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세월호잊지않기 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는 2017년 3월에 세월호가 인양된 후, 목포 신항만으로 거치되는 과정...
-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시민상주 정기열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5]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시민상주 정기열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5]
박미소 기자
정기열씨(57)는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에서 10년째 활동하고 있다. 이 모임은 2014년 6월에 결성됐다. 3년 후 탈상이 목표였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
-
생존 학생을 위한 공간 ‘쉼표’의 라은영 활동가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7]
생존 학생을 위한 공간 ‘쉼표’의 라은영 활동가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7]
조남진 기자
문화예술 단체에서 예술교육과 문화예술 기획자로 일하던 라은영씨(56)는 세월호 생존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그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