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아이들이 도착했어야 할 수학여행지에 엄마·아빠들이 왔다. 2월25일 오전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10주기 위원회’가 제주 성산일출봉 매표소 앞에서 긴 여정의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첫 발언으로 2학년 1반 김수진 학생의 아빠 김종기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다가오는 10주기는 지난 10년의 마무리가 아닌, 앞으로의 10년을 이어가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국 시민행진단의 첫 발걸음을 우리 아이들이 오고 싶어 했던 제주에서 시작합니다.”
10년 전 단원고 희생자들과 동갑인 '세월호를 기억하는 제주 청소년 모임’의 김원 총대장(17)은 기자회견에서 “제주 방언에 ‘속솜허지 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하지 말라, 가만히 있으라는 뜻입니다. 부모님 때부터 많이 듣던 말이지만 저희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입니다. 선배 청소년들이 오고 싶었던 이곳에서 다시 10년을 다짐하려 합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행진단 90명은 ‘생명안전 사회 건설하자’ ‘성역 없는 진상규명 완수’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제주시청 앞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선두에 선 참가자들은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10주기 위원회’의 7가지 요구사항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권고 이행, 관련된 모든 자료 공개, 안산 생명안전공원 건립 등과 함께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도 요구사항에 포함됐다. 첫날 세월호가 도착했어야 할 제주항 여객터미널까지 4.16㎞를 걷는 일정을 마무리한 행진단은 진도항(옛 팽목항)으로 향하는 쾌속정에 올라탔다.
2월26일 오전 7시50분께, 유가족 26명과 시민 30여 명을 나눠 태운 대형 버스 두 대가 팽목 기억관 앞에 도착했다. 이날 행진은 진도 팽목바람길에서 시작됐다. 2015년 1월26일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며 안산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걸었던 2학년 6반 권순범 학생 엄마 최지영씨(59)는 9년 만에 다시 행진을 시작했다. 최씨는 “10년 전 엄마의 마음이 지금과 같으니까 걸을 수 있어요. 진상규명의 길은 먼 것 같지만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행진단 110여 명은 팽목항을 출발해 기억의 숲을 지나, 진도군청까지 약 12㎞를 걸었다. 총 20박 21일을 걷는 전국 시민행진단은 세월호가 거치돼 있는 목포를 지나 광주와 대구에서 참사 피해자들을 만난다. 이후 강원도와 경기도 안산을 거쳐 3월16일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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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공간 활’의 기선 상임활동가는 참사 직후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소속 ‘존엄안전위원회’ 평등팀에서 활동했다. 4·16인권실태조사단이 꾸려진 뒤에는 유족, 생존자, 잠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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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기자
진도에 거주하는 세월호 활동가 김남용씨(52)는 세월호 기억관을 ‘생활의 일부’라고 했다. 단원고 2학년 8반 우재 군의 아빠 고영환씨가 팽목항을 떠난 후에도 그는 이곳을 지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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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 기자
김연실씨(55)는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에서 활동했다. 회원 조직 사업을 했고, 팀장을 맡은 적도 있다. 혼자 나서는 일은 어려웠지만, 같은 경험을 한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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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민지씨의 친구 한혜진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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