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지난 4월22일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는 삼성 이학수 부회장.

누가 거짓말쟁이? 결론은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었다. 지난해 10월29일 시작된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삼성 비리’ 폭로에 대한 삼성 측의 반박은 대부분 거짓말로 드러났다.

11월5일 삼성 측은 28쪽짜리 반박 자료에서 “삼성이 구조본 간부 명의 차명계좌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라는 주장에 대해 “삼성 임원이 다른 사람 부탁받고 김 변호사 이름을 빌린 것으로, 회사와는 관계없다. 비자금 조성도 없었다”라고 주장. 이 내용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특검 결과 삼성이 무려 1199개 임직원 명의를 빌려 차명계좌를 운영해왔으며, 규모가 4조537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이 돈이 계열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이 아니라 이 회장 개인 재산이라고 특검이 판단했을 뿐이다.

수주액 부풀리기 따위 분식회계로 삼성중공업 등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김 변호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분식은 없었다’고 반박. 하지만 적어도 삼성화재의 경우 사실로 판명나 대표이사 등이 기소되었다.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의혹 건은 거의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인데, 이것은 특검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검찰로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해 공분을 샀다.

‘회장 지시 사항’이라는 문건에 대해 삼성 측은 존재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지만, 마음의 정표를 주라는 정도이지 그것을 거창하게 ‘로비 지침서’로 보는 것은 사실 왜곡이며 검토 단계에서 폐기된 것도 많다고 주장. 삼성특검은 김 변호사 측이 지목한 ‘뇌물 수수자’들을 소환하지 않고 서면 해명서만 받고 로비 의혹 부분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하지만 적어도 추미애 국회의원 당선자가 고백했듯이 그에게 뇌물 1억원을 건네려 한 것을 보면, 정?관계, 법조계를 상대로 광범위하게 로비가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높다. X파일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뇌물 수수에 이 회장이 개입되었을 공산도 적지 않다.

에버랜드 사건 조작 및 축소 주장도 김 변호사 측의 판정승. 삼성 측은 “조작 주장은 에버랜드 사건 1, 2심 재판 결과를 볼 때 모순이며, 법무실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방어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업무”라며 관련 주장을 통째로 부정. 이 회장도 4월4일 1차 소환 때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특검은 에버랜드 불법 승계 건은 “구조본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했으며 이 사실을 이 회장이 지시했다”라고 결론내고 이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당초 ‘이 회장은 몰랐다’는 삼성과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규명한 것은 삼성특검의 존재 이유를 드러낸 거의 유일한 사례다.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적법하게 냈다’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특검의 결론은 ‘양도소득세 탈루’다. 포탈 금액은 1129억원에 달하여 불성실 신고에 따른 가산세를 얹으면 추징 세액은 1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조세 시효를 넘겼다고는 하나 “경영권 보호 차원에서 장기간 은닉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선대 회장의 상속 재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상속세를 내지 않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임에도 ‘도의적인 책임’조차 언급하지 않는 것을 보면 ‘양심 불량’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거짓말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하며 ‘법과 윤리를 준수한다’를 삼성 경영의 제1원칙으로 표방한 이 회장이고 보면 더욱 납득되지 않은 행태다. 혹시 이 회장과 삼성은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거짓말이 진짜라고 정당화하는 페르소나의 덫에 걸린 것일까.

기자명 장영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cool@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