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을 팔아 5조원을 번다.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 액수다. 자장면 12억5000만 그릇 값, 500만원 하는 대학 등록금 100만명분. 은행을 팔아 이렇게 엄청난 돈을 벌다니, 우선 배가 아프고 분통이 터진다. 대학생 자녀가 없는 친구가 한마디 한다. “차라리 매를 때리자. 매 한 대 값이 200만원이라니까, 250만 대를 때리자. 그러면 속이라도 시원하지 않겠나”라고.

론스타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것이 배가 아파서일까. 보수 언론은 항변한다. “큰돈을 번 것이 죄인가”라고. 큰돈을 벌었다는 것만으로 죄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까?

론스타가 이렇게 큰돈을 벌었지만, 정작 실체는 가려져 있다. 론스타는 사모펀드이다. 일종의 ‘부자들 계모임’이라 할 수 있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존 그레이켄이 투자자를 모았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투자자를 밝히지 않았고 정부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뉴시스KEB 외환은행 직원들이 12월5일 하나금융지주의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론스타를 규탄하고 있다.
외자 유치로 포장된 헐값 매각

그런데 2008년 론스타의 비밀 투자도가 공개되었다. 론스타 펀드에는 소규모 펀드가 여러 개 있었고, 한국인이 투자한 펀드도 세 개나 있었다. 한국에 있는 론스타 사무실에 근무하는 임직원이 투자한 펀드의 지분은 1.55%였다. 나머지 두 개는 지분이 각각 11.64%와 20.34%였다. 증권가 은어로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 불리는 이들은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들이었다.

2003년 외환은행을 매각할 때, 정부는 이를 매각이라 하지 않고 ‘외자 유치’라고 우겼다. 재경부 공문은 다음과 같다. “2003월 8월27일 한국외환은행은 론스타 펀드와 외자 유치 계약을 체결하였는 바, 이번 외자 유치가 소기의 성과를 얻어 한국외환은행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한국수출입은행의 한국외환은행에 대한 출자 자금이 회수될 수 있도록 승인을 적극 검토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매각은 외자 유치로 포장되었다. 경쟁 입찰이나 공개적인 실사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론스타로 정해놓고 밀어붙였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하기 위해 정체불명의 팩스 1장으로 BIS 비율을 산정했다. 재경부·금감위·외환은행이 입체적으로 움직여 투기자본에 외환은행을 넘겼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에서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헐값에 판 것은 맞지만, 정책 판단과 선택의 문제로 업무상 배임은 아니다”라는 이상한 논리였다.

ⓒ하나금융지주 제공지난 11월25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오른쪽)이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과 외환은행 인수 계약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에는 ‘불법 인수’와 ‘먹튀’ 논쟁이 붙어 다닌다. 불법 인수 논쟁은 정부 관료와 투기자본 론스타가 서로 짜고서 멀쩡한 은행을 부실 은행으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론스타는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은행법에는 산업자본이 총자본의 25% 이상이거나, 산업자본 총액이 2조원을 넘으면 은행 지분을 9% 이상 소유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자격이 없는 투기자본이 불법으로 은행을 인수했으니 5조원의 수익은 무효가 되어야 했다. 먹고 튄다는 ‘먹튀’ 논쟁은 이래서 일어났다.

투기 수익에 부풀어 있던 론스타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고, 투기자본 규제와 금융규제가 논의되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기댈 곳이라고는 국내 자본밖에 없었다. 이때 구세주로 하나금융지주가 나섰다.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은 하나은행 경영 실패로 자리가 위태로웠다. 도박이 필요했다. 외환은행 인수는 지주회사 회장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확실한 패였다. 이렇게 론스타와 김승유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외환은행 매각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되었다.

현대건설 매각과는 크게 다른 잣대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11월16일 외환은행 인수를 공식 발표하고, 11월24일 이사회를 열어 이를 승인했다. 김승유 회장은 곧장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론스타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바야흐로 론스타의 ‘먹튀’와 김승유의 ‘도박’이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매각 과정은 통상적인 기업·은행 매각 과정을 벗어난 파격적인 방법을 통해 이루어졌다. 매각 주간사도 없었고, 실사 과정도 생략되었다. 매각 대금도 날마다 바뀌고 있다. 매각 대금에 포함돼야 할 주당 850원의 배당 약속도 숨겼다. 론스타가 내야 할 세금 5000억원도 하나금융지주가 대신 내준다. 세금 회피를 돕기 위해 영국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2003년 매각 당시와 여러모로 닮았다.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론스타가 만든 펀드는 ‘LSF-KEB 홀딩스, SCA’라는 이름이다. LSF는 론스타 펀드라는 뜻이고 KEB는 외환은행이란 뜻이다. 이 펀드 자본금은 7960만 원이었다. 이런 펀드가 자산 규모 60조원인 외환은행을 1조4000억원에 산 것이다. 당시 정부는 론스타가 제출한 승인신청서를 심사하면서 자금 출처는 물론이고, 자금 조달 방법도 묻지 않았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를 밝히지 않는다며 오히려 론스타 편을 들었다.

그런데 현대건설 매각 과정은 어떠한가. 현대그룹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고 채권단과 양해각서(MOU)까지 맺었다. 하지만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자금 출처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출계약서까지 요구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채권단은 정부(정책금융공사)·우리은행·외환은행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채권단 대표는 외환은행이 맡고 있고, 론스타가 대주주이다. 자금 출처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현대차그룹의 법률 자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고 있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방법을 안다고 했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시 법률 자문은 김앤장이었다. 그들이야말로 현대건설을 인수하고자 하는 현대그룹의 돈에 비자금과 불법자금, 심지어 외자로 위장한 한국인도 있다는 것을 론스타 때의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을까.

5조원을 벌었다고 250만 대를 때릴 생각은 없다. 매를 때리다가 지쳐 죽을 수도 있고, 재벌 망나니도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한국인 투자자는 밝혀야겠다. 정부와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매각에서처럼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론스타와 김승유 회장에게 투자자 공개를 요구하고 자금 출처를 요구하라. 론스타가 5조원을 벌었다는 말은 한국인 투자자가 1조7000억원을 벌었다는 이야기이다. 휴대전화 문자 해고와 불법 인수 뒤에서 웃고 있는 자, 이들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2003년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과 2010년 졸속 계약 의혹을 푸는 열쇠다.

기자명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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