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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양심선언 김이태 연구원, 2년 만에 ‘왕따’

2008년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양심선언을 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이태 연구원은 그 이후 정부 연구과제를 단 한 건도 받지 못했다. 김 연구원의 징계를 반대했던 노동조합 역시 풍비박산이 났다.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2010년 09월 30일 목요일 제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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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히면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정부 연구 개발 사업이나 공공 연구 개발 사업을 못 따와요. 아니 시도조차 못해요. 그래서 상당수, 아니 대부분의 학자가 정부 정책의 부당성에 침묵하지요.” 지난 9월9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의 김이태 연구원이 트위터(@cocoon5)에 남긴 글이다. 김 연구원은 2008년 5월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라는 양심선언을 했다. ‘징계를 하지 않겠다’던 말은 건기연에 새로 부임한 조용주 원장이 오면서 뒤집혔다. 김 연구원은 양심선언을 이유로 그해 12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징계가 아니었다. 박근철 공공연구노조 건기연 지부장은 “2년 사이에 김 연구원이 ‘왕따’가 됐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2008년 12월23일 김이태 연구원(오른쪽)이 인사위원회에 들어가기 전 노조원들을 만나고 있다.

건기연 노조가 2005~2010년 김 연구원의 연구과제 수행현황을 정리한 자료를 살펴보면 김 연구원의 연구과제 참여는 양심선언을 했던 2008년을 기점으로 확연히 줄었다. 과제 수만 줄어든 게 아니다. 그 이후 정부 연구 사업은 전혀 수주하지 못했다(오른쪽 표 참조). 팀장 수행 연구과제 외에도 팀원으로 참여하는 연구과제 역시 2009~2010년 사이 단 한 건도 참여한 바 없었다.

연구과제에서 배제되다보니 김 연구원은 인사평가에서 2년 연속 최하위 등급(E 등급) 평가를 받았다. 건기연 인사관리규정에 따라 E 등급을 3회 이상 받으면 재계약이 거부될 수도 있다. 박 지부장은 “내년 중 재계약이 있을 예정인데,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김 연구원을 ‘합법적’으로 해고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인터뷰 요청에 “할 말이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노조원 410명에서 70여 명으로 줄어

김 연구원의 징계를 반대하며 인사위원회를 점거하는 등 실력행사를 했던 노조는 산산조각이 났다. 건기연 노조는 90%에 육박하는 노조 조직률을 자랑했었다. 그러나 조직률은 올해 초부터 급감하기 시작해 불과 6개월 만에 18%로 떨어졌다. 410명에 달하던 조합원이 70여 명으로 줄어든 셈이다.

   
ⓒ시사IN 장일호
박근철 건기연 노조 지부장이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서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불기 시작한 ‘노사 관계 선진화’ 태풍은 건기연도 피해가지 않았다. 공공연구노조 이운복 위원장은 “건기연의 경우 노사관계 선진화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연구자나 연구기관이 정부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바른 목소리를 내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건기연 노조는 지난해 12월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단협이 해지되면 노조는 활동 근거를 잃게 된다. 따라서 단협 해지는 ‘노조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되어왔다. 단협 해지가 불성실 교섭으로, 또 조합원 징계로 인한 노조 위축으로 이어져 노조통제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85일간의 파업과 직장폐쇄 등 내홍을 겪었던 한국노동연구원의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노동연구원 노조는 단협에서 ‘연구원은 조합원 인사에 관한 기준을 조합과 협의한다’는 조항이 삭제되는 등 이전보다 훨씬 후퇴한 새 단협안에 합의해야 했다.

건기연 역시 이 같은 ‘전례’를 따랐다. 건기연은 단협 해지 통보 전부터 단협 개정에 대한 의지를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를테면 대외협력팀이 올린 ‘부서장 티타임 내용’이라는 제목의 사내 게시판 글은 ‘인사·경영권에 대한 노조 관여는 부당’ ‘원장의 방침이 곧 원규’ 따위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곽장영 부지부장은 “이는 기존 단협을 부정하는 것이다. 원장 서명이 법이 되는 ‘방침’을 원규와 단협보다 위에 두는 것은 ‘원장 말이 곧 법’이라는 말과 같다”라고 말했다.

노조 탈퇴 안 하면 승진도 없다?

건기연 노조는 이 밖에도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작업이 치밀하게 진행돼왔다고 주장한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건기연 노조 제자리찾기 추진위원회 일동’ 명의의 우편물이 조합원에게 발송됐다. 이 우편물에는 “조합을 해체하고 다시 만들자”라는 내용과 함께 노조 탈퇴서가 동봉되어 있었다. 또한 건기연 인적자원팀은 ‘노동조합 가입현황’을 작성하며 팀별 노조 탈퇴자 수와 명단을 관리해왔다. 문서를 살펴보면 ‘2009년 12월 35명 (팀):, …’라는 식으로 팀별 노조 탈퇴자 수와 명단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지난 5월1일 연구위원·수석연구원 승진 인사를 앞두고 노조가 조합원과 면담을 통해 확인한 인적자원팀장의 노조 탈퇴 회유는 조합원 무더기 탈퇴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한 노조 조합원은 “기획실이었나 인적자원팀이었나, 노조 탈퇴 안 하면 이번이고 다음이고 무조건 (승진) 안 될 거라고 딱 단정지어서 얘기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은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5월1일 승진 인사에서 승진 서열 안에 들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탈퇴하지 않은 조합원은 단 한 명도 승진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노조 전임자들 역시 징계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7월 말 박근철 지부장은 파면, 박희성 사무국장은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건기연은 이들의 징계 사유로 △김이태 연구원 인사위원회 등에서 나타난 각종 업무방해행위 △복리후생비 사용내역 증빙자료 제출 거부 △허가되지 않은 노동조합 창립기념식 개최 △대자보 등 홍보활동 및 소송으로 연구원의 명예와 위신 실추 따위를 들었다. 그러나 박희성 사무국장은 “벌써 2년 전의 일(김이태 징계 거부)을 들먹이는 등 징계사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조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 창립기념식을 천안함 희생자 추모 기간에 열었다는 것도 징계 사유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13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박 지부장은 “조합원에 대해 노조 탈퇴를 회유·강요하거나 조합원을 의도적으로 승진에서 배제한 부분에 대해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기연 경영지원처 법무노무팀의 송병걸씨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론하지 않겠다. 경기지노위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소송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건기연 제공
노조는 지난 9월14일 건기연 앞에서 부당노동행위 규탄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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