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중개업을 금지한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3월 중개업체의 비도덕적 운영을 문제 삼아 한국 남성과 캄보디아 여성의 결혼을 일방적으로 금지한 뒤 이를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한 달 뒤 부부가 함께 머물며 결혼 준비를 하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제를 도입하며 결혼 금지를 해제했지만, 한국으로서는 이미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한 뒤였다. 캄보디아는 2008년에도 한국인과의 결혼 준비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조처를 취한 바 있다.

탓티황옥 씨 피살 사건 당사국인 베트남 역시 민간 결혼중개업체에 의한 국제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 산하 여성동맹이 결혼지원센터를 운영해 국제결혼 업무를 담당하지만 실제로는 결혼중개업자들이 버젓이 활동 중이다. 베트남 외무부 우엔풍아 대변인은 “정부는 불법 결혼 중개인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실질적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밝혔다.
 

ⓒ시사IN 포토국제결혼일수록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는 다문화 교육을 받는 이주여성들.

필리핀 역시 한국 남성과 사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해 9월 루이스 크루즈 주한 필리핀 대사는 한국인과의 결혼을 주선하는 불법 브로커를 조심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필리핀 여성으로부터 한국 남편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진정을 여러 건 접수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도 자국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1990년부터 국제결혼중개업을 불허하고 있는데, 한국인 예비 남편에게는 대통령령으로 ‘특별교육’을 의무화한다. 한국인 예비 남편은 필리핀 이주공사에서 실시하는 인터뷰와 이틀에 걸친 문화교육을 받아야 한다. 1996년 통일교의 합동결혼식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생겨난 특별 정책이다.

투르크메니스탄도 2001년 자국 국민과 결혼하려는 외국인은 5000달러의 결혼 수수료를 지불하고, 최소 1년간 투르크메니스탄에 살면서 주택을 소유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 법이 투르크메니스탄 여성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이 정책은 2005년 폐기됐지만, 결혼 이주 문제에 대한 송출국 정부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필리핀, 한국인 남편에 특별교육 의무화

미국 부시 대통령은 2006년 ‘국제결혼 브로커 규제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브로커가 외국 여성의 주소 같은 개인 정보를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 남성에게 판매하기 전에 △정보를 제공받는 남성은 반드시 결혼 및 범죄 사실에 대한 질의서에 응답하고 △정신병력 여부를 공개하며 △남성의 성범죄자 여부를 연방정부로부터 확인하고 △이 같은 내용을 여성에게 모국어로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처벌 규정도 엄격하다. 법을 어긴 업체는 민사상 최대 2만5000달러 벌금형과 형사상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결혼 희망자의 정보를 적절치 않게 사용한 경우에도 최고 1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한국도 최근 미국을 본떠 결혼중개업 관리를 강화했다. 신랑 신상 정보를 신부에게 공개하고,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률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실질적인 규제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이다.

기자명 이의헌·권소영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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